[기자수첩] 산해진미 베트남 음식의 복병 ‘고수’
상태바
[기자수첩] 산해진미 베트남 음식의 복병 ‘고수’
  • 정진구 재외기자
  • 승인 2017.11.16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트남 음식의 필수 요소지만, 특유의 독특한 향으로 호불호 엇갈려

얼마 전 출장차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한 K씨.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쌀국수 집에 들렀다. 한국에서도 쌀국수를 곧잘 즐겨먹던 그였지만 이곳에서는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서야 했다. K씨는 “고수 맛이 너무 강한 나머지 먹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고수가 들어간 베트남 현지 식당의 쌀국수 (사진 정진구 재외기자)

다음날에도 K씨는 딱딱한 바게트 빵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어먹는 ‘반미’라는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구입했는데, 또 한 번 강한 고수 향 탓에 한 입밖에 먹지 못하고 내려놔야 했다. 내용물 중 고수를 골라내려 했지만 아주 적은 양으로도 강한 맛을 내는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 로컬 음식 도전을 포기하고 일주일 내내 한식만 먹고 왔다”며 웃었다. K씨 외에도 고수에 거부감을 갖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 베트남 음식에 빠지면 아쉬운 고수는 풍부한 비타민C를 자랑한다. (사진 정진구 재외기자)

지중해 동부가 원산지인 고수는 동남아와 중동, 지중해 연안 국가의 요리에 널리 사용되는 허브야채다. 고수가 대중화된 대표적인 국가라면 단연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쌀국수는 물론, 온갖 요리에 고수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고수는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고, 비타민C가 풍부해 소화 촉진에도 도움이 돼 한방 약재로도 쓰이는 유익한 음식이지만 특유의 독특한 향으로 호불호가 엇갈린다. 특히 요리에 고수를 잘 사용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매우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흔히 고수를 빈대풀이라고 부른다. 고수의 향이 빈대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명칭에서부터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고수를 비롯해 각종 야채를 파는 베트남의 시장 풍경 (사진 정진구 재외기자)

한국 내 베트남 음식점에서는 고수가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라면에서도 고수향이 난다. 그만큼 일반적이다. 우리가 김치에 마늘을 넣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행객들이 베트남 로컬 음식점을 찾을 때는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고수에 거부감이 있는 베트남 여행객이라면 ‘고수를 빼달라’는 표현 하나 정도는 익히는 것이 유용하겠다. 베트남어로 고수를 보통 ‘응오(ngò)’라 읽는다. 주문시 ‘노 응오(No ngò)’라고 말하거나 종이에 써주면 된다. 때때로 베트남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식당 주인은 이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격언을 이해하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