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한인사회 화재> "마지막 미사"에 참석한 일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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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한인사회 화재> "마지막 미사"에 참석한 일감스님
  • 임용위
  • 승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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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직자의 "늘 그래왔음직한 어울림
멕시코 한인성당의 2대 사제를 4년 2개월만에 마감하고 LA 크리스토퍼 성당으로 떠나기에 앞서 베풀어진 이용희 신부의 지난 일요일 마지막 미사에서는 몇 가지 감동의 장면들이 눈길을 끌었다.
500여명이 훨씬 넘는 한인 천주교 성도들이 멕시코 성 가정 한인성당(Puebla 11번지 Col. Roma)의 자리를 꽉 메우고 실시된 이 신부의 송별 미사는 평소보다 엄숙하고도 질서정연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주일미사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이용희 신부의 송별식을 겸한 조촐한 환송행사에서는 청소년 성도들이 준비한 환송 성가곡에 이은 꽃다발 증정 및 기념 촬영 등이 실시되었다.
멕시코 본당 주교의 이용희 신부에 대한 당부 메시지에서 "LA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은 반드시 지켜나가라"는 조언이 많은 성도들이 운집한 본당에 마이크 음성을 타고 흘러나오자 "울컥"하는 가슴을 한 뜻으로 표출하는 박수갈채가 장시간 연출되기도 했다. 멕시코인 대주교는 동포 성도들의 감동어린 "자부심"을 한층 고조시킬 태세인 듯 즉석에서 애국가 제창을 요청했고, 수백 명의 한인들이 기립해서 손을 맞잡고 합창하는 애국가는 가슴을 "울컥"하는 정도를 넘어 저마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한민족 한마음"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주일미사가 시작되기에 앞서부터 일찌감치 성당의 앞자리를 지키고 앉아 송별미사를 관전한 보리사 반야선원의 일감스님과 한인 불교 신도들에게 "환송행사에 참여한 감사"의 뜻을 사회자(정인학 성도)가 발표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세례가 또 한차례 본당의 실내를 요란하게 장악했다. 평소 이용희 신부와 각별한 우정을 지속해온 일감스님의 미사 참여에는 멕시코에서 최초로 실시된 지난 달 22일의 4월 초파일 제등행렬에 천주교 성도들과 각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수녀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보답의 뜻도 담겨있었으리라고 본다.
각기 다른 종파의 세계를 초월해 이용희 신부와 일감스님이 보여준 "신뢰 어린 우정"은 멕시코 한인사회가 처한 작금의 현실에서 그나마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는 "하나의 본보기"로서의 가슴 저미는 모습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미사 중 일감스님이 서있는 자리로 달려간 이 신부는 두 팔을 벌려 한가득의 한 몸으로 포옹을 했고, 성당에서의, 그것도 주일 천주교 대 예배 중에 스님과 신부의 우정을 과시하는 모습은 많은 성도들에게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 "합당하고도 늘 그래왔음직한 어울림"으로 드러난 것이다.
"늘 그래왔음직한 어울림"이 절실한 멕시코 한인회가 지난 한 주를 폭력과 공갈 등으로 점철시키고도 모자라 수많은 한인동포들을 빌미로 "말도 안 되는 작당 모의"에 고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기 드물게 가슴 찡한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준 두 성직자의 꿋꿋한 의지가 무척이나 돋보였던 미사 현장이었다.
임용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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