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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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는 끝난다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10.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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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우버의 다음은 리프트

“미국에서 우버가 잃은 땅을 리프트가 차지한다” 올해 6월 파이낸셜타임즈는 1면에 이런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우버는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이고 리프트는 차량 공유 서비스 후발 업체이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각종 스캔들로 후발 주자인 리프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요지인가 싶다.

그러나 리프트의 성장을 우버 스캔들로 설명하는 건 부분적으로만 동의할 수 있다. 두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같지만 경영 방식과 지향점이 다르고, 특히 리프트를 설립한 존 지머 회장(33)과 캘러닉의 성격 차이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가 흔들리며 리프트가 약진한 것은 사실이다.

리프트의 비결은 '신뢰와 친절'

리프트가 우버를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뢰와 친절이다. 사업 방식은 우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운전자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을 강구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로 이어졌다. 그 결과 고객 만족도에서 리프트는 우버를 크게 앞설 수 있었다.

캘러닉은 우버를 수익성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는 욕심이 강한 반면 지머 회장의 궁극적 목표는 차량 무소유 시대를 여는 것이다. 지머 회장이 제너럴모터스(GM), 재규어랜드로버, 구글 등 가급적 많은 기업과 제휴해 자율주행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제3의 운송혁명 : 향후 10년 이후 리프트 비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런 생각을 밝혔다.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는 끝난다. DVD와 CD를 소유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동영상과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그렇게 이용할 날이 올 것이다.”

구글이 리프트에 지난 4월 6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지난 9월 보도했고 리프트도 이를 인정했다. 구글과 리프트가 손잡은 이유는 우버의 부도덕성과 양사가 시너지를 창출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알파펫 자회사인 웨이모의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과 리프트의 차량공유 사업 경험을 접목하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글과 리프트의 의기투합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기업이 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다. 이 회사는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전 최고경영자가 각종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접고, 영국 런던에서도 퇴출당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버가 새 최고경영자로 미국 온라인 여행사 익스미디아 수장 다라 코스로샤히(48)를 선임했다고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낙점된 코스로샤히 CEO의 최우선 임무는 스캔들로 얼룩진 우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리프트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공유업계의 절대 강자인 우버를 위협하는 진짜 이유는 리프트를 공동 창업한 존 지머 회장의 비상한 경영 능력에 있다. 올해로 33세인 그가 차량 공유서비스 사업을 구상한 때는 코넬대에 다니던 2006년이었다. 지역 개발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이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자리를 비워 놓고 운전하는 차량을 많이 볼 수 있다.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자리 80%는 빈 상태다. 그래서 전혀 다른 형태의 운송 방식을 떠올렸다. 자리를 나눌 수 있다면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줄이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이다.”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지미 회장은 차량공유서비스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바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해 부동산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07년 리먼 파산 3개월 전에 그만뒀다. 동료 로건 그린과 함께 대학가 카풀을 수익 모델로 한 벤처기업 ‘짐라이드’를 창업했다. 짐라이드는 인기를 끌었고 외부 투자도 받았다. 2012년 4월 짐라이드를 리프트로 이름을 바꾸고 우버와 차별화한 서비스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리프트는 빠른 속도로 우버의 영역을 잠식해 나갔다. 현재 150개가 넘는 도시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용 건수가 7000만 건을 돌파하며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프트가 우버를 따라 잡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5월 끌어 모은 투자금은 각각 6억 달러 125억 달러로 격차가 크다. 회사가치도 리프트는 75억 달러로 평가되지만 우버는 680억 달러에 달한다. 차량 무소유 시대를 열망하는 지머의 신념이 성공의 자양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리프트 회사의 창업자 존 지머 회장의 비전은 정말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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