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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놀이와 장난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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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1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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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보통 장난은 순 우리말처럼 생각하지만 한자어 ‘작난(作亂)’에서 온 말로 알려지고 있다. 즉, 어지럽게 만드는 것을 장난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장난이 끝난 후의 모습은 무척 복잡하다. 흙장난을 하고 들어온 아이의 옷을 생각해 보라. 엄마는 옷을 털고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신발이며 양말이며 옷가지에서 흙이 한 움큼이다.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장난의 필수품은 장난감이다. 아이들을 다루기 가장 힘들 때가 장난감 사달라고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아이들은 장난감에 극도로 집착한다. 놀고 나서 장난감을 잘 정리하라고 수없이 말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장난감을 잘 정리할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난이라는 게 그렇다. 장난은 어지럽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즐거운 것이다. 장난을 치고 나면 재미있다. 그런 점에서 장난은 놀이와 통한다.

놀이는 노는 것이면서 동시에 연습이기도 하다. 단순히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일을 미리해 보는 교육인 셈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가 대표적이다. 소꿉놀이를 통해 심각한 부부관계나 살림살이를 배우기도 한다. 육아도 소꿉놀이에 들어가 있다. 노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보통 부모를 모방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의 소꿉놀이를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동안 자신이 하였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면서 화내고, 짜증내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 저런 것까지 연습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쟁놀이다. 아이들의 손에 칼, 활, 총이 들려 있다. 서로 죽이고 논다. 물론 진짜가 아니기에 깔깔 거리기는 하지만 놀이가 연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끔찍하다. 점점 전쟁놀이가 없어지고 있는 느낌도 든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전쟁놀이가 가장 신나는 놀이였다. 집집마다 장난감 총과 칼이 있었다. 탱크와 폭격기도 중요한 장난감이었다. 그럼 술래잡기, 숨바꼭질은 무슨 연습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놀이는 단순히 유희이거나 체력단련인 경우도 있다. 협동심이나 자립심을 기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넓게 보면 다 교육이다.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 윷놀이 등도 모두 그렇다. 어쩌면 예전에는 전쟁을 위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놀이가 더 필요했을 것이다. 살아가는 현실이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놀이는 대부분 스포츠로 바뀌어 있다. 펜싱, 검도, 양궁, 사격,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많은 스포츠가 자기 단련이나 전쟁 교육이 주목적이었다.

놀이는 즐거운 유희다. 하지만 장난은 종종 상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어지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한 장난은 위험하다. ‘장난치지 마!’ ‘그걸 장난이라고 해?’와 같은 표현에서 장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장난도 정도껏 해야 한다. 그래서 ‘장난이 아니다.’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장난으로 보기에는 너무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난 중에는 행동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것도 있다. 언어유희라고도 하는데 요즘엔 ‘아재 개그’의 주 소재이기도 하다. 한편 말장난이 깊은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서로를 자극하여 끝내 장난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장난은 하면 안 된다. 장난이 폭력이 되고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 남북, 북미 관계가 그렇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장난과 놀이를 보며 느낀 요즘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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