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知音)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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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知音)의 상상력
  • 안동일
  • 승인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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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컬럼

지음(知音)의 상상력 안동일

며칠 전 어느 정치 연구회의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주한 미군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였는데 주제도 주제였지만 절친한
친구가 발표자였기에 열일을 제치고 세미나장을 찾았다. 격조했던 세월 동안의 그
의 변모를 파악하고 싶기도 했다. 그의 발표를 듣자니 불현듯 지음의 고사가 생
각나는 것 아닌가.
지음(知音) 이란 한자어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에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伯牙)와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의 고
사다.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의 마음에도 높은 산의 모습
이 비치고, 흐르는 물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타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종자기
의 마음에도 비쳤다고 할 만큼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잘 알고 분별 했다. 대단한
상상력, 정감과 신뢰가 바탕이 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지 않는다.
그런 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이제는 거문고를 들려줄 사람이 없다’면
서 거문고를 깨뜨리고 현을 잘라 버린 뒤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는
것 아닌가.
20대 초반, 그 친구와 필자는 운동권 서클의 동지였다. 캠퍼스의 구석에서, 달
동네의 쪽방에서 우리는 비분강개 하면서 무수한 토론을 나누곤 했다. 짐작하는
대로 그 무렵 우리는 주한미군에 대해서 강한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
랬던 나는 운명의 변화에 따라 미국에 건너가 2개 성상 이상을 살면서 한미관계
며 주한 미군 문제에 있어서도 시야의 폭이 상당히 달라질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
스럽게 그 사이 그도 많이 변했다. 그 권에서는 반미의 선봉장으로 여겨졌던
그가 주한미군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그 역할을 일정부분 인정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의 백미는 질의응답 시간에 남북통일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통일이야 말로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그의 언급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옳다 이거구나’ 했었다. 그동안 우리는 통일 문제, 남
북문제를 너무 정치 경제적으로 또는 사회 과학적으로 판단하면서 그 해법조차
거기서 찾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세상을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너무 간과
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재외동포 문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난
마처럼 얽혀있는 재외동포문제, 지금이야 말로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상상력이 필
요한 때가 아닌가.
상상력, 자신이 인정하고 믿는 친구의 마음을 읽는 그리고 그 뜻을 십분 이해하
는 그런 지음의 상상력이이야 말로 온 세상을 밝혀가는 등불이라 여기고 싶다.
(07-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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