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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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처럼
  • 김동열
  • 승인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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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여만에 짧은 나들이를 다녀왔다.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옛 어른들중 여행가는 것을 사람구경 간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필자의 아버지도 생전에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실제 여행에 나서보면 여행이 사람 구경하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공항에 가도.
호텔에 가도.
거리에서도.
어떻게나 사람이 많은지 정말 사람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그것도 각각 다른 피부의 사람들을.
각각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거기에 남녀노소 모두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다면, 어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를 창조한 조물주의 뜻이기에 믿는 것이다.
누구나가 공감하듯 여행을 다녀 보면 어디서나 한국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특히 한국 식당을 찾다보면.
하루 하루 지내면서 식사시간은 재충전 하는 매우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먹는 다는 것이 생명 유지뿐만 아니라 생동력 있는 즐거움을 주기에.
먹는 즐거움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 즐거움은 아마도 맛을 본다는 것과 대화의 시간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솜씨를 엄숙히 맛 본다는 것과 순간 순간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특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식당에 가면 어느 자리를 잡는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했다.
여행중 이날 필자가 앉은 자리 옆에는 한국에서 온 3명의 남자가 이미 식사중에 있었다.
너무 자주 웨이츄레스를 부른다 싶기도 한데, 웨이츄레스도 왜 그렇게 잘 듣고 오는지.
얼마쯤 지나자 진한 놈담이 남자 입에서 계속 나왔다.
"팁을 더주기야 '작업'을 시작 할 수 있다니 어쩌니" 하면서.
식사를 기다리는중 들려서 듣다 보니 여행의 에티켓이 많겠지만 남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언어의 폭력만은 반드시 삼가해야 될 진짜 작업임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특히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했던 버릇 그대로 하지 않는 교육을 받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왔으면 좋겠다.
유원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적지 않게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버섯처럼 왜 그렇게 오만한 티를 내는지 모르겠다.
왜 겸손히 구경만 잘 할 수 없을까.
왜 다른 민족들처럼 "잘 교육 받었다"는 느낌을 줄 수 없을까.
한국인이 미국에 놓고 가는 허세와 교만이면 캘리포니아州 정도는 힘들이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필자가 느낀 이 마음이 필자만의 궁핍한 생각이었다면 더욱 좋겠다.
식당에서 주저함도 미안함도 없이 성희롱에 가까울 정도의 농담에 만족하지 못한 그 한국인을 탓한다면 필자가 너무나 가혹한 것일까.
년 일인당 수입 2만달러 목표로 달려가는 한국인이 목표 달성전에 반드시 이런 저질 수준에서 졸업을 요구한다면 무리한 주문일까.
우리는 남에게 피해주는 일에 너무나 무감각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리는 남에게 배려할 수 있는 일을 너무나 잊고 살고 있지 않나.
욕심을 내서 만든 여행후 그런 에티켓 이야기나 하는 그런 여행을 올 휴가 기간중 독자들은 만나게 되지 않기 바란다.

샌프란시스코 선데이교차로 김동열 071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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