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소니(SONY)의 부활과 한국 트라이앵글의 붕괴
상태바
[경제칼럼] 소니(SONY)의 부활과 한국 트라이앵글의 붕괴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9.30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동호 명예기자

소니의 성공과 실패

소니(SONY)하면 그 옛날 기억으로 우선 워크맨(WalkMan,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다)이 기억나고 TV하면 소니가 세계 최고였고 어쨌든 일본하면 소니가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소니가 2012년 초 창업 66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2000년대 들어 TV 등 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렸고, 음악과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분야도 적자가 누적되며 조직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소니를 이끌었던 영국 출신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은 조직을 경쟁 조직으로 전환해 부처 간 선의의 경쟁을 부추겼으나 결과는 부처 간 갈등만 초래해 5조 원대 손실이라는 참담한 결과만 가져왔다.

소니의 구원투수, 히라이 가즈오 사장

이때 소니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히라이 가즈오 사장(57)이었다. 그는 곧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만성적자에 빠져있던 TV사업부의 모든 부분을 도려냈고, 컴퓨터 사업은 아예 접었다. 소니의 간판 브랜드인 워크맨도 누적 손실을 덜어내기 위해 분사시켰다.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고 경영자에 오른 직후 그는 2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를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소니를 바꿀 시점이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실을 다져 2015년엔 흑자로 전환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TV사업 정상화

이런 후 소니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자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기업들이 연이어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소니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2년 만에 1위를 기록하면서 그 옛날 소니의 전성시대로 터닝 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의 TV 사업 정상화는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소니는 51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 TV 사업에 집중했으며, 2017년 OLED TV 론칭을 통해서 고수익성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51인치 이상 TV 비중에서 소니는 25%로 1위를 기록했고, 연이어 삼성 23%, LG 16% 순으로 점유하고 있다. 심지어 소니의 55인치, 65인치 UHD LCD TV 소비자 가격은 LG 대비 60% 높은 가격에 포지셔닝 되어 있다. 소니가 TV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은 소니가 자체 제작한 영화, 게임 등 콘텐츠 경쟁력이 TV 가격 프리미엄 위상을 유지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니 부활의 핵심은 '게임'

소니 부활의 핵심은 ‘게임’이다. 소니는 TV와 콘텐츠를 연관시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한 결과 OLED TV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였다. 게임콘솔 PS(Play Station)4와 VR 기기 등과 TV 연동이다. 이를 통해 올해 2분기 소니는 OLED TV 출시에 성공하면서 TV 매출액은 16.9% 상승했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만 영업이익률 8.8%로 세계기록을 세우며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요인은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사업을 청산한 후 LG 디스플레이로부터 IPS LCD TV 패널을 공급받으면서 TV 사업을 부활시켰다. 현재 소니 PS의 19%만 자체 콘솔 게임을 사용하고 나머지 81%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소니는 PS를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실적을 크게 개선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TV 다음으로 스마트폰도 흑자

소니는 TV 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흑자로 전환했다. 소니는 물량을 반으로 줄이면서 원가전략으로 일본 지역 중심으로 타겟 마켓팅을 하며 스마트 사업을 단순화했다. 특히 모바일이 고해상도를 지원해 주니까 PC에서 즐겼던 게임을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소니의 스마트폰 사업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즉 소니가 그동안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던 이유는 게임으로 인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소니는 CMOS 이미지센서 사업에서도 상승세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카메라의 고해상도로 인한 수혜로 인해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2016년 45%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향후 VR기기, 머신비전, 드론 등의 시장 성장에 따라 CMOS 이미지센서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8.7% 성장해 15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IC인사이츠는 전망했다.

5년 전 약속지킨 '샐러리맨 신화' 경영자

최근 소니의 실적 발표를 보면 올해 매출 80조 원과 영업이익 5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센서, 카메라, 게임 등 주력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어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과 환율 변동 등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다소 늦어졌지만 히라이 사장은 5년 전 장담했던 말을 지킨 셈이다.

일본 경제계에서 그는 ‘샐러리맨 신화’를 쓴 경영자로 명성이 높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글로벌 경영자로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도쿄에 있는 국제 기독교대학을 졸업한 뒤 1984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재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 2006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맡았고 2012년 입사 28년 만에 소니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된 인물이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으로 기술중시문화 재건

소니의 부활을 견인했던 히라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모노즈쿠리(장인정신)’다. 그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면서 전임 회장이 소홀했던 기술 중시 문화를 재건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부품인 첨단 센서는 소니의 모노즈쿠리가 빚어낸 대표 상품이다. “소니는 센서를 깎는 장인이 돼야 한다.” 히라이 사장이 즐겨하는 이 말은 세계 센서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우뚝 선 원동력이 됐다.

사상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경제는 당장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제대로 올라 탄 반도체 기업에 힘입어 각종 산업지표가 좋아 보이지만 반도체를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경제를 주도하던 삼두마차 ‘반도체-자동차-원자력발전(원전)’으로 이어지는 한국경제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축)이 올 들어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차의 중국내 차 판매가 반토막이 난데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 이익마저 1년 새 40%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트라이앵글 - 반도체, 자동차, 원전

사실 이들 트라이앵글은 2014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톱3’를 기록한 캐시카우 같은 기업들이다. 현대차와 한국전력이 무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숙제가 됐다.

더군다나 시장조사 기관의 반도체 사업 전망이 아주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반도체 D램 가격은 올해 0.67달러(D램 1기가비트(Gb)당)에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0년까지 줄곧 하락세를 탈 전망이다. 내년에 0.53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이면 0.28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과 4년 내에 현재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 이어갈 주력산업 부재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탁)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합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0.9%, 28.3%였다. 반도체 이익 비중은 반도체 의존도가 심했던 2014년을 뛰어 넘었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반도체를 이을 주력산업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AI·드론 등 미래업종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밀리는 형국으로 최근 10여 년 동안 조선과 철강 같은 중공업 분야가 중국에 경쟁력을 잃고 무너지듯, 이제는 IT 첨단부문도 완전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우리의 리더들은 ‘한국 경제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돌아 갈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미래 대비에 대한 비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대신 과거 회귀에 적폐청산 소리만 들리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구원할 구원투수는 없는가?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