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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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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8  11: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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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말하기에서 청중과의 호흡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청중은 듣는 사람이지만 역설적으로는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말하는 이는 청중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떤 때는 실제의 소리이기도 하고, 마음의 소리이기도 하다. 청중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말하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청중과 호흡이 잘 이루어지는 연설 혹은 강의가 훌륭한 것이다.

청중은 화자의 시간을 예측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기분 좋게 듣지만 예측 시간이 넘어가면 집중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루해 한다. 그래서 청중의 반응을 잘 느끼면서 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청중이 매우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시간을 넘기는 것은 말하기에서 금기에 해당한다. 그 전에 있던 감동이나 감사의 마음마저 없앨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말하기가 시간을 넘기는 말하기가 아닐까 한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재미가 없으면 당연히 청중의 눈은 시계를 향한다. 이런 의미에서 강의자 뒤쪽, 즉 청중의 정면에 시계가 있는 것은 최악의 인테리어이다. 시계는 강의자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고, 청중은 강의자를 보는 구조여야 한다. 물론 그래도 청중은 어떤 방법으로든 시간을 알아낸다. 손목시계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하면서 말이다. 시간으로 청중을 속일 수 있는 강연자는 능력자다.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강의를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강의가 절정으로 향해 갈 때 강의자는 동시에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그 때 내가 못한 이야기에 초조해 하지 말고 청중의 반응에 민감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청중의 반응에는 상관없이 말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최악의 결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시간을 잘 조절했을 때만 가능한 논리다. 시간이 지나가면 미괄식은 고통이 된다.

종종 ‘끝으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라는 말을 이어가며 청중의 인내를 시험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끝으로라는 말을 하면 이제 절반 이야기하였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 만큼 이야기를 질질 끈다는 말이다. 요약하고, 강조하고, 반복하는 말로 시간을 보낸다. 의미 없는 수사법일 수 있다. 청중에게는 고통이 되고, 그 전에 내가 한 좋은 말도 다 날아가 버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서운 청중들은 이럴 때 의사표시를 한다. 몸을 비비꼬는 것을 넘어서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강의자가 들을 수 있게 수군거린다. 다 들린다. 가방에 책을 넣기도 하고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문자를 시작하기도 한다. 청중이 이런 끝을 준비하기 전에 불현 듯 강의는 끝나야 한다. 아쉬움이 남아야 한다는 말이다. 여운이 남아야 한다는 의미다.

전 헌 선생님은 강의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강의를 하신다. 알람 소리가 오리 우는 소리여서 무척 당황스런 즐거움도 있다. 오리가 울면 망설임 없이 강의를 끝내신다. 좀 더 하실 이야기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청중은 아쉽다. 선생님 강의야말로 더 듣고 싶은 강의인데도 미련 없이 강의를 끝내신다.

강의는 마무리도 중요하다. 청중이 듣기 싫어한다면 그만두어야 한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사람들이 싫어한다면 더 해서는 안 된다. 마무리의 미학은 늘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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