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4세 한미샤 군의 편지, 정세균 국회의장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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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 한미샤 군의 편지, 정세균 국회의장에 전달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7.09.2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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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고려인대회에서, “엄마·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 우즈벡출신 고려인동포 자녀 한미샤군은 9월 17일 안산에서 열린 '고려인대회'에서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호소하는 편지를 낭독한 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9월 17일 안산에서 개최된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고려인대회'에서 낭독된 고려인 4세 초등학생 한미샤군의 편지는 이렇게 끝맺는다.

미샤군은 재외동포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수시로 태어난 나라와 한국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고려인 4세의 절절한 현실을 담은 편지를 낭독한 뒤 자리에 함께 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 '고려인대회'에서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호소하는 편지를 낭독한 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편지에서 미샤 군은 한국에 처음 온 2011년 이후 2년 내지 3년 주기로 여권 기간 만료, 아버지의 체류 기간 만료 등으로 태어난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와야 하는 이상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이 의미없는 여행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고려인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한미샤군의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대반초등학교 6학년 한미샤입니다. 지난 6월말 비자가 끝난 엄마 아빠를 따라 제가 태어난 중앙아시아 국가에 돌아갔다가 몇일전 돌아왔습니다.

저는 고려인 4세고요. 형 디마, 그리고 고려인3세인 엄마 아빠 이렇게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한국에 온 후 2년에서 3년이 되면 여권기간이 끝나서, 아니면 아빠의 체류기간이 끝났다 해서 중앙아시아국가를 다녀와야하는 이상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번씩 갈데마다 아빠는 ‘그동안 모았던 돈을 다썼다’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모습이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은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태어난 나라로 간다고 말하면 속도모르고 ‘비행기타고 외국여행을 또가냐?’며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겐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은 알지 못합니다. 재외동포에서 제외돼 이 땅에서 살아갈 자격인 없는 고려인4세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미래가 불확실한 유랑민 고려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살고 싶어요. 제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성이 한씨입니다. 본은 청주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주한씨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 한국에서 살 자격이 없는 고려인4세라는 말이 정말 두렵기만 합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중앙아시아로 이주하기전 러시아 연해주에서 독립운동하다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어릴 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한지 아빠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들었다고만 합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저를 외국인이라고 무시할땐 ‘나도 독립운동가 후손이야’라고 소리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증거가 있냐, 있어’라고 물어 증거가 없기에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원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고려인4세도 안정된 체류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살면서 영주권도 받고, 마침내 자랑스런 한국인의 국적도 취득할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제발 제가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법을 바꿔주세요. 정말 두렵습니다. 저의 미래를 생각하면 고려인후손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제가 고려인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의장님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한국에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광주대반초등학교 한미샤올림

▲ 광주고려인마을 홍인화 상임이사(왼쪽)와 한미샤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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