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80인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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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80인 선언문
  • 편집국
  • 승인 2017.09.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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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식에서, 조국동포에게 드리는 고려인공동체 선언

▲ (오른쪽부터) 고려 사람 80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임 이고리 고려인대회 준비위원장, 최 세르게이 천안지역 고려인 네트워크 대표, 노 알렉산드르 고려인 네트워크 준비위원장.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고려인대회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고려인대회가 2017년 9월17일 오후 3시 안산시 화랑유원지 야외원형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흩어진 고려인들을 가로막고 있는 17개 국경을 넘어, 고려인 80명이 만민회의를 개최’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 마을의 대표들이 6월부터 고려인 네트워크 준비모임을 시작했고, 8월 15일에는 30여명의 대표가 모였다. 한국어와 한국사정에 밝지 못한 고려인 동포 대표들을 위해서 '사단법인 너머'의 김영숙 사무처장이 나서서 ‘고려인 만민회의 고려인 선언’이 나오기까지 뒷바라지를 했다.

이날 고려인대회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로 고려인 만민회의 준비위원을 대표해서 임 이고리 고려인대회 고려인 준비위원장, 노 알렉산드르 고려인네트워크 준비위원장, 최 세르게이 천안지역 고려인네트워크 대표 등 3인이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80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을 낭독하는 3인의 앞에는 4세대 고려인 청소년들이 계단을 꽉 메우고 선언문 낭독을 경청하고 있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80인 선언문 >

우리 - 고려사람

우리 고려 사람은 한국의 영웅들과 영예로운 아들들(신채호, 안중근, 이동휘, 이범윤, 이상설, 최재형, 홍범도, 계봉우 외 많은 분들)의 후손입니다.

우리 고려 사람은 연해주에서 “신한촌”을 개척하고 일제강탈자들로부터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단체인 “권업회”와 “성명회”를 조직하고 “해조신문” 등을 발행한 분들의 후손입니다.

우리 고려 사람은 80년 전 스탈린이 탄압으로 중앙아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되었으나, 이곳의 사막과 메마른 초원을 개척하고 살아남은 분들의 후손입니다.

소련이 붕괴되자 우리 고려 사람은 또 다시 큰 혼란을 겪어야만 하였습니다. 우리 고려인 가족들은 15개의 신생국 국민들로 갈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문제 및 주거문제와 문화적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습니다.

한반도는 이미 수십 년째 둘로 가라진 상태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80년이라는 세월과 형성된 상황들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모국어를 잊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민족의 전통을 숭고하게 여겨왔고 여전히 고려 사람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국적과 태어난 곳은 다를지라도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조국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고려 사람은 우리의 형제들 - 대한민국의 국민들,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 - 에게 호소합니다!
흩어진 우리 고려인 가족들을 통합하는데 도움을 주십시오.

우리를 피를 나눈 형제 즉, 우리가 우리들의 뿌리인 역사적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동포로 인정해 주십시오.

그리하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너그러움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고려 사람들을 동포로서 법적,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결정해야 할 시기가 이미 성숙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우리들을 도와주십시오.

모국어와 모국의 문화 및 역사를 다시 잘 알 수 있게 도움을 주십시오.

이곳 조상들의 조국에서 가족 및 지역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금까지 우리 고려 사람들은 근면함과 일에 대한 열정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고려 사람들의 농업, 과학, 문화 및 예술 등 다양한 활동영역에서의 업적은 전체적으로는 모든 한민족의 업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획득한 것들이 대한민국에 필요하고 유용하게 쓰이길 기대합니다.

우리 고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첫째, 우리는 무너진 우리의 삶을 스스로 그리고 협력하여 새롭게 복구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한인이라는 자아의식과 정체성을 공고히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이를 공부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과 함께 살 것이며 대한민국 사회의 유용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  임 이고리 외 고려사람 79인

▲ 4세대 고려인 청소년들을 앞에 세우고, '고려 사람 80인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준비위원 대표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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