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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양음악과 중국언론의 막말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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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1  0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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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초가을 판소리 공연

김제평야의 연둣빛 벼 잎이 조금씩 누런색을 띄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가을밤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습니다. 독서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한 잔의 막걸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아는 분이 준 초대장을 들고 한옥마을의 ‘공간 봄’으로 판소리를 들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판소리가 아니라 아쟁과 해금을 연주하는 날이더군요.

한복으로 정갈하게 차려입으신 어르신 두 분이 혼신의 정성을 들이며 한 분은 아쟁을 뜯고 한 분은 추임새 장구를 두드리며 가을밤의 정취를 우리 전통의 가락으로 물들여 주셨습니다. 덕분에 카페에서 제공한 허브향의 차를 마시며 아쟁의 깊은 음률을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제가 무슨 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 우리 가락에 매력을 느껴보는 겁니다.

서양음악은 과학, 동양음악은 바람 ?

어느 분이 쓴 글에 보니 서양의 음악은 과학이고 동양의 음악은 바람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동감입니다. 서양인들에게 음악은 일종의 과학인 겁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소리의 원리를 탐구하고 소리가 어떤 비례에 있을 때 우리의 귀에 가장 조화롭게 들리는지 연구했던 겁니다. 반면에 우리의 음악은 바람 같은 존재였던 겁니다. 바람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듯이 소리도 바람을 타고 전달되는 겁니다.

그 소리는 마음으로 전달되어 기(氣)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전통 음악의 음계인 궁 상 각 치 우의 다섯 음은 오행(五行)의 기운과 연결되는 겁니다. 또한 서양의 음악이 과학성을 중시하면서 윤리의 구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웠다면 중국의 음악에는 절제와 윤리적 측면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심신의 기를 다스리고 정신수양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을 겁니다.

예악은 천지의 질서와 조화

고대 중국에서 예(禮)는 천지의 질서이고 악(樂)은 천지의 조화로움이라 생각했기에 악을 제대로 흥성시키려면 하늘과 땅의 조화와 질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 했던 겁니다. 중국의 음악은 이렇게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겁니다. 공자도 “시(詩)에서 일으키고 예(禮)에서 세우고 악(樂)에서 완성한다.”고 했습니다. 시를 통하여 도의적 감흥을 일으키고 예를 통하여 인륜의 규범을 세우고 악을 통하여 인격도야를 완성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요? 서양의 음악이 화려하고 웅장한 대교(大巧 -매우 정교함)라 한다면 우리의 가락은 고아하면서도 단정한 졸(拙)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락은, 기술적 차원의 발전을 더 중시한 서양음악과 달리, 우리를 내면으로 깊게 침잠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대교약졸(大巧若拙)의 졸(拙)인 겁니다. 때문에 동양의 음악은 절제된 기(氣)가 밖으로 표출되는 고도의 소리이며 바람인 겁니다.

중국 언론의 막말과 중국몽

중국의 언론이 작금의 북핵 문제를 놓고 우리에게 막말을 하는 중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연민의 정도 가는 겁니다. 유구한 중국의 문화가 이제 중국인들의 마음에서 다 사라지고 말았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절제와 예 그리고 겸손함의 음악을 구사할 줄 알았던 중국의 문화는 정녕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들이 지금 내뱉고 있는 말은 분명히 ‘절제된 기(氣)가 밖으로 표출되는 고도의 소리’가 아닌 겁니다. 예를 통하여 인륜의 규범을 세우는 문화도 아닌 겁니다.

수 천 년의 찬란한 역사 속에서 면면히 전통을 이어온 대국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이렇듯 한낱 막말의 경지로 추락했다면 중국인들이 추구하는 ‘중궈몽(中國夢)’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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