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이민에 대한 언론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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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이민에 대한 언론의 이중잣대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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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 ‘닭공장~’

6월 30일 방영된 KBS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의 ‘그들은 왜 닭 공장으로 가는가?’는 국내외에 여러 가지 반향을 일으켰다. 추적60분은 특별한 재산이나 기술없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비숙련이민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미국인들이 꺼려하는 닭 가공, 칠면조 가공, 돼지사육 등 3D 직종에 투입돼 3년 정도 일을 하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명 닭공장, 즉 비숙련 이민에 대한 정보가 주로 오고갔던 인터넷포탈사이트 다음 카페에는 “그 사이트가 여기냐”“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국내에는 비숙련이민을 부추긴 셈이 됐다.

그러나 해외는 상황이 좀 잘랐다. 보도가 나간 직후 미주중앙일보에는 ‘KBS 닭공장 이민 부정적인 면만 부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주중앙일보는 KBS보도가 의도적으로 이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의 말을 인용해 “이민가는 사람을 욕하는 것은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이들의 용기를 꺾는 일이다. 고급 인력들을 외국으로 누출시키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먼저 지적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화면 속에서 영주권을 위해 일하는 닭공장 노동자들이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모자이크 처리된 점도 지적됐다. 이민자들은 고국과 자신의 명예를 버리고 가족들과 자신만을 아는 이기주의자들로 묘사됐다.

결국 추적60분의 닭공장 보도는 국내외 시청자 모두의 빈축을 사게 됐다. 특히 고국의 시사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재외동포들에게는 적지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한국정부는 700만 해외 인적자원 활용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 계속되고 있는 실업에 대해 전문가들은젊은 인력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추적60분의 시선은 매우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산층, 전문직 인력들이 닭공장에서 영주권을 위해 수년을 고생하는 일은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미국뿐아니라 유럽 등의 성공한 이민자 대부분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현지에서 정착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보도의 시선은 좀더 냉철했어야 한다. 이민을 준비하는 이들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석과 정보제공이 우선 필요했다.
환상을 갖고 접근할 우려는 없는지, 현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지, 한국의 자국민보호 시스템이 이들에게도 효율적으로 적용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주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언론은 항상 대중들의 반보 앞에 서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보도 아닌 꼭 반보만큼 앞서 비춰주어야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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