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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상류의 탄생’-김명훈
남종석 월드옥타 부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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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17: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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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석 월드옥타 부회장
올 여름 더위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책 ‘상류의 탄생’을 추천한다.

전 폴란드 대사를 역임한 지인이 추천한 책으로 단숨에 읽었지만 그렇다고 내용까지 간단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상류는 누구인가? 재산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인가? 이 책은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는 둘 다 아니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재산이 많고, 미국의 대통령까지 된 도널드 트럼프는 상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심지어 교황이라고 해도 ‘상류’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이 ‘상류적 가치’와 맞닿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류’에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자신의 재산과 지위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 ‘상류의 탄생’표지 
미국의 상류들은 돈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지위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재산의 정도로 상류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을 본다는 말이다.

반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1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공동체의 기풍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존경할만한 국부나 어른이 없다. 이승만대통령, 김구 선생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재미교포인 저자의 눈에 비친 오늘날 대한민국은 상식이 아닌 비상식이 지배하고 질보다는 양, 방향보다는 속도가 절대적으로 강조되는 나라다.

그는 이런 현실을 한국의 지도층, 즉 대부분 미국에 유학을 다녀 온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진짜 미국, 즉 상식과 양식이 살아 있는 ‘진짜 미국’을 배우려는 노력은 없어 보인다고 질타한다. 많은 한국교민들이 살고 있는 L.A문화가 미국문화를 대표할 수 없고, 수많은 유학생들이 학위만 받으려고 노력했지, 진짜 미국의 상류문화를 감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퍼뜨리는 미국문화는 그 수준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흔히 한국사회에서 ‘상류’로 불리는 사람들은 ‘승자’ 일색이다. 쿠데타에서 성공한 사람, 아부에서 성공한 사람, 부동산 투기에서 성공한 사람, 불공정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 등등. 그러나 저자는 미국의 상류는 승자와 상류를 절대로 혼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워너비, 즉 유명한 사람들을 흉내 내는 ‘따라쟁이’는 속물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상류 아래는 중류, 즉 중산층이다.

저자는 상류 1%가 지배하는 기업을 관리하는 것은 유능한 중산층 인재들이라며 중산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계급이라고 진단한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철저히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사원들은 현대판 마름, 종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중산층의 ‘묵묵히 먹고살기’는 흉악한 사회의 관성이 유지되도록 방조하는 거대한 힘”이라며 이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가족과 조직을 위해서만 일할 뿐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개혁하는 데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야만적 지배계층이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바보’란다. 저자 나름의 독특한 견해이긴 하다.

저자는 ‘내면의 계급’을 강조한다.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찰나보다는 영원, 아이큐보다는 지성, 외형보다는 내면, 국가보다는 지구와 우주를 지향하고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을 들었다. 이것은 마틴 루터 킹이 이야기한 ‘인격의 내용’과 같은 개념으로 인종과 사회적 지위를 초월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의 품격을 뜻한다.

‘상류’라는 것은 결국 이 ‘내면의 계급’이 어떠냐에 달렸다는 말이다. 정치인이나 재벌이라고 해서 내면의 계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운전기사나 백화점 직원이라고 해서 낮은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상류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이다.

진정한 상류의 가장 중요한 특질은 사람이나 물건을 가격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가치로 평가한다.

이 책이 주는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 품격의 높고 낮음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가진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놓고 볼 때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 역시 내면의 계급을 말해주는 중요한 징표가 된다.

‘가치’는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후진국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만 떠올려 봐도, 사회적 신뢰와 그것을 지탱하는 공통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세계에서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에 사는 저자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이야기한 주제가 다름 아닌 ‘상류의 가치’인 까닭도 여기 있다.

저자 김명훈은 1963년 서울 출생. 1974년 강남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중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모두 뉴욕에서 다녔으며, 현재까지 뉴욕에서만 40년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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