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물의 어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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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물의 어원 이야기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7.08.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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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한 단어의 어원을 찾아가는 것은 마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기도 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즐거움도 맛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물과 관련된 어원을 찾아가 보자. 물에 해당하는 다양한 어휘를 만나면서 서로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과 연관된 어휘로는 우선 <맑다>가 있다. 맑다는 묽다와 관계가 있는 어휘이다. 모음교체에 의해서 어사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맑다는 중세국어에서 <말다>로도 나타난다. 용언의 어간은 명사와 관련이 된 경우가 많다. <묽다>의 경우는 어간이 물과 관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모음교체는 어사분화를 위해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어에는 모음교체에 의한 어사분화 현상이 매우 많다. 어사분화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뉘앙스, 어감의 차이를 보이는 예로는 의성어, 의태어를 들 수 있다. ‘물렁물렁’과 ‘말랑말랑’의 예를 생각해 보라.

물에 말다에서 <말다>의 경우도 물과 관련되는 어휘이다. 말다와 함께 쓰이는 어휘들은 대부분 액체에 해당한다. 물이나 국이 대표적인 예다. <말다>와 연관되는 어휘로는 <마르다>가 있다. 목이 마르다고 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여기에서 말 역시 물과의 의미적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소변이 마렵다의 경우는 말이라는 어휘가 변(便)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휘여서 물과의 관련성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말은 그 자체가 변이라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옛말에서 소변(小便)을 작은 말, 대변(大便)을 큰 말이라고 했다. 변을 보는 것도 <말보기>라고 표현했다.

<마>도 물과 관련이 된다. 가장 대표적이 어휘로는 <장마>를 들 수 있다. 장마는 긴 물이라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메마르다>의 옛말이 <마마르다>라는 점이다. 메마르다는 말은 물기가 없다는 의미이다. <마마르다>의 마는 물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마파람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으로 여름에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의미한다. 여기서도 마를 찾을 수 있다. 한편 고구려어에 물을 매(買)라고 한 것도 흥미롭다 수성(水城)을 매홀(買忽)이라고 한 것이다.

<못>도 물과 관련된 어휘로 볼 수 있다. 못을 연못이라고도 하는데, 연(淵)은 못이라는 뜻이다. 같은 뜻이 반복된 동의중첩의 어휘이다. 못과 관련된 용언은 보이지 않는데, 모음 교체된 <맛>에 해당하는 용언은 찾아볼 수 있다. 마시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시다의 경우도 물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시는 것은 액체와 관련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은 <미>의 모양으로도 나타난다. 나리 중에 물가에서 피는 것은 개나리, 물속에서 자라는 것은 미나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미는 물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구리의 예에서도 비슷하게 찾아볼 수 있다.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어서 개구리라고 한다고 보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구리라는 단어가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17세기 정도이다. 그 전까지는 <머구리>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개구리를 개나리와 연계하여 살펴보면 재미있는 예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미꾸라지>다. 미꾸라지는 중세국어에서 미꾸리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개와 미의 차이를 살펴 볼 수 있다. 미꾸라지의 미도 물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미더덕>에서도 미를 찾을 수 있다. 일본어에서 물이 미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일본의 도시 mito<水戶>의 미는 물이라는 뜻이다.

물과 관련된 어휘로 ‘맑다, 묽다, 말다, 마르다, 마, 미’ 등의 어휘를 찾았다. 물론 이 중에는 더 엄밀한 연구가 필요한 어휘도 있다. 여기에 들지는 않았지만 관련성이 있는 어휘도 있을 것이다. 같은 계통의 어휘들을 더 찾아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휘의 어원은 인간의 사고를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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