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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스웨덴 최대기업 발렌베리의 교훈
이동호 명예기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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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8  12: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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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베리' 가문 5세대 경영

   
▲ 이동호 명예기자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스웨덴에서 스웨덴 최대기업 ‘발렌베리(Wallenberg)’ 기업집단의 명성과 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민기업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이 집단의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은 창업주인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 전 회장이 1856년 스톡홀름 엔스킬다 은행(SEB·Stockholm Enskilda Bank)을 창업한 이후 5대째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룹 총지휘자다. 현재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 외에 야코프 발렌베리, 마르쿠스 발렌베리 등 가문 5세대가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발렌베리 5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수십 개의 상장, 비상장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이 됐다. 대표기업으로 에릭손. 일렉트로룩스, 사브(SAAB) 등이 있다. 연매출 250조원, 그룹 소속 직원만 60만 명에 달한다.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은 창업자 가문의 숨결과 정신을 이어받아 계열사 간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걸 비롯해 ‘코디네이터’로의 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60년 성공 경영 & 사회공헌으로 국민기업 위치

아울러 발렌베리 기업은 160년을 이어오면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국민기업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국민기업이 있는가? 없다면 왜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발렌베리 그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렌베리 지배구조를 보면 그 정점에 발렌베리 재단(foundation)이 있다. 발렌베리 재단이 중간지주사인 인베스토르(Investor)와 팜(FAM)을 지배하고, 인베스토르와 팜은 각각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창업주 일가라 해도 개인 지분은 없고 재단 소속 지분을 통해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다.

재단을 정점으로 하는 기업 지배구조는 전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포드, 덴마크의 칼스버그와 레고 등이 모두 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받는 구조다. 이들 국가는 여기에 차등 의결권 제도를 결합해 특정 가문을 대표하는 재단이 기업을 물려받는 구조를 공식화했다.

중간지주사 발렌베리 재단, 23% 지분으로 50% 의결권 행사

ABB, 에릭손, 사브(SAAB), 일렉트로룩스 등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인베스토르 중간지주사는 발렌베리 재단의 지분은 23%이나 의결권은 차등 의결권 제도를 결합해 50%를 보유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재단(공익법인)은 동일 내국법인(재벌)이 발행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하를 출연 받을 때만 세금을 면제해 주는 상속·증여세법 48조에 따라 이 같은 지배구조를 짤 수 없다. 이 이상 지분을 재단에 넘기면 증여세를 물어야 해 지분을 직접 물려주는 것과 차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발렌베리 지배구조가 한국에도 통할 것이란 말은 제도와 문화가 다른 상태에서 속단할 수는 없으나, 발렌베리의 5대째 가업이 이어질 수 있는 힘은 창업자 가문의 숨결과 창업정신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은 IT 기업 에릭손을 예로 들어 성공방정식을 설명한다.

그는 “25년 전 휴대폰을 만들어 팔던 회사가 지금은 5G 통신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경영이 매우 어려웠던 당시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압박이 있었지만 발렌베리 울타리 안에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최고결정권자는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자신도 기업의 장기 비전과 미래를 내다보는 치열한 고민을 늘 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개인지분 없는 6세대 예비경영자 입사 훈련

발렌베리 기업 내에서는 자질 있는 창업자 6세대 후손 예비 경영자들이 회사 일의 일부를 배우고 있다.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은 “후계자는 미리부터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라며 “나 역시 발렌베리 계열사인 그랜드 호텔 등에서 일하며 가문에 관심을 가졌고 시간이 흐르니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계열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CEO)이 전담하지만 발렌베리가 가진 비전과 장기 전망은 전문 경영인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가문 일원과 함께 에릭손, 사브, ABB 등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활발히 경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재단 이익금의 80%를 사회공헌 지출

발렌베리 가문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발렌베리 재단에 들어오는 이익금의 80%를 사회공원 활동에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십 개에 달하는 자회사들이 올려 보낸 배당수익의 20%만 계열사 내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전부를 과학기술, 의료, 대학 연구 사업 등에 쓰면서 국가와 상생하는 움직임을 펼치는 것이다. 발렌베리 가문이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액수만 매년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한다.

스웨덴 정부와 기업은 상생

기업과 정부가 상생해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든 스웨덴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20대 국회에 33건의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고 이 중에서 17건이 지배구조와 관련 있는 개정안이다.

한국은 재벌기업 불신, 규제

실제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33.8%) 정의선 부회장(1.74%) 등이 지분을 35.62% 보유하고 있지만 상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으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7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19.58%)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0.44%인 삼성SDI도 의결권이 3.86%로 제한돼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개혁보다 한국판 발렌베리 만들기 전환 기대

기업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자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이지만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고 재벌해체론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정서법에 기대어 기업 개혁에 나설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탄탄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국판 발렌베리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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