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성공 스토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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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성공 스토리 (하)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8.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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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상편에 이어서) 1997년, 엔비디아는 ‘NV3(리바 128)’를 세상에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Dfx, ATI 등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엔비디아는 과거의 부진을 떨치고 단숨에 도약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NV3의 성공 비결은 강력한 3D 처리 능력에 있었다. 당시 막 태동하던 3D 게임 시장과 맞물려 PC로 3D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강력한 3D 처리 능력

NV3의 성공에 고무된 엔비디아는 차기 제품 개발에 나섰고 ‘지포스 256(NV10)’을 공개하게 된다. 지포스 256은 처음으로 CPU의 도움 없이 GPU 자체적으로 3D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PC는 크게 CPU 파트(CPU+메모리+메인보드)와 GPU 파트(GPU+그래픽 메모리+그래픽 칩셋) 그리고 저장장치 파트(HDD+SSD)로 나눌 수 있다. 2002년을 기점으로 CPU와 동급의 제품임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이어 GPU가 단순 연산을 반복하는데 최적화된 기기임에 주목하고,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을 제거한 대신 천문학적 단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반 목적용 GPU 테슬라와 테슬라 수백 수천 대를 병렬로 연결해 처리 능력을 슈퍼컴퓨터급으로 끌어올리는 기술 CUDA 등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엔비디아는 기업의 사활을 걸고 CUDA에 많은 투자를 감행했다. 관련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자사의 모든 GPU에 CUDA 명령어를 삽입했다. GPU 기술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에게 지속적인 CUDA 기술 교육도 제공했다. 반면 경쟁사인 인텔과 AMD는 Open CL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소홀했다. 엔비디아의 투자와 인텔, AMD의 외면이 겹쳐 CUDA는 Open CL을 밀어내고 GPU 병렬처리 기술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꼭 해야 하는 일인가, 독창적인가?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이러한 준비가 시장 변화와 맞물려 엔비디아에게 엄청난 호재를 이끌어냈다. 바로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젠슨 황 CEO는 “사업에 투자할 때 시장만 봐서는 안 된다. 꼭 해야 하는 일인지, 독창적인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인공지능에 10년 넘게 투자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막 첫 발을 떼었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확장성이 돋보인다.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은 딥러닝(인공신경망)

현재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이 바로 ‘딥러닝(인공신경망)’이다. 딥러닝은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수많은 인공 신경망을 컴퓨터 내부에 생성해, 이를 바탕으로 기계에게 학습 능력(머신러닝)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을 통해 기계는 마침내 보고, 듣고, 학습하는 인지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딥러닝으로 인공 신경망을 유지하려면 기계 내부에서 단순 연산이 수없이 반복돼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단순 연산을 처리하는 데에는 GPU가 CPU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단일 GPU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연산 능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 수백, 수천 대의 GPU와 이렇게 많은 GPU를 하나로 묶을 병렬처리 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바로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하드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한 엔비디아는 매출과 시가총액이 날개가 돋친 듯 성장했다. 한 때 34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매출은 2016년 69억 달러까지 성장했고, 2017년에는 8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달러 후반에 머물던 주가도 1년 새 100~110달러로 급증했고, 시가총액도 덩달아 3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엔비디아의 GPGPU는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알리바바, 텐센트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GPU와 병렬 처리 기술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했다. 심지어 이렇게 GPGPU와 병렬처리 기술을 도입한 것을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홍보할 정도다. 또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테슬라 GPGPU와 CUDA 병렬처리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하드웨어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다.

실패한 '테그라'를 자율주행차 핵심부품으로 개량

엔비디아는 과거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모바일 CPU+모바일 GPU)에 밀려 쓴맛을 본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를 자율주행차용 핵심부품으로 개량했다. 당시 테그라가 경쟁 제품들보다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가 모바일 부품답지 않은 크기와 전력에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공간이 제법 넉넉한 관계로 테그라의 크기와 전력 소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뛰어난 성능이 주목받게 됐다.

엔비디아는 테슬라모터스, 아우디 등과 손잡고 개량된 테그라 프로세서를 활용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하드웨어가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에 탑재돼 ‘오토파이럿(테슬라모터스가 제공하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그 원리가 인공지능과 같다. 딥러닝을 활용한 사물인식(컴퓨터 비전)이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이다.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구글, 테슬라모터스, 우버, 네이버 등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젠슨 황과 엔비디아도 자율주행차 하드웨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텔, 퀄컴 등 경쟁사를 제치고 자율주행차 하드웨어의 핵심으로 떠오를 계획이다.

스마트폰 다음은 자율주행차가 대세 - 엔비디아의 생각

이러한 엔비디아의 추진 동력은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제2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라는 판단 때문이다. 차 안에서 모든 통신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온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의 중심에 젠슨 황이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적극 활용되고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도 바로 GPU가 있어서 실현이 가능했음으로 엔비디아의 확장성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엔비디아는 일반 GPU가 핵심 사업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59%를 멀티미디어 구현을 위한 일반 GPU 판매가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위한 GPGPU 판매는 전체 매출의 12%, 자율주행차를 위한 모바일 프로세서 판매는 전체 매출의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장이 확대되면 결국 이 수치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게임용 GPU를 판매하던 기업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를 위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려 하고 있다. 젠슨 황의 확장성이 빛을 발하는 두 번째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거리를 질주하는 자율주행차가 LTE급보다 200배 빠른 5G 네트워크로 관제센터와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카메라·센서의 성능이 저하되는 악천후나 야간에는 3차원(3D) 초정밀 지도를 활용해 길을 찾는다. 이 자동차에는 SK텔레콤과 엔비디아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이 탑재돼 있다.’

SKT,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동맹

이르면 2021년 스스로 출발하고 차선을 바꾸는 자율주행차가 서울을 누비는 모습을 보게될 것이다. SK텔레콤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GPU 세계 1위인 엔비디아와 빅데이터·통신기술에 앞서 있는 SK텔레콤이 힘을 합쳐 세계 톱 수준의 자율주행 동맹을 이끌어 가기로 지난 5월에 합의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 개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한 통신사는 세계 800여 개 통신사 중에서 SK텔레콤(SKT)이 처음으로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SKT와 엔디비아는 손을 잡았다. 자율주행차의 빅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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