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
편집 : 2017.11.21 화 13:24
오피니언
[우리말로 깨닫다] 꼴 이야기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16  17:53: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꼴>이라는 말은 모습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꼴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모꼴이나 네모꼴과 같이 살려 쓰는 게 옳은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이라는 말이 한자어여서 꼴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감정까지 가져오지 않아서 약간은 이상한 표현이 되어 버렸다.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는 느낌에 대한 고려도 이루어져야 한다. 고유어를 살려 쓸 때도 마찬가지다. <시나브로>라는 말은 서서히 점점 사라진다는 말인데, 사람들이 점점이라는 말에만 집중하여 가게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가게가 점점 사라진다는 말이니 생각해 보면 심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꼴이라는 말은 보통 ‘그런 꼴을 하고’나 ‘그 꼴이 뭐냐?’와 같은 표현에 사용된다. 모두 부정적이다.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습이라는 표현은 중립적인데 꼴은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할 때, 꼴 보기 싫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를 아주 어렵게 표현하면 ‘꼴불견’이 된다. 이 표현은 우리말과 한자가 얼마나 밀접하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불견(不見)’이라는 한자어 표현이 합성되어 단어로 굳어진 예이다. 좀 예스런 표현으로는 ‘꼴사납다’가 있다. 모두 보기 싫다는 의미다. 사나운 개라고 할 때는 억세다는 의미도 있지만 좋지 않다는 의미도 있다.

꼴의 옛말은 <골>이었다.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도 옛날에는 곶이었다. 골의 형태가 남아있는 어휘로는 몰골을 들 수 있다. <몰골>이라는 말도 <형태>라는 뜻으로 쓰인다. 물론 부정적일 때 주로 쓰인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는 표현을 보면 느낌을 알 수 있다. 몰골의 의미는 형태라는 뜻인데 몰골이 몸의 골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이라는 뜻이다.

낯을 의미하는 얼굴이라는 말은 예전에는 <얼골>이었다. 그런데 얼골이라는 말은 현재의 낯과는 뜻이 달랐다. 민간어원으로는 얼굴을 <얼이 담겨있는 굴>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얼굴은 낯뿐 아니라 사람의 전체 형태라는 의미였다. 굳이 어원을 찾는다면 얼이 담긴 모습에서 출발할 수는 있겠다. 아무튼 얼굴의 얼도 우리가 아는 혼(魂)을 나타내는 ‘얼’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꼴을 더 나쁘게 표현할 때는 접미사를 붙이기도 한다. 좀 특이한 접미사기는 하지만 ‘-악서니’를 붙여서 <꼬락서니>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는 ‘꼬라지’라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은 단독으로 쓰여도 기분이 나쁘다. 매우 부정적이 느낌을 담고 있다. 비속어라고 할 수 있다. <꼬락서니하고는>, <꼬라지하고는>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의 모습을 비꼴 때 많이 쓴다.

상대방의 모습을 비하하면서 쓰는 표현도 있다. 모습도 엉망인데 하는 일도 엉망이라는 뜻으로 <꼴값을 하다>라는 말을 한다. 모자란 자기 수준에 딱 맞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비꼬면서 쓴다. <꼴에>라는 표현도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뜻으로 쓴다. 역시 비꼬는 말이다. 반면 <꼴좋다>라는 말도 칭찬은 아니다. 이미 부정적인 <꼴>과 함께 쓰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잘난 척을 하더니, 남을 무시하더니 그렇게, 그 모양이 되었다는 비웃음의 표현이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꼴>에 관련된 표현이 발달되었다고 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비꼬고, 비웃는 내용이어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괜히 언짢아져서 싸울 수 있다.
 

<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조현용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
[기자수첩] 산해진미 베트남 음식의 복병...
2
[인터뷰] 캄보디아 국제학교 건립 자선음...
3
독-한 협회 '한국, 한반도 두 체제' ...
4
코윈 스페인, 문화로 한국·스페인 차세대...
5
한국국제교류재단, 인도에서 한국학 특강 ...
6
재외동포재단, 2018년 재외동포단체 사...
7
문 대통령, 필리핀 동포간담회로 동남아 ...
8
경희대 국제교육원, ‘제7회 한ʍ...
9
비엔나서 '한-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
10
‘2017오레곤 한인그로서리연합회 경영인...
오피니언
[역사산책] 신라와 당 연합군, 백제 침입
김춘추, 신라 29 대 왕이 되다 기원 654년, 진덕여왕이 죽고 김춘추가 왕위를 계승
[법률칼럼] 형사범죄를 범한 외국인의 출입국 문제 (3)
형사범죄를 범한 외국인이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내에 있는 외국인
[우리말로 깨닫다] 조현용입니다
자기를 남에게 소개할 때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인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특별한
[경제칼럼] 바이두와 네이버의 혁신 비교
중국 최대 검색엔진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바이두(百度)는 미국
한인회ㆍ단체 소식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11호(내수동, 대우빌딩)  (주)재외동포신문사 The overseas Korean Newspaper Co.,Ltd. | Tel 02-739-5910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0129 | 등록일자: 2005.11.11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1 재외동포신문. The Korean Dongpo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ngpo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