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
편집 : 2017.9.22 금 18:14
오피니언
[우리말로 깨닫다] 8월 5일의 히로시마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02  10:14:1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히로시마는 복잡한 곳이다. 거리나 풍경이 아니라 생각이 복잡해지는 곳이다. 누구나 히로시마라고 하면 ‘원폭’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원자폭탄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투하되었던 도시 히로시마는 참혹함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이다. 히로시마에서는 이 원폭을 평화의 이미지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던 당시는 출근 시간이었고, 장소 또한 시내 중심지여서 희생이 더 컸다. 약 20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군인이 아니었다. 전쟁과는 상관없는 민간인이었다는 점에서 전쟁의 끔찍함과 비참함이 더 두렵게 다가온다.

폭탄이 투하된 8월 6일에는 매년 히로시마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일본 수상부터 많은 사람이 애도하는 모임이다. 2016년에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추도식에 참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한국인의 희생도 언급했다.

추도식에 대해서는 일본과 미국, 주변국의 평가가 다르다. 근본적으로 슬픔이 가득한 모임이다. 그런데 감정이 복잡하다. 이 복잡함을 알아야 평화가 온다. 히로시마 원폭 자료관과 평화공원에 갔을 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많은 방문자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모습으로 히로시마에 와 있었다. 민족과 국적에 따라 생각이 전혀 다를 것이다.

일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의 끔찍함을 돌아보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으리라. 어떤 마음에는 복수나 분노가 차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분노와 애국심이 섞여있을 수도 있다. 미국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히로시마에 올까?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평화를 기원하겠지만 어떤 이는 원폭이 아니었다면 더 큰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 위안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나 대만, 동남아시아인 희생자들도 있었다고 하니 이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마음도 복잡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떨까?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고, 일본이 패망했을 때 한국인들은 춤을 췄을 수도 있다. 드디어 해방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곧 히로시마에서 희생당한 이들 중에서 10%에 해당하는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라고 슬프고 서러웠을까? 남의 나라 땅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영령들의 한이 크게 다가온다.

   
▲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복잡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히로시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한국인 위령비가 있다. 이 위령비는 민단 등에서 모금하여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평화공원 안에도 세울 수 없었다. 1999년이 되어서야 겨우 지금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었다고 한다.

히로시마의 한국인은 민족의 차별과 함께 원폭 피해자로서도 차별을 받았다고 하니 고통에 고통이 더해진 무게가 힘겹게 다가온다. 한국인이라 말하지 못하고, 원폭 피해자라 말 못하는 아픔이 느껴진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원폭피해자에 대한 시선, 배제가 아프다. 현재까지도 한국 원폭 피해자의 규모를 밝히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니 숨어 살아온 삶의 무게가 더 무겁다.

매년 8월 5일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가 열린다. 희생자의 가족, 민단 등에서도 모이지만 점점 일본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위령탑 앞에 고개 숙이고 함께 평화를 꿈꾸고, 이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8월 5일의 히로시마는 아픈 평화다. 히로시마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국인 위령탑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 앞에서 차별과 배제와 폭력이 없는 세상을 위해 잠깐이라도 머리 숙여 기도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조현용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
[기자수첩] 캄보디아 씨엠립교민사회 와해...
2
[경제칼럼] 한국의 반도체 황금시대는 언...
3
제11회 세계한인의 날·세계한인회장대회 ...
4
[기자수첩] 5~60년대 캄보디아 황금시...
5
[경제칼럼]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지...
6
중국 선양 '2017 선양 한국인의 날'...
7
함부르크서 추석맞이 무궁화축제와 문화행사
8
쿠웨이트항공 취업 한인 승무원 격려 세미...
9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80인 ...
10
카자흐스탄서 '세계환단학회' 학술대회 연...
오피니언
[역사산책] 성충의 자결과 백제의 몰락
김유신이 보낸 첩자 '금화'와 백제 좌평(佐平) 임자는 의자왕 주변에서 어떻게 활약했
[법률칼럼] 모계특례 국적취득제도…⑧
2심은 더 나아가, 법무부장관의 반려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하였
[우리말로 깨닫다] 빚과 빌다
책을 읽다가 인도유럽어나 잉카어 등에서 <빚>에 해당하는 단어가 범죄나 잘못과 어원
[경제칼럼]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지휘한다
제조업은 서비스업과는 달리 인공지능(AI)에 보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제조 공정에
한인회ㆍ단체 소식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11호(내수동, 대우빌딩)  (주)재외동포신문사 The overseas Korean Newspaper Co.,Ltd. | Tel 02-739-5910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0129 | 등록일자: 2005.11.11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1 재외동포신문. The Korean Dongpo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ngpo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