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포'와 '비보'의 인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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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오포'와 '비보'의 인해전술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7.3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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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매점 36만개, 둘째, 회사 이익을 많은 사람과 나눈다

▲ 이동호 명예기자

오포(OPPO)와 비보(VIVO)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 같기도 하고 중화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이것들이 스마트폰 이름인 줄 알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는 두 강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그런데 아시아·태평양으로 지역을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기업이 4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 선두에 오포와 비보가 있는데 두 브랜드를 만든 인물이 돤융핑(段永平·56) 부부가오(步步高·BBK) 그룹 회장이다.

돤융핑의 성공스토리

돤융핑의 성공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돤융핑은 중국 장시(江西)성에서 태어나 저장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무선전신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1989년 이화그룹 계열사에 취업한다. 이곳에서 학습용 컴퓨터를 개발해 그룹 매출을 뛰어넘는 큰 성과를 올렸다. 30대 중반인 1995년 회사를 나와 부부가오(步步高)를 창업해 오디오와 비디오, 학습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점점 높아진다(步步高)’는 뜻을 가진 이 회사는 MP3 플레이어와 DVD 플레이어 등을 생산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2001년 오포를 설립해 분사시켰고, 부부가오 통신사업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비보를 담당하도록 했다. 2000년 대 초반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피처폰 제조사 중 한 곳으로 성장시켜가다가 2000년대 후반 들어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고 BBK의 피처폰 판매가 급격히 줄자, 돤융핑 회장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는다. 스마트폰 브랜드를 오포와 비보로 이원화해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오포는 중저가, 비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보는 오포와 함께 BBK그룹에 속해 있는 형제 기업으로 오포는 중저가 제품으로 비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는 전술을 쓴다. 과거 값싼 아이폰 복제품 취급을 받던 오포와 비보는 모두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오포와 비보는 각각 중국 시장의 1위(16.8%)와 3위(14.8%)였고 화웨이는 2위(16.4%)였다.

시장조사 업체 IDC 추산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중국에서 스마트폰 1억4700만대를 팔아 화웨이(7660만대), 애플(4490만대), 샤오미(4150만대)를 따돌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작년 4분기 기준 오포와 비보는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에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는 오포는 12.3% 점유율로 애플(12.2%)과 삼성전자(9.4%)를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미국 제외)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저인망식 영업전략 - 국내판매점 36만개 

오포와 비보의 약진은 카메라 기능과 초고속 충전 등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저인망식 영업전략이 주효했다. 오포는 화웨이·샤오미 등 경쟁사가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할 때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소비자와의 ‘스킨십’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전역에 오포와 비보는 각각 24만개와 12만개가 넘는 판매점을 두고 있다. 중소도시에 그물망처럼 포진한 것이다. 전쟁에 비유하면 인해전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브랜드 차별화 - 고화질 카메라 & 고품질 오디오

또 다른 오포와 비보의 판매 전략은 브랜드별로 차별화를 했다는데 있다. 오포는 학생층과 20~30대 여성을 고객층으로 중저가 제품을 내놓고, 비보는 20~40대 남성층을 겨냥해 고가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오포는 2008년 첫 번째 휴대폰을 출시하고 2011년 스마트폰으로 확대했다.

오포는 2012년 셀카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카메라 기능을 내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전면에 16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R9S’ 시리즈를 출시하며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오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비보는 오디오 전문기업인 모회사 BBK의 노하우를 활용해 고품질 오디오와 전문 브랜드 이어폰 등 뛰어난 음향기술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비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성과 애플에 견줄만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X9’으로 30대 미만 젊은 층을 공략했다.

오포는 현재 돤 회장이 회사 운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비보는 2007년 부부가오 그룹이 세운 자회사이다. 초기에는 오포와 비보 모두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배우 송중기 등 글로벌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과 함께 부담 없는 가격에 고급 기능을 탑재한 기기로 젊은 층의 수요를 끌어들였다.

두번째 인해전술 "회사 이익을 많은 사람과 나눈다"

돤 회장이 승기를 잡은 게 압도적인 소매점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이익을 많은 사람과 나눠야 한다. 그들이 회사 발전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신념에 따라 그는 거의 모든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소매점에 주는 판매장려금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많다. 이는 오포와 비보로 옮겨 타는 소비자는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돤융핑. 그의 인해전술은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하기에 초기에는 성장이 느리지만 체제가 갖춰지면 폭발력을 갖는다. “욕속부달(欲速不達). 빨리 가려고 하면 도착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사업도 다르지 않다.” 돤융핑 회장의 사업 철학이다. 서두르지 말고 긴 안목을 가지고 경영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앞으로도 ‘오포·비보’의 진격은 계속될 것이다. 노키아가 한 순간에 쓰러졌듯이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쓰러질 수 있다. 서두르지 않고 긴 안목을 가지고 경영하는 기업에게만 진격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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