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용하는 통일과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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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용하는 통일과 재외동포
  • 이신욱 교수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7.07.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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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욱 교수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영화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한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 대원들의 역경과 그 과정을 그린 한 편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했으나, 성공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되고 조난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세계 산악인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이유는 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다는 것 자체가 산악인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이며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오직 주목하는 것은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그 자체이나, 영화 히말라야 이석훈 감독은 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체력훈련을 위해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장면, 호랑이 같은 엄홍길 대장의 지옥훈련,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원들의 힘이 드디어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를 에베레스트 앞에 서게 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며 기초였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중 하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가 에베레스트를 단번에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에베레스트와 같은 고산지대는 고산병이 있어 적응하지 못한 현지인과 산악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고산병과 추위에 대비하고 몸을 적응시키기 위해 항상 중간 중간에 캠프를 설치하고 길을 만들면서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을 노린다. 그 캠프들 사이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날씨예보와 기상상태를 파악하여 정상에 도전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과정을 통해 드디어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다. 

통일은 에베레스트 등정과 같다. 우리는 냉전 붕괴 이후 북한정부를 내일 붕괴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북한붕괴설’에 집착해왔다. 한 해 한 해 북한붕괴를 외치며 분단 70년을 넘어가고 북한은 고립과 제재, 핵개발로 인해 분단은 더 고착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간섭과 중·러와의 마찰과 대립을 낳았고, 지난 정권의 외교력 부재는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제마찰을 일으켰다. 북한에 대한 무력 정벌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로 말미암아 실현 불가능하며 평화통일의 대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은 통일에서 보다 멀어진 것처럼 보이고 있다.

지난 반세기,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진 경제발전, 민주화의 성공, G20, 북방 외교의 성공 등등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지며 우리는 마치 영화에서처럼 북한산, 지리산, 한라산을 질풍노도와 같이 정복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통일이란 만만치 않고 통일 후 나타날 남북 간 정치·경제 차이, 이질적 국민성, 계층차이, 동북아 질서 등 수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어, 통일은 마치 히말라야 얼음절벽에 가로막힌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내용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남북관계의 큰 전환을 의미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이야기해 왔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 달성은 북한을 이미 능가했고 정치적으로 흡수통일을 말하며 국제적으로 북한을 압박해왔고 그 결과물로 핵개발과 남북전쟁의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한 평화공존은 전쟁과 핵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안정화시키고 나아가 남북 신뢰 형성의 기초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흡수통일 배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 보장을 기초로 그동안 상실한 남북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구체적 실행방법으로 이산가족상봉, 동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제시하며 북한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 대북 포용 정책을 시행하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은 남북관계의 신뢰회복을 위해 가치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21세기 통일정책이 너무 남북관계에 몰입되어서는 곤란하다. 문재인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재외동포문제를 적극 활용하기를 권고한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는 수많은 재외동포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 재외동포들에 대한 소통과 포용정책은 통일 환경조성에 큰 도움이 되고 특히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포용정책은 북한과의 또 다른 연결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체제경쟁에서 이겼으며 한국주도의 통일정책을 말하는 대한민국정부에게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포용정책(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입국허용)은 통일을 위한 관계 회복과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음을 감히 말하고 싶다.

통일의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수많은 이들이 땀을 흘려왔다. 대한민국의 국력 성장에 이바지한 분들의 노고와 희생은 잊지 말아야 하며 우리사회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이제는 포용사회로 전환돼야 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포용국가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했다.) 진정한 포용사회로의 전환은 통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민족번영의 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길고 험난한 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시작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통일의 마지막 '험난 코스' 에베레스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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