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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전주(全州)라는 이름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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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2  09: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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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옛 역사서를 읽을 때 나에게 제일 눈이 가는 것은 지명(地名)이다. 요즘 말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떤 수수께끼보다 재미있다. 퍼즐을 하나씩 맞추다가 갑자기 큰 그림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기쁨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어떤 도시를 방문할 때 그 도시의 이름에 관한 역사를 읽고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곳을 방문하는 느낌도 난다.

전주(全州)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전주에 관한 역사를 읽다가 지명에 생각이 닿았다. 주(州)라는 한자는 고을이나 땅이라는 어휘이기에 특별함은 없다. 그런데 전(全)이라는 한자는 완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완전한 고을이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은 모두가 좋은 마을, 모두에게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가 된다. 참 좋은 뜻이다.

전주라는 지명을 살펴보다가 전주의 옛 이름이 완주(完州), 완산주(完山州)임이 생각났다. 보통 한자 지명은 순 우리말 지명을 훈독(訓讀)하여 바꾼 경우가 많다. 즉, 같은 뜻의 한자로 바꾸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완산주의 순우리말은 알 수 없으나 완산주나 완주가 원래 지명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완주가 전주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것은 훈독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너무도 당연하다. 완(完)이 곧 전(全)이기 때문이다.

완(完)과 전(全)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어휘는 아이러니하게도 <완전(完全)>이다. 완전이라는 말은 언어학에서는 같은 뜻의 말이 중첩되었다고 하여 동의중첩이라고 한다. <완전>은 모자라거나 흠이 없음을 나타내는 어휘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이라는 어휘에 주로 <무결(無缺)하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완전무결하다는 표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완주와 전주는 같은 우리말을 한자로 달리 표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완전하다와 비슷한 말 중에 <온전하다>가 있어서 흥미롭다. ‘온전하다’라는 어휘는 구성이 특이한 어휘다. ‘온’은 순우리말이고, ‘전’은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완전은 같은 뜻의 한자어가 합쳐진 말이지만, <온전>은 같은 뜻의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합쳐진 어휘이다. 온과 전은 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그렇다면 완이나 전의 순우리말은 ‘온’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온’은 온종일이나 온 세상, 온 누리 등의 표현에서 나타난다. ‘모든, 완전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온은 접사로 ‘꽉 찬’, ‘완전한’, ‘전부의’ 따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도 쓰인다.(표준국어대사전) 한편 ‘온’은 형태상으로 볼 때 뒷말을 꾸미는 표현이다. 형용사의 관형형으로 볼 수 있다. ‘헐다’와 ‘헌’, ‘줄다’와 ‘준’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온과 관련이 있는 어휘는 <올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어에는 올다라는 말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중세국어에는 <올다>가 완전하다는 의미로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흔적이 ‘올바르다’나 ‘올곧다’에 남아 있다. ‘올바르다’를 ‘옳고 바르다’의 합성어로 보기도 하나 ‘올다’라는 표현을 찾을 수 있다면 ‘올다’와 ‘바르다’의 합성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유창돈 선생은 <어휘사 연구>에서 올다의 사용을 밝히고 있다. 올바르다는 완전히 바르다는 뜻으로, 올곧다는 완전히 곧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완전하다는 의미의 <온>을 백(百)을 나타내는 수사 <온>과 관계 짓는 논의도 있다. 백이라는 숫자가 단순히 숫자만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 ‘모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이라는 말은 백 가지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에서 수수께끼를 하나 덧붙일 수 있겠다. 백제의 첫 임금은 이름이 온조(溫祚)이다. 여기에서 백과 온의 관련성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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