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全州)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전주에 관한 역사를 읽다가 지명에 생각이 닿았다. 주(州)라는 한자는 고을이나 땅이라는 어휘이기에 특별함은 없다. 그런데 전(全)이라는 한자는 완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완전한 고을이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은 모두가 좋은 마을, 모두에게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가 된다. 참 좋은 뜻이다.
전주라는 지명을 살펴보다가 전주의 옛 이름이 완주(完州), 완산주(完山州)임이 생각났다. 보통 한자 지명은 순 우리말 지명을 훈독(訓讀)하여 바꾼 경우가 많다. 즉, 같은 뜻의 한자로 바꾸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완산주의 순우리말은 알 수 없으나 완산주나 완주가 원래 지명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완주가 전주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것은 훈독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너무도 당연하다. 완(完)이 곧 전(全)이기 때문이다.
완(完)과 전(全)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어휘는 아이러니하게도 <완전(完全)>이다. 완전이라는 말은 언어학에서는 같은 뜻의 말이 중첩되었다고 하여 동의중첩이라고 한다. <완전>은 모자라거나 흠이 없음을 나타내는 어휘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이라는 어휘에 주로 <무결(無缺)하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완전무결하다는 표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완주와 전주는 같은 우리말을 한자로 달리 표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완전하다와 비슷한 말 중에 <온전하다>가 있어서 흥미롭다. ‘온전하다’라는 어휘는 구성이 특이한 어휘다. ‘온’은 순우리말이고, ‘전’은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완전은 같은 뜻의 한자어가 합쳐진 말이지만, <온전>은 같은 뜻의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합쳐진 어휘이다. 온과 전은 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그렇다면 완이나 전의 순우리말은 ‘온’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온’은 온종일이나 온 세상, 온 누리 등의 표현에서 나타난다. ‘모든, 완전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온은 접사로 ‘꽉 찬’, ‘완전한’, ‘전부의’ 따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도 쓰인다.(표준국어대사전) 한편 ‘온’은 형태상으로 볼 때 뒷말을 꾸미는 표현이다. 형용사의 관형형으로 볼 수 있다. ‘헐다’와 ‘헌’, ‘줄다’와 ‘준’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온과 관련이 있는 어휘는 <올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어에는 올다라는 말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중세국어에는 <올다>가 완전하다는 의미로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흔적이 ‘올바르다’나 ‘올곧다’에 남아 있다. ‘올바르다’를 ‘옳고 바르다’의 합성어로 보기도 하나 ‘올다’라는 표현을 찾을 수 있다면 ‘올다’와 ‘바르다’의 합성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유창돈 선생은 <어휘사 연구>에서 올다의 사용을 밝히고 있다. 올바르다는 완전히 바르다는 뜻으로, 올곧다는 완전히 곧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완전하다는 의미의 <온>을 백(百)을 나타내는 수사 <온>과 관계 짓는 논의도 있다. 백이라는 숫자가 단순히 숫자만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 ‘모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이라는 말은 백 가지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에서 수수께끼를 하나 덧붙일 수 있겠다. 백제의 첫 임금은 이름이 온조(溫祚)이다. 여기에서 백과 온의 관련성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