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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스타트업 진흥시대를 열자플랜 B - '스타트업 진흥프로그램'을 시동하라
이동호 명예기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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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7  12: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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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휴대폰의 선두주자 -  노키아의 몰락

2013년 노키아는 침몰한다. 사실 그 때만 해도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다. 막상 망하고 나서야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고, 핀란드에서 노키아를 빼면 핀란드라는 국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좀 과장되게 이구동성 수군거렸다. 왜냐하면 노키아의 위력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전체 법인세의 23%를 부담했던 휴대폰 기업, 2011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노키아, 이 1위 자리는 노키아가 15년간 지켜온 선두자리였다. 그러나 노키아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2012년 1위 자리를 삼성에게 내준 후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13년 9월3일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했다고 공표된다. ‘노키아 붕괴’가 전 세계 톱뉴스로 장식됐다.

메스컴들은 추락한 이유를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관료화됐다라는 분석 기사를 쏟아낸다. 노키아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어디서나 모두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그거 제가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앱스토어, 그거 먼저 도입한 것도 저예요. 지하철에서 휴대폰 게임하는 사람들, 그럴 줄 알고 휴대폰에 처음 게임을 장착한 것도 저 노키아란 말입니다. 그런데 왜! 왜 제가 망한 걸까요?”

노키아 이후, 핀란드 정부의 선택 - 창업 장려

2013년 노키아가 침몰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사랑이 떠나면 다른 사랑이 찾아오듯 핀란드는 또 다른 단계로 진화한다. 핀란드 정부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나서서 창업을 장려한 것이다.

그 인큐베이터에서 ‘앵그리버드’가 태어났다. 손주뻘인 ‘클래스 오브 클랜’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인기차트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여기서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에게 축복이 돼 돌아온다. 어떻게 축복이 돼 돌아왔는지, 거기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노키아가 붕괴하자 핀란드에는 큰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키아에서 일했던 엔지니어와 기술자들 등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자들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놨다. 그중에 하나가 수도 헬싱키 인근에 위치한 알토대학에 IT 창업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적 전략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창업 생태계 구축 - 3전략

이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20년 계획 안에는 세 가지 핵심 프로그램이 있다. 스타트업 사우나, 슬러시 콘퍼런스, 스타트업 라이프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중 재미있는 것이 ‘스타트업 사우나’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5주짜리 프로그램이다. 개발자가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집중 멘토링과 창업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한다.

‘슬러시 콘퍼런스’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IT 투자회의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자리다. 돈이 많아 어디에 쓸지 고민인 투자자와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배고픈 개발자들이 소개팅하는 자리인 셈이다.

‘스타트업 라이프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추천한 젊은이들을 전 세계 스타트업 업체에 보내 훈련을 받고 돌아오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핀란드 정부는 창업 상담 & 물주

핀란드 정부는 알토대학 안에 기술, 디자인, 경영 등 창업과 관련한 학문을 모아 IT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배급, 플랫폼 개발, 캐릭터 산업의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서다. 앵글리버드를 만든 로비오를 비롯한 스타트업 연구소, 기술개발원 등이 한곳에 모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술개발원은 예비 스타트업 창업자의 물주다. 매년 기업 1,500곳과 연구 기관 600곳에 약 7천억 원을 푼다. 한 기관당 평균 3억 원이 넘는 지원금이 돌아간다.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고? 어디 한 번 들어보자. 흠···. 창업을 하려면 이런 저런 단계가 있으니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봐. 좋아, 이 정도면 실행할 만하겠는데? 한 번 해봐, 여기 3억 줄 테니까.’ 재벌 부모와 자식의 대화가 아니다. 핀란드 창업기술지원기관과 예비 스타트업 사업가의 대화다. 3억이 적다고? 만약 전문가가 판단하기에 정말 될 법한 아이디어라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핀란드 스타트업이 유럽 전체의 1/4

기술개발원은 2012년부터 창업 지원을 신청한 업체 중 40여 개를 선정해 한 업체당 평균 150억 원씩 통 크게 지원했다. 그 중 75퍼센트가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정부의 적극적인 인큐베이팅 정책 덕분에 핀란드에는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이제는 유럽 인구의 4퍼센트밖에 안되는 핀란드에서 유럽 전체 스타트업의 4분의 1이 탄생한다.

이렇게 핀란드 기술개발원의 지원으로 탄생한 대표적 기업 ‘슈퍼셀’은 2014년 매출이 1조8800억 원에 직원 수는 150명 정도이다. 그러면 1인당 매출액이 125억 원? 하루에 50억 원 씩 번다고? 게임보다 이 회사의 매출이 가상현실이다. 슈퍼셀은 창업 당시 아홉 평 공간을 빌려 재활용센터에서 가져온 책상 여섯 개를 두고 시작했다. 성공한 기업들이 모두 철학이 그렇듯 슈퍼셀도 시작은 미약했으나 철학이 있었다.

삼성이 몰락하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노키아는 무너졌어도 핀란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서 ‘삼성이 몰락하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노키아가 한창 잘나갈 때 핀란드 국내총생산 중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5퍼센트였다. 삼성은 2014년 기준 대한민국 총 생산의 13.8퍼센트를 차지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노키아의 수출 규모는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20퍼센트였고 2015년 삼성의 수출액은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25퍼센트였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생산과 고용 등 경제활동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면 삼성과 노키아는 닮은 데가 많다. 하지만 삼성이 무너져도 대한민국에 축복이라는 말이 나올까? 우리나라가 핀란드처럼 재빠르게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이유는 한국과 핀란드가 많이 다르다는 데 있다.

노키아가 몰락하고 핀란드의 경제가 재빠르게 회복한 건 노키아 덕이 아니다. 핀란드 정부 덕이다. 노키아는 핀란드에서 제일 큰 회사지만 사업 영역이 휴대폰 및 관련 기술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삼성은 단순히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다. 전자제품, 건축, 놀이공원, 자동차, 의류, 보험, 보안 서비스, 면세점 등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삼성그룹에 속한 개별 기업은 순환출자로 엮어 있어 하나가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진다. 삼성에 납품하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파괴력은 증폭된다.

핀란드 정부의 성공사례를 배우자

핀란드에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수평 구조를 갖춰 자체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한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하청업체는 종속성이 심해 갑의 영향을 을이 고스란히 받는다. 삼성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우량기업으로 분류돼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도 받는다. 삼성이 무너질 경우 수직 계열사는 물론이고 관련 하청기업의 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노키아가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기업도 생로병사가 있는 법, 유비무환(有备无患)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 해도 그 결과가 너무나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노키아에 다니던 사람들이 줄줄이 실업자가 됐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오지 않았다. 노키아 출신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수가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만 갖고는 할 수 없었다. 이때 핀란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해외 투자자를 알선했다. 스타트업 사우나도 시키고, 슬러시 콘퍼런스도 마시게 해가며 창업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한국 은퇴자 창업의 레드오션

한국은 어떨까? 다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녀도 조기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며 40대만 돼도 자리가 불안하다고 한다. 그렇게 밀려 난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경험도 없이 자영업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프렌차이즈 치킨집과 카페의 레드오션이 열의 아홉을 밀어낼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이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를 벗어나려면 오로지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창업을 장려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손을 걷어붙이고 스타트업 진흥프로그램을 실천해 나가야한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탈피해 가기 위해서라도 변화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한국정부는 플랜 B - 스타트업 진흥프로그램 시동하라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고 최선을 희망하는 것이 답이다. 기업도 개인도 위기에 부닥칠 때 가장 피해가 적도록 미리 위기를 대처할 시나리오를 짜둘 필요가 있다. 이것이 플랜 B다. 플랜 A는 위기가 오지 않게 자유시장경제가 공정하게 제 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계란도 한 바구니에 많이 담지 말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은 삼성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 삼성이 흔들려도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는 노키아 몰락 후 핀란드 정부가 취했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고 유비무환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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