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태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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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성태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7.06.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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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아방가르드(State Avant-garde) 주제로 1968년과 2018년을 비교할 계획

▲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지난 6월 8일, 2018 베니스 비엔날레 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를 선정했다.

예술위는 지난 3월 31일부터 5월 14일까지 공모를 통해 서류를 접수했고, 1차 서류심사를 거쳐 3인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어 한국관 전시계획안 프레젠테이션 및 인터뷰로 구성된 2차 심의를 통해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를 총괄할 예술감독을 최종 결정했다.

▲ 1995년 건립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모든 비엔날레의 어머니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역사는 1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처의 25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뜻으로 베니스시가 창설한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다.

우리나라는 비엔날레가 100주년을 맞은 해인 1995년에 당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공헌으로 국가관을 개관했다.

선정 소식을 듣고 7월 첫 베니스 준비 방문을 앞두고 있는 박성태 이사를 재외동포신문이 만났다.

박성태 이사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LCC)에서 출판학 석사를 취득한 뒤 큐레이팅 그리고 출판·편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왔다.

중앙일보와 월간미술 기자, 공간 편집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건축신문' 편집인을 맡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뉴 셀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아르코미술관, 2016’, ‘파빌리온 씨: 움직이는 구조체, 아르코미술관, 2015’, ‘협력적 주거 공동체 Co-Living Scenarios, 서울시립미술관, 2014’ 등이 있다.


Q: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맡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우선 이번 건축전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내년 5월 26일부터 11월 25일까지 반년 동안 ‘Freespace(자유공간)’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베니스시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립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과 격년으로 열리는 건축전은 건축계에서 가장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년 전시는 그대로 본국으로 옮겨와 이듬해 2019년에 아르코미술관에서 다시 전시될 예정입니다.

Q : 아 그럼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준비하기 부족하지는 않은 시간인지요?
A : 베니스와의 지리적 거리도 있고 해서 기획부터 전시 완성까지 해내기 1년이라는 시간이 절대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사정 고려해서 좀 빨리 뽑아도 되는데 꼭 1년 전에 뽑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번 비엔날레 전체 주제가 엊그제 발표되었다는 점 생각하면 아주 늦은 것도 아닌 것 같아요. 

Q : 주제 ‘Freespace(자유공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A : 예, 일단 지난해 15회 주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맥락이 이어질 것 같은데요. 지난 대회 주제는 ‘전선(前線)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였습니다. 

 이 주제는 지금까지 건축이 너무 권력이나 돈의 필요에 의해서만 행해졌다는 데 대한 반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권력 있고 돈 많은 이들이 아늑함을 느끼는 공간은 넓어지지만 대신 많은 이들의 삶은 피폐해지게 됩니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건축의 기본 역할이라고 하면 거기서 멀어졌다는 반성이지요.

그렇게 누구나 거리낌 없이 접근해서 삶의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을 잘 만들고 싶은 욕심, 누구나 잘 쉬고 잘 먹고 잘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바람, 건축가라면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요. 그런데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 필요에만 맞추다 보면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게 힘들지요.

여기서 ‘전선’(the Front)이란 반성 속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을 뜻하고요. 그런 모습들을 담은 기록들을 보여준 전시회였지요.

내년 전시회 주제 ‘Freespace(자유공간)’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Space)에 아예 자유를 부여한 것이지요.

공간이란 사회문화적인 공유재인데 정치경제적인 도구재가 된 현실에 대한 반성, 정리하면 이런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진제공 박성태
Q : 건축계에서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 꽤 중요한 행사라고 하셨는데 그 의의를 한 번 더 짚어주신다면요?
A :  베니스 건축전 참가는 다른 나라 건축가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세계 건축 최신 트렌드와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거든요.

내년 대회만 해도 이미 서구에서는 공공공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있어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전시에 대한 기대도 많습니다.

Q : 준비팀은 몇 명 정도로 구성되는지요?
A : 모두 20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얼마 전에 팀 구성은 완료됐습니다. 저까지 큐레이터는 네 명이고요. 웹 사이트 만들고 저희 전시를 알릴 책자도 만들어야 하고 대외 홍보도 담당해야 하고 해서 20명이지만 인력이 충분한 건 아닙니다. 열심히 해야지요.

Q : 한국관이 지어진 것이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 되는 해이던 1995년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가 별 독립 전시 공간이 있다는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A : 영화제로 따지면 한국관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칸 영화제 예를 들면 특정 감독이나 특정 배우가 그 해에 특별히 초대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한국영화만 트는 전용관이 영화제 때마다 운영된다는 이야기지요.

한 건물 전체를 우리 생각대로 꾸미고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물론 미술전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축전에서도 꽤 의미있는 일입니다.
 
▲ 사진제공 박성태
Q : 지난 15회 대회 우리 한국관 건축전 주제는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이었는데요. 준비하실 16대 대회 주제가 혹시 정해졌는지요?
A : 예 ‘스테이트 아방가르드(State Avant-garde)’입니다. 1968년과 2018년 50년 주기의 두 아방가르드(전위)를 비교하면서 대중에게 말을 걸 예정인데요. 68 혁명으로 유명한 1968년 즈음은 우리 나라에서 국가 주도의 아방가르드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얼마전 리모델링한 세운상가도 건립 당시에는 상당히 특이한 건축물이었잖아요?

그렇게 50년 전 국가가 추동한 아방가르드에 대한 회고를 한 쪽에 담고 다른 한 쪽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민 중심의 마치 반딧불과 같은 작은 아방가르드를 담으려고 합니다.
 
▲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시민전위(civic avant-garde)는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기존의 국가 주도형 도시에 대한 대안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인데 지역의 공용 공간, 시민 자산화 등 새로운 공동체와 관계 맺음을 위한 시도들을 주목하려 합니다.
 
물론 아직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고 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이 우리 도시건축의 지향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Q : 경력을 보면 예술학 전공, 신문 기자, 예술 전문지 편집장, 건축재단 이사, 그리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예술감독까지 화려하면서 복잡한 것 같습니다.
A : 예,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이 중앙일보였는데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보통 취재하는 기자라기 보다는 중앙일보에서 펴내는 미술 전문지 ‘월간 미술’ 에디터 였다는 게 맞습니다. 지면에도 글을 쓰기는 했지만 횟수가 많지는 않았어요.

아, 예술학과가 뭐를 배우는 지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미학과 미술사를 반 정도씩 배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미술 전문지 에디터로 일하게 된 것이고요.

Q :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미술과 건축이 분명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미술 전문가에서 건축전 예술 감독이 되셨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공간을 다루는 잡지들 보면 모두 100% 건축 주제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단 건물을 지을 토대인 도시 이야기가 있고 그곳의 예술 이야기가 있어야 건축물이 주목을 받게 되니 도시, 예술, 건축 세 가지 주제가 어우러지지요.

잡지를 만들다보니 건축 분야에도 전문성이 생기게 되고, 무엇보다 제가 건축을 주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건축의 영역을 크게 기능 설계와 예술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면 저는 기능 설계가 아니라 예술 디자인 쪽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니까 건축물 자체와 그 기능보다는 건축물이 그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 사람, 항상 외부자의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Q :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하는 일을 좀 설명해주신다면요?
A : 건축에 대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서울에 1인 가구가 30%가 넘는데 그럼 그들을 위한 건축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지요.

Q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 이번 전시가 공공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공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 당장 잠자고 공부하는 개인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더라도 사는 게 그렇게 피폐하지 않을 거예요.

정림문화건축재단 사무실과 함께 있는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통의동집’이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만을 위한 독립 공간과 함께여서 즐거운 공유 공간의 새로운 균형’을 슬로건으로 개인 공간과 함께 쓰는 공간을 나눠 놓았거든요.

Q : 언제 처음 베니스에 가십니까?
A: 우선 7월에 한 번 가서 대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9월에 한 번 더 갈 것 같습니다. 올해 가는 건 실무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미술전 전시도 보고 전시장 컨디션도 보는, 그러니까 사전 준비를 위한 거지요.

Q : 멋진 전시 기대하겠습니다.
A : 감사합니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1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활동하는 여성 건축가 이본 파렐(Yvonne Farrell)과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를 제16회 국제건축전 총감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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