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생명 불어넣다…싱가포르 한인도슨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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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생명 불어넣다…싱가포르 한인도슨트모임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7.06.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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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한인 전시해설자들, 치밀한 준비로 조선왕조특별전 관람객 호평

▲ 싱가포르 FOM 한인도슨트 모임 회원들은 4월22일부터 7월23일까지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조선왕조의 예술과 문화’ 전에서 6월 중순까지 500여 관람객에게 조선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전시해설 준비를 마친 '조선왕조 리서치팀' 단체사진 (사진 FOM 한인도슨트모임)

4월 말 어느 토요일, 싱가포르 강변에 위치한 아시아문명박물관 앞에서 익숙한 사물놀이 가락이 흘러나왔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 싱가포르의 특징을 보여주듯 사물놀이에 흠뻑 빠진 이들의 국적은 다양했지만 모두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어 함께 어깨를 들썩였다. 박물관 안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가 동남아시아 도시국가 싱가포르 국민들과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4월 22일부터 오는 7월 23일까지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특별전 ‘조선왕조의 예술과 문화’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를 알리는 기회인 동시에 고국을 떠나 싱가포르 땅에 뿌리 내린 현지 교민들에겐 다시 만난 첫 사랑 같은 깜짝 선물이다. 교민들은 항상 책이나 영상을 통해 보여주던 우리 역사를 아이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해외 전시 특성 상 모든 표제와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어 우리 전통 문화 자료에 대해 일단 영어로 해석해서 그 의미를 다시 한국어로 변환하는 과정은 뭔가 아쉬운 일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전시 시작 전부터 미리 한국어 해설을 준비한 한인 모임이 있다. 바로 FOM 한인 도슨트 모임(이하 한도모)다.
 

▲ 싱가포르 FOM 한인도슨트 모임 회원들은 4월22일부터 7월23일까지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조선왕조의 예술과 문화’ 전에서 6월 중순까지 500여 관람객에게 조선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 FOM 한인도슨트모임)

2013년 시작된 싱가포르 한인 해설봉사자 모임

한도모는 비영리 단체인 ‘프렌드 오브 뮤지움(Friend Of Museum)’의 도슨트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싱가포르 소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한국어로 진행하는 무료 해설 봉사 ‘뮤지움 산책’을 제공하는 모임이다.

2013년 5명으로 시작한 한도모는 현재 15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벌써 햇수로 5년째를 맞는 뮤지움 산책은 벌써 200회 이상 진행됐고 6,000명이 이들의 설명을 들었다.

싱가포르 현지 문화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통과 역사, 현대 미술 등 해설 주제도 날로 다양해졌다. 뮤지움 산책은 싱가포르를 처음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교포들까지 찾는 프로그램이다.

한도모 도슨트들은 현재 아시아문명박물관을 비롯해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싱가포르아트뮤지움, 페라나칸, 말레이헤리티지, STPI 판화갤러리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적의'에 대해 설명하는 이은아 도슨트(사진 FOM 한인도슨트모임)

조선왕조 특별전 위해 치밀한 사전 준비 시작

“조선왕조 특별전이 싱가포르를 찾는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을 할 기회가 온 것이었거든요”

이번 특별전 개최 소식은 한도모 모든 회원들에게 엄청난 기쁨으로 다가왔다. 본국의 유물을 싱가포르인에게 가장 정확하고 자세히 소개하고 더불어 교민들에게 우리말로 전시 자료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시가 시작된 4월 말부터 지금까지 한도모 회원들은 전시 유물들과 관객 사이 거리를 좁히며 전시장을 찾은 이들을 몇 백 년 전 한양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 조선왕조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한지원 도슨트 (사진 FOM 한인도슨트모임)

준비는 3월 말부터 시작됐다. 한도모 회원들은 특별전 해설을 위해 ‘조선전 리서치팀’을 만들고 150개 유물에 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찾았다. 해외 유명 뮤지움에 소개된 영문 자료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자료까지 뒤져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서로 공유했다.

이렇게 자료를 찾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자료를 완벽히 소화하고 실제 앞에 관람객이 있다고 가정하고 진행되는 마지막 발표는 더욱 더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오기 힘든 기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 정조화성반차도를 설명하는 팽수진 한인도슨트 모임대표

지인-가족과 재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뮤지움 산책-조선왕조 특별전’은 매회 꾸준히 20여 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6월 중순까지 약 500여 명 정도가 한도모가 정성들여 준비한 설명 속에 조선왕조 예술과 문화를 만났고 지인 또는 가족을 데리고 다시 전시회장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 시왕도에 대한 설명

뮤지움 산책에 참가한 관람객 김난영 씨는 “일본 등 타국 도슨트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며 “한국인 도슨트를 통해 한국어로 설명을 듣는 것은 상상 밖의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한도모 회원들은 이번 기회로 한인 도슨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한국의 문화를 함께 알리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싱가포르에 정규 한국어 전시 횟수도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삼일유가도에 대해 설명하는 정성희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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