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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민이야기] 쿠바 코레아노의 여정-리윤근의 국민회 입회증서한국이민사박물관 소장자료 소개 시리즈…⑧
신은미 한국이민사박물관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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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4  14: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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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부터 1905년까지 이루어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의 이민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1905년 5월,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향하던 1,033명의 이민자들이 있었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아이들의 교육이 보장되고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다는 믿음으로 4년간의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떠난 여정이었지만, 이민 중개인에 의해 단 한차례로 끝난 불법 노동 이민이었다.

유카탄 반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에네켄 가시와 싸우며 4년간의 노예와 같은 생활이 끝난 1909년 한인들은 채무 노예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 조국은 일본과 합병되어 돌아갈 수도 없었고 멕시코는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서 생존을 위한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1921년 멕시코 한인 288명이 쿠바로 재이민을 가게 되었다. 이들이 쿠바 한인의 시작이다.

쿠바로 이주한 한인들은 마탄사스 농장지역의 에네켄 농장에서 집단촌을 형성하였다. 당시 아바나주재 일본영사관에서는 한인들에게 재외국민으로 등록할 것을 강요하였지만 한인들은 등록을 거부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한인대표기구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한인국민회 쿠바지방회가 1921년 6월 조직되었고 쿠바 정부로부터 정식 관허장을 받았다.

쿠바의 한인들이 상부상조하고 교육 및 독립운동을 후원하는데 쿠바국민회의 역할이 컸다. 한인들은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국민회 의무금을 거두어 미주의 국민회에 보냈으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2세들에 대한 한글을 가르치며 조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민회 입회증서를 통해 1905년 멕시코로, 1921년 다시 쿠바로 재이민을 떠났던 한인들의 삶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 (좌)증서 앞면. / (우)증서 내용-안쪽 펼침면. (자료 한국이민사박물관)

엽서 크기의 빛바랜 국민회 입회 증서의 주인공은 증서가 발행된 1941년 현재 54세로 직업은 노동이며 이름은 리윤근이다. 증서의 앞면은 상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윗부분에는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여 인적사항과 함께 대한민국 23년, 즉 1941년 6월 10일에 국민회 회원 자격을 득하였음을 밝혀놓았고, 아랫부분에는 사진과 함께 인적사항이 간략하게 영어로 적혀있다.

이를 통해 리윤근은 1888년 평양에서 태어났으며 열여덟살되던 해인 1905년 5월 15일 멕시코 유카탄에 도착했고, 서른네살 되던 해인 1921년 3월 25일 쿠바로 재이민을 왔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입회증서 한 장에 고단했던 한 사람의 역사가 담겨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쿠바 한인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멕시코 이민은 한 차례에 불과했고 쿠바로의 재이민도 제한적이었다. 1945년 쿠바 내정 변화, 1959년 쿠바혁명 등으로 고국과 단절된 세월은 더 깊어졌고 그만큼 현지화 진행이 빨리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한인회를 조직하며 고국을 그리워했던 선조들의 마음에 숙연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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