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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민이야기] 멕시코 에네켄 농장 한인들의 고난과 염원한국이민사박물관 소장자료 소개 시리즈…⑦
이현아 한국이민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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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2  16: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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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켄 작업 도구와 국민회 입회증서

1905년 4월, 1,033명의 한인은 인천 제물포를 출발하여 이역만리 낯선 멕시코로 향했다. 영국 상선 일포드호(S.S.Ilford)를 타고 멕시코의 남부 살리나크루스 항구에 도착한 한인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기대 속의 지상 낙원이 아닌 유카탄의 뜨거운 불볕더위와 난생 보지도 못한 에네켄 밭이었다. 이들의 이민은 1902년 12월에 시작되어 1905년 총 64회 이루어진 하와이 공식 이민과는 달리 이민 중개인에 의해 단 한차례로 끝난 대규모의 불법 노동 이민이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도착한 한인들은 30여 개의 에네켄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져 4년간의 강제 노동을 하여야만 했다. 에네켄은 선인장과에 속하는 용설란(龍舌蘭)의 일종으로 다육질의 잎은 아주 두껍고 양옆으로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들이 무수히 솟아있는 섬유 식물이다. 2m가 넘는 에네켄 잎을 잘라서 으깨면 흰 실타래가 되는데, 이것으로 선박용 로프나 마대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에네켄 농장에서의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에 대해 인천 출신 최병덕 선생은 “손에는 하루도 피가 멈출 날이 없었고 가시에 찔려 항상 몸이 엉망진창이 되었으며 감독들은 채찍으로 때리기 일쑤였다.”고 회상하였다.

   
▲ (좌)에네켄 농장에서 한인들이 작업시 사용했던 낫, 칼, 가위, 1906년 /  (우)황해도 출신 신봉권이 메리다시 국민회 지방회에 가입한 입회증서, 1909  (자료 한국이민사박물관)

이 같은 멕시코 한인의 비참한 생활상이 국내에 알려져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도 하였지만 당시 어지러운 국내 정세 속에 미완으로 끝났다. 한편 미주에 있는 대표적인 한인 단체인 국민회는 멕시코 동포들의 참상을 듣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황사용과 방화중을 선정하여 멕시코로 파견하였다. 이들은 한인을 위무하는 한편, 메리다에 지방회 조직에 착수하였다. 이로써 계약 만기를 3일 앞둔 1909년 5월 9일 국민회 메리다지방회가 창립하게 되었고, 이후 멕시코의 한인들은 동포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지방회를 설립하여 한인들이 서로 돕고 고국의 독립운동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민회를 중심으로 한인들은 민족적 단결을 꾀하였으며, 1910년 조국이 강제 병합되자 규탄 시위를 벌였고, 국어 학교를 세워 민족 교육도 실시하였다.

에네켄 농장의 한인들은 1909년 5월, 4년간의 노동계약이 끝나고 해방될 수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조국은 일제에 강제 병합되어 돌아갈 수 없었고, 멕시코 내란과 혁명의 와중에서 한인들의 생활은 향상되지 못하고 통일된 한인사회를 이루지 못한 채 각지로 흩어졌다. 단 한 차례로 끝난 멕시코 이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혼혈이 증가하고 한국어를 잊어 가면서 민족적 정체성도 점차 상실하여 갔다. 이들 중 288명은 1921년 다시 쿠바로 재 이민하게 돼 새로운 쿠바 이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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