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호주 예비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젝트’ 준비 상황 점검 차 방한한 호주한인공익재단(Korean Australian Community Support Inc) 승원홍 이사장을 만났다.
2007년부터 시드니 한인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의 말에는 대화 내내 1970년대 대한항공 시드니 지사장 시절부터 40년 넘게 함께 한 호주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한 마디라도 더 보태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려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우선 방한 이유부터 물었다.
“이번 여름 진행될 ‘2017 3rd Media Student Scholarship Program to Korea'(7월4일~15일 서울) 사전 준비, 점검 차 왔어요. 프로그램 진행 될 장소도 한 번 둘러보고 여러 가지 확인할 것도 좀 하고...”
이번 행사에 대해 조금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자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이어졌다.
“호주 미래 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그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호주와 인연을 맺은 게 벌써 40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시드니 한인회장(2007~2009), 한인상공인연합회장(1997~1999) 등을 맡으며 호주 한인사회에도 많은 역할을 했지요. 그렇게 바쁘게 살아오던 날들을 돌아보니 호주 사회에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게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떠오른 게 호주에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방문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호주사회는 여전히 백인 중심이어서, 사람들이 한국이나 호주한인사회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서 의도치 않게 편향적인 보도가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미래 호주 언론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게 하면 이런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3회째가 됐습니다.”
약간 숨을 고른 뒤 반세기 전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반세기 간 그의 삶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듣는 내내 숨이 찰 정도로 승 이사장의 말에는 쉼표가 없었다. 그가 전하는 내용을 들으니 쉼표가 없는 건 그가 살아온 지난날도 마찬가지였다. 1966년 서울대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한 대학생 승원홍은 외교관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꿈을 내려놓아야 하는 사건이 터진다.
“졸업을 앞두고 10월 유신(1972년 10월)이 터졌어요. 그걸 보면서 아 이 정부에서 나라의 녹을 먹으면 안 되겠구나 했지요. 그래서 외교관 꿈 포기하고 유신 이듬해 대한항공에 입사했습니다.”
대한항공 입사 후 9년 동안 대한항공 본사 영업부 사원, 사우디 제다․호주 시드니 지사장을 거친 그는 1983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한다. 시드니 지사장 경험을 살려 생활 무대를 아예 호주로 옮겨 그곳에서 여행사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 시드니 지사장 승원홍에서 롯데여행사 대표 승원홍으로 변신한 것이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할까요? 당시 호주인들 한국행 여객기 타게 하는 사업을 저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판단했어요. 또 항공사에서 일하다보니 곧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양국 간을 오가는 인원도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고요.
다른 분들과 구별되는 점이었다면 저는 바로 호주 주류사회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들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거예요. ‘한국여행’하면 바로 제가 떠오를 수 있도록 호주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7월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될 ‘호주 예비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젝트’ 브로슈어 |
1990년대 중반부터는 호주한글학교협의회 회장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호주 한인 사회 전체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해외 거주 한인들에게 한글 교육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 한글학교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아이들이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사실 상 없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회장 처음 맡을 때만 해도 호주에 흩어진 한글학교가 체계적이지를 못했어요. 학교마다 편차가 심하고 선생님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그래서 호주 전체 한인학교를 아우르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 승 이사장은 한인상공인연합회장 등을 거쳐 2007년 6월, 임기 2년의 시드니 한인회장에 당선된다.
“꽤 치열했던 선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보람된 2년이었고요. 사업하며 다져놓은 호주 사회 명망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호주 한인 사회에 대해 열심히 알리면서 호주 사회에서 우리 한인회가 갖는 위상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승 이사장은 한인회장 지낸 뒤에도 경상남북도,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등에서 호주홍보위원장, 해외자문관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호주 사이에 좀 더 많은 교류가 일어나는데 노력을 기울이며 여전히 바쁘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쉬는 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계속 할 일이 떠오르고 또 어떻게 하면 일이 의미 있게 이뤄질 것 같다는 계산이 바로 섭니다. 그리고 일이 성사될 수 있게 노력합니다.”
‘호주 예비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젝트’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지금도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그의 방식으로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남았다. 40년간 직접 한국인 사업가로 호주에 살며 직접 호주사회에 부딪쳐 온 경험이 없었다면 '호주한인공익재단'을 세우고 호주 언론인 지망생들을에게 한국을 직접 보여주는 프로젝트는 시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호주 사회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엇 때문에 오해 받고 있으며 그 오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정확히 진단하고 그 노력 일환으로 ‘호주 예비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승 이사장.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