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금은 소프트웨어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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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지금은 소프트웨어 전성시대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4.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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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환경

소프트웨어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꽃이다. 2011년 한국의 상명하복 문화가 싫어 한국을 떠났던 한국 게임 회사 개발자로 일했던 A씨는 엔지니어와 개발자를 조직의 하인이나 부하처럼 부리는 회사에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었다는 고백을 했다. 그는 중국계 게임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자기 주변에는 한국을 떠나는 게임 개발자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늘어가는 실적 압박과 군대식 조직문화에 스트레스만 쌓여가기 때문이란다. 그런 가운데 게임중독법이라는 법안 논쟁이 벌어지면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속절없이 한국을 떠났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이 그렇게 시들어가던 2011년 지구 반대편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려는 굳건한 시도들이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독일공학협회(VDI)가 주체가 돼 ‘인더스트리 4.0’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미국 정부는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을 만들어 GE, 시스코, IBM 등 내로라하는 기업 163개를 한데 모았다. 그 해 1월 13일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왓슨’이 퀴즈쇼 제오퍼디(Jeopard)에서 우승한 날이었다.

같은 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던 젊은이 몇 명이 ‘우버(UBER)’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은 디지털과 제조업의 결합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메이커스’를 내놓았다. 이런 수많은 뉴스들은 우리 한국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뉴스로 전달되지 못했다.
 

성장동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그 때로부터 만 5년이 지난 지금, 이제 전 세계 성장동력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포브스가 평가한 우버의 회사가치가 82조원으로 현대자동차(31조원), GM(56조원) 등을 넘어섰다. 전통적 제조업을 대표했던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2015년 10월 사내 콘퍼런스에서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금융회사들도 “우리는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기업”이라고 말한다.

1990년에는 100대 IT기업(시가총액 기준) 중에서 76개가 하드웨어 업체였는데, 2015년에는 소프트웨어 관련기업이 52개로 역전됐다. 소프트웨어 국가로서 한국의 역량은 당연히 떨어졌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06~2010년 연 9.7%에서 2011~2015년 연 1.8%로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독일은 물론 중국·일본 등에 위치한 관련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스위스 IMD에서 산출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경쟁력이 우리나라 국가 국내총생산(GDP) 순위와 걸맞지 않은 세계 25위 수준이라는 점도 한국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급락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때 한국의 자랑이었던 조선 산업 역시 설계, 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영국 등에 위치한 설계사들이 대부분 매출을 가져가는 상황이었고, 단순 제조만을 담당했던 것이 현실이었지만 쉽게 변화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5~10년 후 한국은 암울한 미래를 면치 못한다. 기술력에서 뒤쳐져 있고, 생태계 확보의 경험이 부족한 한국은 여러모로 불리한 게임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그러나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컨소시엄이 개발한 AI엔진 ‘엑소브레인’이 인간 퀴즈왕과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는 등 기술력에서 빠른 진보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자사 기술력과 충성 고객을 통해 빠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희망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 미래창조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작년 말 개최했던 ‘소프트웨어 주간’은 ‘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를 만드는 다양한 노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사의 핵심은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를 준비하고 공감대 형성을 이루자는 취지였다. 아울러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각계각층 소프트웨어 산업인을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참여하여 ‘소프트웨어 교육 성과발표회’를 열어 소프트웨어 교육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조기교육, 인재들에 처우개선, 소프트웨어 기반 신산업 육성 등 3박자가 갖춰지도록 해 4차 산업혁명 핵심경쟁력으로 소프트웨어를 늦은 감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미래 사회·경제 전반 변화를 촉진할 4차 산업혁명 핵심동력인 지능정보기술(AI) 기반이 ‘소프트웨어(SW)’이다. 이를 대표하는 구글의 자율주행차나 IBM의 인공지능 왓슨에서 보듯 이미 소프트웨어 기반 지능정보기술이 기존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ICT인프라 & 산업 생태계 혁신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 실현을 위해 소프트웨어가 혁신·성장·가치창출의 중심이 되고 개인·기업·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소트프웨어 중심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미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면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문화에서 보듯 우리 청년들이 뛰어난 창의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ICT를 친근하게 활용해온 점까지 더해지면 어느 나라보다도 소프트웨어를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하는 ‘핀치히터’가 될 수 있다. 2018년부터 초등·중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에 나라의 국운을 걸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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