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캄보디아 재수교 20주년에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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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캄보디아 재수교 20주년에 할 일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4.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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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시대, 국교 단절 아픔 딛고, 20년 사이 양국관계 비약적인 성장 발전

▲ 박정연 재외기자
올해는 한국-캄보디아 재수교 20주년을 맞이한 매우 뜻 깊은 해다. 이를 기념하고, 양국 간 우호친선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게 만들 다채로운 이벤트와 문화공연이 조만간 연이어 펼쳐질 예정이다.

다가올 5월 19일에는 수도 프놈펜 한캄협력센터(CKCC) 다목적홀에서 현지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K-POP 콘테스트 축제와 함께 한국문화역사를 소재로 한 퀴즈온(Quiz On) 코리아 예선이 열린다.

특히, 금년 3회째를 맞이한 K-POP 콘서트는 한류음악에 열광하는 현지 젊은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꿈의 공연무대다. 입상자들은 푸짐한 부상과 함께 금년 가을 한국에서 치러지는 본선에 참가할 자격도 얻게 된다.

가을 하반기에는 그동안 연례행사로 치러 온 대사배 태권도대회와 제11회 한국영화제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꾸며질 열릴 예정이라서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주캄보디아대사관 문화담당 한재철 서기관에 따르면, 이외에도 한국의 유명국악공연단 초청 공연을 포함해 연말 한식축제를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진 대사는 최근 모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양국 간 재수교 20주년인 올해 영화, 한식, 태권도, K-POP 등 여러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개최해, 양국 국민 간 우의를 더욱 깊게 하고, 경제·통상 등 실질 분야에서 피부로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돌이켜 보건대, 대한민국과 캄보디아 양국은 과거 70년대 ‘외교단절’이란 아픈 역사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크메르루즈로 대변되는 공산혁명세력에 의한 수도 프놈펜 함락을 앞둔 지난 1975년 4월 초, 우리 대사관 직원들은 공관에 펄럭이던 태극기를 내리고, 화염이 가득한 캄보디아를 황급히 빠져나와야만 했다.

이 후로도 무려 20여 년간이나 양국관계는 표현 그대로, 그야말로 교착상태에 빠진 채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캄보디아의 둘도 없는 우방으로 간주되는 북한 측의 반대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친북성향의 현지 정치인들과 왕실의 압력 탓에 양국 간 재수교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좌초되거나 난항을 겪기 일쑤였다.

그러던 양국의 관계는 무려 20년이 지난 1996년이 되어서야 ‘재수교 협상’이란 작은 실마리 하나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이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캄보디아 국내정치상황이 급변하는 과정을 겪으며,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과정에서조차 많은 진통이 따랐다는 후문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우여곡절과 공개하기 힘든 외교비사(秘事)도 적지 않았다. 당시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교민들이 털어놓은 후일담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다행히, 협상은 성공리 끝났다. 분명 우리 정부의 숨은 노력과 더불어 협상의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용주의노선을 추구하는 훈센총리의 대 한반도 외교정책노선의 방향선회도 재수교 협상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이제와 애써 부인할 필요는 없다.

여하튼, 이러한 어려운 난관과 시련을 딛고 마침내 1996년 9월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사이에 양국 대표부가 설치되어, 공식업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97년 10월 마침내 정식외교관계를 재수립했다. 재수교 이후 초대 대사로 박경태 대사가 부임했다. 양국의 외교관계가 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지난 2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양국의 관계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중 경제 분야의 교류와 성장발전이 가장 두드러졌다. 재수교 당시 1997년, 5,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2016년 8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20년 전 비해 무려 16배나 증가한 놀라운 수치다.

섬유봉제, 건설, 금융, 농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의 캄보디아 진출이 여전히 활발하다. 캄보디아에 투자한 누적액은 총 45억 달러에 육박해, 중국에 이어 2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 뿐 아니다. 양국의 관계는 단순 경제 교역 수준을 넘어 정치, 외교,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관계개선과 놀랄만한 진척들을 일구어냈다.

과거 친북성향 국가로 분류되었던 캄보디아는 이제 우리와 북핵문제와 국방협력까지 논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한 관계가 됐다. 과거 무조건 북한편만 들던 캄보디아가 아니다. 훈센총리는 지난해 북한대사의 북한방문 제안을 바쁘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친북성향의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만약 살아있었더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을 일이다.

북한과 캄보디아의 사이가 소원해진 가운데, 반대로 지난 2014년 12월 한-캄 양국 관계는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는 양국 간 무관부까지 동시에 설치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캄보디아에 있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개발원조 파트너다. 도로와 댐 건설, 보건·교육 분야 지원, 농촌 개발사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약 6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제공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원조 지원개발과 교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양국 국민들 간 민간차원의 교류 역시 활발하다. 수많은 민간봉사단체들과 병원 의료진들이 이 나라를 돕기 위해 찾고 있다. 캄보디아 근로자 약 4만 명이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양국 국민 간 국제결혼은 5천 쌍이 넘는다. ‘사돈의 나라’가 된 지 이미 오래다. 해마다 40만명에 육박한 우리 관광객들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찾고 있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교민수도 1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소유의 대사관까지 건립됐다. 양국 재수교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비이자 21세기 양국관계의 새 지평을 여는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양국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 그동안 누적된 양국간 무역역조 현상 해소도 풀어야할 선결과제이며, 이중과세방지협정, 3년 복수비자 발급 문제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양국 간 현안도 적지 않다. 현지에 진출한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미래는 여전히 매우 밝고 희망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반 교민들과 현지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한국-캄보디아 재수교 2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뜻깊은 해임이 틀림없다.

부디 알차고 대한민국의 국격에도 걸 맞는 품격 높은 공연작품과 이벤트로 채워져, 양국 간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짐은 물론, 이를 통해 양국 국민들 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언제든 서로의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이자 가까운 이웃이 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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