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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스트리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보전(寶典)안병영 박사 저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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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5  17: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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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안병영 박사와 오스트리아

누군가 오스트리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한 권 소개해달라고 내게 말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안병영 박사의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2013, 문학과지성사, 504쪽)를 추천할 것이다. 11년 동안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읽은 서적 가운데 이 책이 오스트리아를 가장 훌륭하게 이해할 수 있는 보배로운 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안병영 박사는 경력 그 자체가 오스트리아 동포들에게 매우 친근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안 박사는 1965년부터 1970년까지 빈 국립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학생 출신이다. 귀국해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 교육부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돼 국정에 참여했다.

2011년 안 박사는 다시 비엔나를 방문,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지역 담당 부의장(연세 행정대학원 졸)과 조현 전 대사 등 제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40여 년 다듬어온 명저를 완성했다.

저작의도 - 한국정치발전 위한 모델 제시

사람마다 책을 읽는 목적과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의 취사선택은 다를 수 있겠다. 안 박사의 근본적인 저작 의도는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한 국가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념갈등의 양극정치,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교착 상황, 정책 산출의 길이 막히는 불임(不姙)성, 중도의 공론장이 실종된 합의적 개혁정치의 표류 등 문제가 많은 한국정치의 대안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합의와 상생’, ‘융합과 재창조’로서 해결하고 선진복지 강소국으로 발전한 ‘오스트리아 모델’을 소개하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러한 근본적인 저작 의도를 한국인들이 널리 인식하길 원하면서, 동시에 오스트리아와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동포들이 이 저서를 통해 당면한 현지의 정체의식 확립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하나의 돌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마음을 독후감으로 선택하려 한다.

오스트리아 역사를 들여다보면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는 504쪽의 책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오스트리아 역사를 들여다보면 오스트리아 모델이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640년 내려온 합스부르크 왕가 역사를 먼저 펼친다. 그리고 책은 그 안에서 합의정치와 창조문화의 유전자가 발견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공산진영과 민주진영의 혈투, 독재의 등장, 히틀러의 합병으로 치달은 제1공화국 시대(1918~1945)의 참상이 이어진다. 세계 제2차 대전 패망 후 연합국의 점령 10년, 완전독립과 유럽연합 가입 등을 통해 ‘합의와 상생’, ‘융합과 재창조’로서 ‘오스트리아 모델’을 형성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이는 근 2,000년의 오스트리아 역사를 한눈에 관통한다.

오스트리아 국가모델의 여섯가지 요소

제2부는 ‘오스트리아 국가모델 여섯 가지 구성요소’라는 제목으로, 이 저서의 귀중한 핵심요소를 담았다. 헌법의 기본구조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정치체제, 미-영-프-러 4대 점령국가와의 지혜로운 10년간의 협상을 통한 중립화 통일의 성공비결, 보수-진보의 합의제 정치와 대연정의 성공, 노-사-정의 사회적 동반제도의 확립, 지속가능한 생태 사회적 시장경제의 성공적인 운영, 세계 잘 사는 나라 10대 국가 안에 항상 선정되는 사회투자형 복지국가 창조, 오스트리아 자주적 정체성의 확립, 오스트리아 모델의 여섯 가지 중요내용의 재창조과정 등을 인상 깊게 기술했다.

제2부 제8장 ‘오스트리아 모델의 재창조 과정’에서 논한 오스트리아 모델의 여섯 가지 구성요소의 제시는 이 저서의 압권이다. (1) 영세중립 (2) 합의민주주의 (3) 노사정의 사회적 파트너십 (4) 지속적인 생태 사회적 시장경제 (5) 제3의 모델형 복지국가 (6) 범게르만주의에서의 독자적 자주적 국민정체성 확립 등, 여섯 가지 오스트리아 모델 재창조의 구성요소는 정치발전이 절실한 한국이 더욱이 민족통일의 큰 과제를 앞두고 심각하게 거울로 삼아야 할 주제들이다. 

 오스트리아 모델을 만든 두 거인

이 저서의 마지막인 제3부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만든 현대사의 두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건국의 아버지 카를 레너(맑스주의자, 민족주의자, 민주주의자 등으로 변신해 ‘사계의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오스트리아 제1, 제2공화국 수상과 대통령을 지냄)와 오스트리아 현대화의 아버지 브루노 크라이스키(사민당소속 최초의 유대인, ‘붉은 수상’으로 오스트리아 역사상 최장기 집권 수상)라는, 두 거인의 정치생애와 정치사상을 소설 이상의 흥미를 주면서도 과학적으로 분석해 한국인들에게 큰 교훈이 되도록 했다.

앞서 말한 것을 다시 강조한다면, 나는 이러한 목차를 가진 이 저서를 한국인들이 읽어보기 원하는 것을 이 칼럼의 한 가지 의도로 삼았다. 또 다른 것은 제2부 제7장 ‘오스트리아 정체성을 찾아서’를 꼭 읽어보도록 권유하고 싶은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 다섯가지 요소

저자는 특별히 AD 1278년부터 1918년까지 640년간 오스트리아를 통치한 합스부르크 왕가시대의 정체의식에서부터 세계 제1차 대전의 패배로 인한 합스부르크 제국의 멸망, 10여 개 속령을 잃고 성립된 ‘아무도 원하지 않는 나라’ 제1공화국 시대의 혼돈스런 정체의식, 범 게르만 민족주의의 대외명분에 녹아든 히틀러 제3제국 속령시절의 수치심 깊었던 열등의식, 제2차 대전 패망과 연합국 통치로 인한 좌절과 실망, 죄의식 등에서 새로운 ‘오스트리아 국민정체성’을 확립한 역동적인 과정을 그려냈다.

국토사랑을 통한 자부심 함양

저자는 현재의 제2 오스트리아 공화국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한 주요 요소로서 첫째로 국토사랑을 통한 자부심의 함양을 들었다. 아름다운 동 알프스 산맥의 전개와 서동으로 국토를 관통하는 도나우의 경관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조국강산 사랑정신을 강조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어우러진 전국에 산재한 고전미 넘치는 다양한 건물과 유적들, 격조 높은 예술품은 오스트리아인들의 문화를 사랑하는 품위있고 낙천적인 생활정신을 짐작케 한다.

문화예술의식 고양

두 번째로 오스트리아는 수세기에 걸쳐 이룩된 음악, 미술, 건축, 문학과 높은 수준의 고급문화, 바로크에서 비더마이어로 이어지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문화적 전통, 20세기 이후에 이룩된 지성사 및 문화사적 업적을 높이 내세우는 문화예술의식을 고양했다. 역사학자 프리드리히 헤르가 지적한 것과 같이 이는 ‘정신적 대륙’의 자부심을 살리는데 일조했다.

탈 독일화 & 독자적 오스트리아 국민성 만들기

세 번째로, 오스트리아는 통속 세계사에서의 ‘위장된 역사인식’ 내지 ‘반쪽 진실’이라는 비난의 결정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히틀러 공범자’로부터 ‘회생한다’는 명제를 내세워 세계 제2차 대전 후 건국과정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탈(脫)독일화와 독자적인 오스트리아 국민성을 이룩하는 데에 성공했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에 새로운 역사의식을 제기하는 것으로 국민정체성을 갱신한 현대사적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구중립정책으로 자유와 국권회복

네 번째로, 책은 오스트리아의 영구중립정책을 지적했다. 중립정책으로 오스트리아는 자유를 찾고 통일국가로서의 국권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냉전의 세계사 속에서 ‘동서의 가교’로서 자신이 수행해야 할 고유하고 소중한 국제적 사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국가의 독립과 안보, 안정과 지속성, 그리고 도덕성을 함께 보장하는 건국신화정신의 창출을 의미했다. 오스트리아의 영세중립적 정체성은 오스트리아의 EU가입과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다소 약화되긴 했으나 국민들의 심상에 흔들리지 않는 의식으로 아직도 굳게 자리잡고 있는 정신이다.

복지국가 국민의 정체성

다섯 번째로 복지국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성취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종전 후 극심한 경제난과 혼란 속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위협받는 어려운 나라였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동안 자유와 진보 등의 다양한 이념을 가진 정파 간의 합의민주주의, 노사정의 협력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과 모범적 국가건설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극심한 이념대립을 했던 좌우 양진영이 총칼을 들고 시민전쟁을 벌였던 일과 드뤼피스 독재정권에 함께 타도당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공동 감옥살이를 했던 역사적 참사가 오스트리아 합의정치 탄생의 산 교훈으로 작용한 과정도 역력하게 그려졌다.

유럽 한인동포사회 정체성 만들기 

오늘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은 25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 이민사회가 이주 반세기를 맞으면서 3~4년 전부터는 이민사회 담론이 정체성 확립이라는 주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별히 한글학교가 교육이념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차세대들의 한글 글짓기와 한국어 웅변대회 등 행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저자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오스트리아의 국민정체성은 세계화와 유럽화의 격류와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 인구노령화 등 급속한 국내외적 환경변화,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년 들어 유럽의 큰 문제로 제기된 난민들의 급증, 이로 인한 국론분열, 새로운 인종주의의 대두, 종교 간의 심각한 갈등, 과격한 민족주의 분출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할 국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95%의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확립된 국민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제해결에 임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통계를 믿는다면 어려운 문제들이 이미 확립된 정체성의 테두리 안에서 극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한인동포사회, 특히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3국의 게르만 민족국가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에게는 오스트리아의 국민정체성 형성과정을 아는 것이 이들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 또는 거주인으로서 매우 유익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나 이주민으로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교훈과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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