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미국, 문명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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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미국, 문명 충돌?
  • dongpo
  • 승인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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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미국 이라크 문제는 "문명충돌"
프랑스와 미국은 '문명 충돌'을 빚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둘러싼 프랑스와 미국간의 대립은 '문명충돌', 즉 미국과 가장 오랜 맹방 프랑스간 전 세계적 야망이 충돌한 것 이었다고 지난 2월15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해 주목을 모았다.
이같은 문명 충돌론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새무얼 헌팅턴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헌팅턴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74)은 하버드대 석좌 교수로, 군사정치학·비교정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헌팅턴은 냉전 이후 세계 질서는 경쟁적인 문명권간의 대립으로 치달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문명 충돌'의 핵심 내용이다.
헌팅턴이 지난 1993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된 논문 ‘문명의 충돌’은,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가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해 폭발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미국은 이제 이념이 아닌 문명의 틀로 세계를 인식하고 신질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어서 미국 중심적 흑백 논리이며 ‘현대판 황화론’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LA 타임스는 이날 1면 분석기사에서 전날 이라크 제2차무기사찰 보고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의 언쟁을'문명충돌'이라고 전하고 오래전부터 우려돼 온 유대-서방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교도간 격돌이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 맹방간 설전이 전개 됐음에 초점을 맞춰 관심을 끌기도 했다.
LA 타임스는 또 드 빌팽 프랑스 외무 장관이 미국이 지나치게 전쟁을 고집하고 있음을 빗대"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으나 파월 미 국무장관은 프랑스를 겨냥, "스스로의 의무를 승인하길 원하지 않는 일부 이사국들이 있다"고 꼬집는 등 이라크 무장 해제 방법에만 의견 불일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외정책 기본원칙에서도 프랑스와 미국간 충돌이 빚어졌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미국과의 대립에 학자들은 향후 계속돼 미ㆍ유럽 분열은 결국 미 행정부의 입지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보수적 외교 정책 전문가인 로버트 케이건을 통해 "미국은 화성에서, 프랑스등 유럽인들은 금성에서 온 이들"이라며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하다고 지적하고 그 밑바탕에는 미국은 세계 각지의 문제를 풀기위해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 하려하고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 무력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이기
외교학자들은 게다가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특히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무력사용을 저지, 이라크 사태를 통해 프랑스가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강대국 역할을 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한편 케이건 연구원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이 정당화될 수 없고 전쟁을 피할수 있는 방안은 사찰 연장을 통한 이라크 무장해제라는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프랑스는 유럽의 정신(soul)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특히 최근 LA타임스의 자매지인 신디케이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 인터뷰에서 그의 입장을 더듬어 프랑스와 미국간의 문명의 충돌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한다.  

-질문:미국의 9·11 테러 사건 이후의 사태들은 어느 정도까지 당신의 ‘문명 충돌’ 이론과 맞아떨어지는가? 우리는 지금 남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립된 소수의 과격파 테러리스트들과 전쟁 중인가, 아니면 공감하는 방대한 문명적 배후를 가진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고 있는가?
▲새뮤얼 헌팅턴 =오사마 빈 라덴은 서구 문명, 특히 미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빈 라덴은 이슬람 사회에 대해 동조를 호소하는데, 만일 이슬람 사회가 그를 밀기로 한다면 싸움은 바로 문명간 충돌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로 봐서는 이슬람 사회는 깊이 갈라져 있는 것 같다.

빈 라덴은 조국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또 나중엔 수단으로부터 쫓겨난 범법자다. 그를 보호하고 있는 탈레반은 전 세계 53개 이슬람 국가 중 단지 3개국으로부터만 승인을 받았다.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수단과 이란까지 포함한 모든 이슬람 국가들이 그의 테러 공격을 비난했고,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 전략을 어쨌든 묵인했다. 이슬람회의기구(OIC)는 빈 라덴의 테러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대응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빈 라덴은 시정의 대중에게서, 특히 아랍 세계에서는 점점 더 인기가 커지는 것 같다. 아랍 세계에서 그는, 일반 국민들이 자기 나라 집권자들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의 부와 힘과 문화 등에 대해 가지는 반감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자신의 대응을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와 문명세계 사이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빈 라덴의 테러 행위가 문명세계의 정체성을 되살린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서방 세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이슬람 교도들을 규합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것이 서구 세계에는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공통된 정체감을 일깨워주었다.

-질문: 당신의 책 ‘문명의 충돌’은 테러에 관한 책이 아니라 냉전이 끝난 뒤 결국 충돌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경쟁적인 문명들의 세계관에 관한 책이다. 빈 라덴은 세계가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로 나뉘어 있다고 본다. 명목상으로는 유대·기독교 세계인 서구의 세속적 다원주의와 이슬람 세계에만 있는 정치적 일신주의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지 않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는 이렇게 주장한 적이 있다. “진리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지금의 세계에서 이슬람은 가장 완고한 형태의 일신주의로 남아 있다. 십자군 전쟁이나 식민주의 전체주의와 같은 서구 문명의 최악의 죄악들도, 그 뿌리는 일신주의적 사고방식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헌팅턴 =일신주의에서 솟아나는 배타적 편협성은, 중세 후기의 종교 전쟁들을 거치면서 많이 소진되어 서방에서는 거의 사라진 게 사실이다. 이후 정교 분리로 인해 다원주의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에서는 정교 분리를 알지 못한다. 종교적 삶과 정치적 생활을 분리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은, 이슬람 교도가 다수인 사회에서든, 아니면 인도처럼 힌두교도가 다수이고 이슬람 교도가 소수인 사회에서든 갈등을 낳는다.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모두 유일신을 믿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일신론자이면서도 다른 종교에 대해 관용적이냐 아니면 일신론자이기에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이 세 종교는 모두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르게 행동해 왔다. 십자군 전쟁 당시만 해도 기독교는 타 종교에 대해 ‘관용’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이들 일신교들 중에서 이슬람이 가장 관용이 부족한 종교다.

-질문: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신은 서방 국가들이 다른 문명권의 내부 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개입 법칙(abstention rule)’을 제시한 바 있다. 빈 라덴은 한 이슬람 국가를 다른 이슬람 국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 군대가 이슬람 교도들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다. 서방은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가?

▲헌팅턴 =나는 ‘불개입 법칙’은 매우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걸프전 때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이라크가 (쿠웨이트 병합을 통해) 혼자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는데, 우리로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었다. 또한, 우리는 한 나라가 국제법을 위반하며 다른 나라를 제 맘대로 침략하고 병합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었는데, 국제질서라는 원칙의 문제도 걸려 있었다. 그러므로 걸프전은 정당한 행위였다. 미군이 아직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남아 있지만 숫자는 정말 많지 않으며, 그것도 종교적으로 특히 독실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동의하에 주둔하고 있다.

-질문: 신앙심 깊은 무슬림들이 미국에 분노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할리우드가 그들에게 뿜어대는 물질주의적이고 감각적인 대중문화의 홍수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뚫고 들어가지 못한 곳에 미국의 대중음악 방송인 MTV는 갔다. 마돈나는 세계화의 백 뮤직이다. 서구는 자신의 문화가 내보내는 메시지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아닌가?

▲헌팅턴 =그들이 원하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중국·싱가포르를 포함한 많은 정부들은 미국 대중문화의 침투―그것이 인터넷을 통한 것이든 위성 TV를 통한 것이든―를 막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은 TV수상기들을 없애 버렸다.

-질문: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Oriana Fallaci)는 “우리냐 아니면 그들이냐”고 외치며서구 사회가 정치적인 이슬람 교도들로부터 스스로를 열심히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현재의 반테러 전쟁을 넘어서는 보다 넓은 전략적 의미에서 서구 문명은 자기 방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헌팅턴 =나는 이미 내 책 ‘문명의 충돌’에서 그러한 전략의 몇 가지 중요성을 정리해 놓았고 그것들은 아직도 타당하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 열강들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정치·경제·군사적 통합을 이루고 국가간 정책 조정을 함으로써 다른 문명권 국가들이 우리 서방 국가들 사이의 차이점을 이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9·11 테러 사건 이전에 유럽과 미국은 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부터 미사일 방어 문제, 유럽 통합군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서 이견을 보여 왔다. 9·11 테러 사건이 그것을 극적으로 바꿔놨다. 테러 공격 후  프랑스 신문 르몽드의 머릿기사 제목은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였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과거 베를린 장벽을 방문해 “나도 베를린 시민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베를린 시민들은 “우리는 모두 뉴욕 시민이다”라고 선언했다. 내가 처음에 말했듯이, 이런 의미에서 오사마 빈 라덴은 서구에 공통된 정체성을 되살려주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확대해, 중유럽 국가들, 발트해 국가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은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서구화’를 독려해야 한다.
이상의 헌팅턴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그의 주장은 냉전후 경쟁적인 문명권간의 충돌은 불가피 한 것이며 이를 미국이 국제 질서 차원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편 프랑스는 그같은 주장은 미국식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 하려는 발상이라며 세계 질서를 둘러싼 맹방간의 '문명의 충돌'으로 헌팅턴은 내다 보고 있다고 할수 있겠다(오니바 기자: 장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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