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인질 사태로 돌아보는 우리의 대응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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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질 사태로 돌아보는 우리의 대응자세
  • 김상진
  • 승인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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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죽음과 터키 인질의 석방과의 차이는 이것이라 생각 한다.
이라크 인질 사태로 돌아보는 우리의 대응자세

어떤 문제이든지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사안을 단순히 몇마디로 요약/정리 하는데도 다소 무리가 있으므로, 저는 최근 뉴스에 발표된 터키 인질 석방과 비교하여 보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김선일씨를 피랍/살해 한 것으로 알려진 자마아트 알 타우위드 와 지하드 조직에 의해 피랍된 터키인 3명이 몇일 전 석방 되었고, 추가로 피랍된 터키인 2명도 석방 하겠다고 오늘 발표되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무자헤딘 여단이라고 밝혔지만, 기존의 자마아트 알 타우위드와 같은 조직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그들이 같은 조직이던, 또 다른 조직이던 간에, 왜 미국인 인질과 한국인은 살해 했으면서 터키인 인질은 석방 조치를 했는 가에 촛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선, 발표된 표면적인 이유를 살펴 보면,
그들은 같은 이슬람 형제라는 점과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했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미국인과 한국인은 이교도(기독교도)라서 살해했고, 터키인은 같은 이슬람 형제들 이기에 살려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납치도 안해야 옳다.

두번째 이유로 밝힌 것는 그들이 반성을 했다는 것이다. 뭘 반성 했나?
미국에 협조한 것을 반성 했다는 것이다.
김선일씨도 살려달라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하지 않았나?
즉, 그들의 요구 조건인 미국에 대한 협조를 중단하고 철수 하라는 주장에 대해 피랍된 터키인들이 소속된 회사에서 그 권고를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터키정부측은 이번 자국민 피랍건에 대하여 아주 강경하게 대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발표했으며, 공식적인 협상단/조사단을 파견한 적도 없다. 왜냐하면 납치범들의 협상 대상이 정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도 먼저 해당회사인 가나무역측에 알렸고, 회사측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하지 않던가? 오히려 대사관에는 뒤늦게 통보를 한 것이고, 외교부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고자 했지만, 이미 상황이 늦어 버린 뒤였다. 정부가 나서서 협상을 한다는 것이 더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선일씨 피랍의 직접적인 사유는 한국의 파병문제가 아니란 사실이다. (물론 테러범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은 주었을 것이다.)

이번 김선일씨 피랍과 터키인들의 피랍은 같은 이유로 발생된 사건으로 생각된다.
양쪽 다 모두 미군들에게 협조하는 외국인 회사 직원 들이란 점이며, 이라크 테로집단의 공격 대상인 미군은 물론, 이에 협조/협력하는 외국인 들도 그 공격 대상이지만, 미국과 달리 협력 회사(외국인)들은 죽이는 것 보다는 공포를 줌으로써 철수 하고, 더이상 미군을 돕지 못하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어 보인다.

장황하게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터키인을 고용한 회사들은 납치범들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래 우리가 철수 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니 우리 직원들을 풀어달라."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 약속을 믿어주고, 석방 한 것인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 했나?

한국의 회사는 돈으로 또는 연줄로 그 문제를 해결 해 볼려고 했던 것 같다.
전혀 철수하라는 제안을 받아 들일 마음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안이하게 판단 한 것 같다. 사실 가나무역은 철수 시키고, 나중에 다라 무역으로 다시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그 제안을 받아 들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났고, 김선일 씨는 비참하게 살해되었고, 한국에서는 각계각층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 책임문제도 나오고, 감사원 감사, 국정 감사 문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좀더 들여다 보면, 이번 사태는 정부측 책임문제에 앞서서 회사측의 문제로 생각 된다. 그 후에 정부측의 대처/대응및 조치에 대한 조사와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 한다.

가나 무역은 걸프전 이후 오랬동안 중동지역에서 사업을 해 온 것으로 발표 되었고 지금도 많은 직원들이 이라크를 비롯한 현지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김선일씨 피랍 이후에도 나머지 직원들을 이라크 밖으로 대피시키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게 위험한 상태에서, 그것도 직원이 납치되어 있고, 납치범들로 부터 철수를 종용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2, 제3의 납치/살해의 위험을 누가, 왜, 어떤 이유로 누르고 버티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 점이다.

우리의 외교부, 대사관들이 언제 그렇게 알아서 현지 교민/파견 주재원/해외 여행객들의 신변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해 주었던가? 여러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지 못했던 것을 잘 알지 않는가? 가나무역 사장은 그것을 몰랐기에 정부에서 대사관에서 무엇을 해 줄것이라 기대 했단 말인가?

가나무역 김사장의 기자회견에도 잘 말했지만, 본인도 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회사 입장에서 해결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외교부도 뒤늦게 협상단을 파견 했지만 사실 해결을 위한 방안을 뭘 갖고 갔던가? 사실 김선일씨 석방을 위한 조건은 회사측에서 알고있고 또 갖고 있었다. 외교부 협상단은 그저 여론때문에 또한 정부측의 차후 책임문제 발생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러 간 정도로 이해가 된다.

이번 김선일씨 사태에 대한 필자의 시각은 이렇다.
회사측의 크고도 심각한 판단 착오로 생긴 문제이며, 앞으로 이와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현지에서 미군에 납품하는 한국업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며, 그 안전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당연히 철수 해야 할 것 이다.

대사관에 알리니까 철수를 수차례 권고 했다고 했던가?
사실 대사관에 알려도 별수 없다고 생각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알릴 사항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며, 도움을 받고 못받고는 별개의 문제로 두고 말이다.

대사관/영사관의 영사 업무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 현지에서 자국민 보호라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문제로 제기가 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영사의 직책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기피하는 직책이 되고 있으며, 그로인해 재외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닭과 계란 이야기 같지만, 그래서 국민들도 귀찮게 왜 대사관에 일일히 신고해야 하는가 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오늘의 사안이 이라크 인질 사태를 통해 터키와 한국이 너무 대조적인 대처를 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이렇게 엄청난 차이로 나온 것이라는 점을 한번 더 짚어 보고 앞으로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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