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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노믹스의 승자와 패자 (下)
엄인호 경제학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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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6  17: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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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인호 경제학자
과거 수십 년간 세계화와 정보기술혁명 때문에 성장의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세계화로 미국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의 개도국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했고, 또한 IT혁명으로 공장용 로봇가격이 떨어져 단순작업은 사람에서 로봇으로 대체된 것도 사실이다. 

 기술 진보 Vs. 자유무역과 세계화

그러나 트럼프는 기술진보를 일자리 상실 원인으로 보지 않았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 추종자들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은 세계화 및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저학력-저소득층 백인들이다. 이들은 중국과 멕시코를 압박해 일자리를 돌려주겠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에 열광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대학교육과 최신 IT 기술교육을 받지 못해 취업의 기회를 잃은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을 묻기보다는 이민자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뺐었다고 책임을 돌린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

트럼프노믹스는 재정과 무역적자를 유발시킬 것이다. 국가부채의 대폭 증가는 물론 국경세 부과로 수입물가 상승이 함께 맞물리면서 내년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닥쳐올 것을 경제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이므로 세금을 깎는 재정정책을 펼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이 더 늘어나지 않고 재정적자만 악화시킨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또 생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들의 세금을 줄이면, 소비재를 수입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이를 보호무역으로 막으면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마틴 아이컨바움 교수 (노스웨스턴대학)의 주장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1930년대의 정책과 너무도 흡사해, 오늘날의 국제무역제도, 경제원리와 시대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데 문제가 있다.

 국경세는 무역전쟁 유발

첫째, 오늘의 글로벌시장은 1930년대와 달리 현재 약 164개의 WTO 회원국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상호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미국에서 멕시코와 중국 상품에 국경세를 부과하게 되면 수입가격이 관세율만큼 상승하게 돼 미국 내 물가는 따라서 상승한다. 그에 따라 수입대체를 위한 미국의 국내생산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겠지만, 다른 경쟁국들에 의해 멕시코와 중국산 상품으로 재빨리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 국내생산이 현저히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국인 고용증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다른 경쟁국들 모두에게 국경세를 부과한다면, 세계는 무역전쟁시대로 돌입할 것이다.

 고립주의는 미국의 자해행위

둘째, 트럼프의 고립주의정책(TPP탈퇴, NAFTA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또는 폐기, 국경세부과 등)은 국제무역논리에 역행하는 전략이다. 중국과 멕시코는 부품 및 중간재를 생산하고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분업체제를 와해시킬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시켜 미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다.

인건비와 땅값이 비싼 미국에서 부품까지도 생산하라는 트럼프의 기업공포정치는 미국산제조품의 국제경쟁력을 현저히 저하시킬 것이므로, 미국기업들은 자동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돼 고용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TPP 탈퇴는 중국의 주도 하에 현재 16개국이 협상 중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 (RCEP)’에 대항마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해서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고 중국의 부상을 촉진시킬 것이다. TPP에 참여했던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미국이 탈퇴한 TPP를 재활 시키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가담할 것이라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선언했다.

일본은 한-일-중 자유무역협상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과 함께 RCEP 협상국 중 하나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의 TPP 탈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1930년대와 다른 오늘의 현실

셋째, 세계화, 자유무역, 기술혁신은 인류문명의 거대한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을 1930년대로 후퇴시킬 수 없는 현실에서 제조업 고용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노믹스의 ‘수입 봉쇄와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으로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을 불러온다 해도 비숙련 단순노동 인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러스트 벨트 저학력-저소득 근로자 들에게 고용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과 멕시코에 비해 인건비가 몇 배 비싼 미국에서 제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을 대대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1930년대와 다른 오늘의 현실이다.

예를 들면, 독일 스포츠용품 제조사 아디다스는 1993년 해외로 모든 생산공장을 옮긴지 23년만인 지난해 9월 독일에 새 ‘스마트 신발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되돌아온 아디다스 공장에 고용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달러강세, 미국 내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될 상황인데, 무역전쟁까지 발발하게 된다면 미국의 수출업계(농축산물 포함)와 수입업계는 경제활동이 대폭 감소돼 고용도 감소될 것이다.

트럼프 정책의 피해자들 ?

제조업 일자리가 어느 정도 증가된다 해도, 수출업계와 수입업계에서는 일자리가 감소돼 국가전체로 볼 때 고용이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국경세 부과는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미국 내 물가와 금리는 더 올라 그나마 살아나던 부동산경기 마저 가라앉게 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는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러스트벨트의 중-하류층 백인들, 중서부 농축산업자들(주로 백인들)도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국경세 부과’라는 공포전략을 철회하면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져 다음 선거에 트럼프의 러스트벨트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릴 것이 두려워 트럼프는 ‘공포전략’을 철회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대영제국시대’에 대한 향수는 착상일 뿐이지 그들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그 옛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세상’이라고 뉴욕 타임스 칼럼리스트 프리드먼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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