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언어 접촉 빈도 높을수록 상호 긍정적 인식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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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언어 접촉 빈도 높을수록 상호 긍정적 인식 높아”
  • 이현수 기자
  • 승인 2017.02.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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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결과⌟ 발표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은 남북 언어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의식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통해 남북 언어 통합 정책을 수립하고자 시행한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주민(전국 성인) 2,021명, 북한이탈주민 305명, 북한이탈주민 접촉 주민(일상생활이나 직장 등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이탈주민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주민) 200명, 남북 관계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 국립국어원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개요.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는 그동안 학계와 정치권 및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남북 언어 이질화 문제와 언어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본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접촉 주민’을 따로 표집해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남북 언어의 접촉 경험과 언어의식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 설문조사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언어 소통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 주민 또는 북한이탈주민의 언어의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통일 시기 언어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의 주요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일반 주민이 북한말에 대해 가장 많이 연상되는 이미지는 ‘강하거나 세다’가 가장 많았고, ‘낯설거나 이질감이 든다’ ‘다른 지역의 방언 같다’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북한이탈주민 10명 중 7명은 북한에서 남한말을 접해 본 경험이 있으며, 주요 인지경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62%로 가장 높았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일반 주민들은 북한말에 대해서 ‘직설적이다, 순우리말을 많이 쓴다, 공격적이다’ 등의 인상을 주로 가지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말에 대해서 ‘외래어‧외국어를 많이 쓴다, 비속어를 많이 쓴다, 빈말이나 가식적인 말을 많이 한다’ 등의 인상을 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일반 주민의 62%는 북한말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불편하고 낯설다’고 느꼈으며, 14%만이 ‘편하고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북한이탈주민 접촉 주민의 38%가 ‘불편하고 낯설다’, 45%는 ‘편하고 친근하다’라고 응답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남북 간 언어 접촉과 교류 빈도가 높아질수록 상호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북한이탈주민 10명 중 7명은 ‘북한 말씨 때문에 구직이나 이웃과의 교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고, 일반 주민의 경우에는 약 7%가 ‘출신 지역의 방언을 사용했을 때 사회적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북한이탈주민 10명 중 8명은 남한말에 대한 교육이 미흡한 상황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남한말에 충분히 익숙해지는 데 4~5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30%, 6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도 5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북한이탈주민은 ‘존댓말이나 호칭, 지칭 등의 표현상 차이(42%)’나 ‘사과, 칭찬, 거절, 요청 등 의 표현상 차이(39%)’를 일반 주민(각각 21%, 18%)에 비해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일 시기 언어 문제는 발음이나 어휘보다는 오히려 언어문화적인 측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일반 주민의 78%, 북한이탈주민의 66%는 ‘남한말을 기준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북한이탈주민 접촉 주민의 경우 50%는 ‘남한말을 기준으로 통합해야 한다’, 46%는 ‘새로운 기준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응답해 남북 언어 교류의 경험이 남북 언어의식에 큰 영향을 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6년 남북 언어의식 조사' 주요 통계 자료. (자료 국립국어원)

이밖에 통일을 대비해 남북 언어 통합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의 역할을 강화하거나(44%) ‘언어통합위원회’와 같은 총괄기관이 필요하다는 응답(26%)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남북 언어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 언어에 대한 풍부하고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서로의 언어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국립국어원은 전했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남북 언어통합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남북언어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국립국어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남북 언어 통합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적극 활용할 것이며, 앞으로 남북 언어의식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기위해 주기적인 조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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