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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을 지켜라, 우리에게 미래를 줄 것이다
이동호 명예기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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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3  09: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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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전 세계적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현재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세 나라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퍼센트가 넘는 사회를 말한다. 이들 나라는 초고령사회에 각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사례를 짚어가며 청년문제의 해법을 찾아본다.
 

일본 청년 - 사토리 세대

먼저 일본의 상황을 살펴본다. 일본에 처음 불황이 찾아온 1990년 당시만 해도 일본 경기가 어려워지자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엔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돈을 쏟아부었으나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정부 부채비율이 GDP 대비 227퍼센트로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건설경기에 쏟아부은 1조 엔을 청년과 교육에 투자했다면 30퍼센트나 높은 투자효과를 봤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었다. 돈을 다 쓰고 난 다음에 나온 후회였다. 청년은 정부정책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청년이 사라지고 그 청년들이 가난해지면서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일본 청년세대의 삶은 절망적이다. 도쿄 도심의 청년들이 모여 사는 집,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셰어하우스가 유행이다. 비좁은 아파트에 아홉 명이 지낸다. 월세는 35만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수준이다. 개인 공간은 침대 한 칸뿐이고, 살림살이도 단출하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이들을 '득도하다', '깨달음을 얻다'는 뜻의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사토리 세대는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불황 속에 자라온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소비에도 관심이 없고, 필요 이상의 돈을 벌겠다는 의욕도 없다. 연애나 결혼도 하지 않으며, 실제 친구보다 온라인 친구를 더 친밀하게 여긴다. 이렇게 청년이 돈을 벌지도 쓰지도 않으면서 일본 내수시장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가난해져버린 청년들의 분수에 맞는 합리적 생존방식, 바로 사토리 세대가 선택한 삶이다. 이것이 일본 경제 전체에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다.
 

이탈리아 청년 - 캥거루족

이탈리아 상황은 어떨까? 2008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탈리아는 노령연금과 복지로 한때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옛말이다. 최근 이탈리아에 전에 없던 새로운 빈곤층이 생기고 있다. 최저연금인 월 400~500유로를 받아 생활하는 노인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다. GDP 세계 9위의 나라 이탈리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현재 이탈리아 청년의 70퍼센트가 일명 '캥거루족'이다. 일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비정규직인 젊은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안하는 경우도 늘었다. 미래가 없는 나라에 남기보다는 외국에 나가서라도 자기 살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년 4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이탈리아를 떠난다. 젊은 인력 유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이탈리아의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청년 10명 중 4명이 실업 상태다. 이탈리아를 복지천국으로 지탱했던 젊은이들이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이 청년층의 고통은 다시 노년층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생산 가능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세대가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나라가 지탱된다. 하지만 청년층의 빈곤과 해외 유출로 세수입이 줄어들어 노령연금이 축소되는 등 노인복지도 타격을 받았다. 평균 200여만 원이던 노령연금은 현재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청년들의 절망을 외면했던 이탈리아의 위기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청년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방치했다. 그러자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났다. 그 결과 일본의 장기불황과 이탈리아의 노령연금 축소처럼, 고통이 고스란히 기성세대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또 다른 고령화 사회인 독일은 어떨까?
 

실업과 가난으로부터 청년을 지킨 독일

독일 역시 2008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현재 유럽연합에서 가장 탄탄한 경제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일본, 이탈리아와 다르게 청년들을 방치하지 않았고, 청년을 귀하게 쓸 줄 알았다. 독일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했다. 공교육은 대학교까지 무상이고,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재정 위기 때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은 청년복지 비용을 가장 먼저 줄였다. 그러나 독일은 달랐다. 청년세대를 귀하게 쓰는 게 최고의 경기 부양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부터 청년들을 지켜냄으로써 청년과 기성세대 그리고 기업 모두 승자가 되었다. 경기불황이 눈앞에 닥치면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낮추며, 청년들을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위기를 타개하려고 한다. 이것이 당장은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기성세대는 청년이 가난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손 놓지 않았다. 노사 대타협을 통해 정리해고를 막았을 뿐 아니라, 청년을 위한 새 일자리까지 창출해냈다. 그러자 기업 경쟁력이 높아졌다.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청년세대가 새로운 소비주체가 되면서 내수시장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독일의 세대 간 공존의 지혜가 놀라운 기적을 낳았다. 고령화 시대에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던 세대 간의 불평등과 갈등을 함께 힘을 모아 줄여간 결과 모두가 승자가 된 것이다.

그 예가 폭스바겐 공장이 위치한 볼프스부르크시,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이곳에서 지금도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도시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화 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세대갈등, 하지만 독일에서는 모든 세대가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경제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통해 공존의 미래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오늘의 독일을 경제대국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라

그렇다면 2030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 청년들 또한 '삼포세대', 'N포세대'라 불리며 절망의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청년이 일상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구조를 방치하면, 단지 청년들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는 물론 기성세대의 노후까지 위협받게 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성세대가 청년문제, 곧 청년고통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청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미래세대를 키우기 위해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만 한다. 1970년 청년지원 정책을 시작한 독일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안됐다. 2015년 대한민국 국민소득의 10분의 1에 불과하던 시기에도 독일은 청년복지를 시행했다. 오늘날 그 청년들이 독일 사회의 건강한 주역이 되어, 30년 동안 기성세대가 해온 투자에 보답했다.

한국 사회도 독일처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오늘만을 이해타산하며 청년들을 외면할  것인가.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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