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사회와 촛불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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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사회와 촛불민심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12.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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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반대여론 무릅쓰고 교민사회 목소리 대변한 캄보디아 한인회에 박수를

▲ 박정연 재외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의 촛불민심이 뜨겁다. 최근 한 인터넷뉴스 매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전 세계 28개국 70 여개 도시에서 시국선언 및 촛불집회가 열렸다.

독일(NRW, 프랑크푸르트), 덴마크(코펜하겐), 미국(뉴욕, 뉴저지,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미시간, 산호세, 샬럿, 샌디에고, 시카고, 애틀란타, 워싱턴DC, 필라델피아, 하와이), 스웨덴(스톡홀름), 아르헨티나(코도바), 아일랜드(더블린), 영국(런던, 맨체스터), 오스트리아(비엔나), 이탈리아(로마), 일본(후쿠오카), 중국(선전, 홍콩), 핀란드(헬싱키), 캐나다(몬트리올, 밴쿠버, 빅토리아, 에드먼트), 호주(멜번, 시드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호치민, 캄보디아 프놈펜 등을 총망라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무너진 대한민국이 다시 서길 바라는 마음은 고국에 사는 5,000만 우리 국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720만 재외동포들도 한결같다. 단언컨대 전 세계에서 펼쳐진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는 훗날 우리 재외동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시위를 보는 시각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고, 이러한 우려는 곧 현실로도 나타났다. 탄핵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도 열렸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들려온다. 재외동포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한인단체가 주관하는 촛불집회를 둘러싸고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다수 교민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할 수 없었기에 촛불집회를 여는 문제를 두고도 고심한 한인회와 한인단체들이 적지 않았다. 자칫 교민사회에 분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보수성향의 반대자들과 해외 박사모의 강한 주장에 부딪쳐 시국선언은커녕 한인회라는 이름조차 당당히 내걸지 못한 채 집회 흉내만 간신히 낸 한인회도 일부 있었다.

그 중에는 교민사회 눈치를 보다 타이밍을 놓쳐 결국 집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무산된 한인회도 적지 않았다. 흔치는 않지만 한인회장이나 단체장 개인이 보수성향이 워낙 강해 촛불시국선언 자체에 대해 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거나 촛불집회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겨 아예 기획조차 않은 케이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 중 가장 믿기지 않은 소문이 있다. 관할 외교공관 눈치를 살피거나 또는 반대 입장에 밀려 포기하거나 망설이다 결국 시기를 놓친 한인회도 일부 있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전혀 믿을 수 없는 낭설 수준이지만 만약 이게 과장된 소문이 아닌 진실이라면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교민사회를 대변할 한인회 임원들이 대사관 눈치나 보고 외교공무원들의 인사고과 문제나 안위를 걱정해준다면 한인회 스스로 ‘대사관 2중대’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차 담화문 발표 이후 성난 민심은 지난 3일 전국에서 일어난 촛불집회에 역사상 가장 많은 232만 명이 모여들게 했다. 지금 활활 불타오른 민심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로 가길 바라는 애국 충정의 순수한 마음뿐이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촛불민심을 단순한 이념적 갈등 정도로 폄하해서도 안된다. 박 대통령을 쫒아내기 위한 친북세력의 정치적 계략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도 분명 사라져야 할 것이다.

12월9일은 그러한 국민들의 민심이 모아져 국회에서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시기상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탄핵 결정을 3일 앞둔 지난 6일 캄보디아 한인회가 어렵사리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다른 나라 한인회와 마찬가지로 촛불집회가 늦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간 일부 교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한인회장이 겪었을 고초와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비록 이날 촛불시위에 참여한 교민 수는 20명 안팎으로 적었지만 함께 뜻을 나누고자 하는 많은 교민들이 한인회에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한인회장도 그러한 교민들의 성원과 격려에 용기를 얻어 이 날 만큼은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이었다. 촛불집회 행사를 마친 날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김현식 한인회장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을 늦게라도 하게 되어 속이 후련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단언컨대, 한인회가 전체 대다수 교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한인회의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 존재의 이유를 교민 수 1만 명에 불과한 동남아의 작은 한인회가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여실히 증명해주었고 전 세계 다른 한인회에 모범이 되어주었다. 다시 한 번 캄보디아 한인회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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