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한인회 오영준 회장 “피지는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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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한인회 오영준 회장 “피지는 기회의 땅”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12.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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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등 성장 가능성 큰 피지로 우리 기업들 활발히 진출하길

피지공화국은 남태평양 서부 멜라네시아의 남동부에 있는 국가로 ‘비티레부(Viti Levu)’와 ‘바누아 레부(Vanua Levu)’라는 두 개의 큰 섬과 320여 개의 부속 섬들로 구성돼있다. 1874년부터 약 100년간 영국의 식민지로 지냈던 피지는 1970년 10월,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했으며, 1987년 10월에는 공화국 수립 선언 후 영국 연방을 탈퇴했다. 

수도인 ‘수바(Suva)’는 원양어선들의 오랜 쉼터로 알려져 있고, 서쪽 ‘난디(Nandi)’는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피지의 한인사회는 원양어업 진출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피지 한인회 오영준 회장과 작은 규모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는 피지의 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피지 한인회 오영준 회장

■ 피지 한인사회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1966년 한국수산개발소속 남해호 선단의 기항을 시작으로 피지 근해에서 한국 선단들의 어업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 피지와 한인들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1972년 한국 정부가 피지 원조를 시행한 이후, 1980년대에 피지에 한국대사관이 들어서고부터 본격적으로 한인들의 현지기업 투자나 이민이 늘어나 실질적인 한인사회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현재 1000여 명의 한인이 피지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한인회 회원 수는 400여 명입니다. 이주 초반에는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건설, 여행업, 자동차수리, 도소매, 요식업, 병원, 홈스테이, 재활용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피지한인회의 특성과 핵심사업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피지 한인회의 특성은 적은 한인 수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한인 사회의 규모는 교민들 간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었고, 이런 환경은 교민들이 한국의 전통적 가치인 ‘禮(예)’를 잘 지키면서 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마치 시골 고향 마을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정과 따뜻함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피지 한인 사회의 특징입니다. 

특유의 가치와 전통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기 위해 저희 한인회에서는 한글학교의 한글 교육 외에도 국사 교육, 한문 교육, 그리고 멘토링 초청 강연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2세들이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조국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을 갖길 바라며 더불어 예의범절을 배우며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피지 한인회는 이역만리 먼 남태평양 피지에서 새롭게 삶을 개척해 나가며 살아가는 교민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위로 받고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교민고충센터 운영, 불우이웃돕기, 연말 교민 가정 야간 방범 활동, 한인 상조회 운영 등은 교민을 위한 한인회의 핵심 사업 활동 입니다. 

▲ 피지 한인 이주 50주년 기념식 케이크 커팅식. (사진 피지 한인회)

■ 2016년에는 특별한 한인 행사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016년은 ‘피지 이민 5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 입니다. 올해 피지 한국대사관과 피지한인회 그리고 피지한글학교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실시했습니다. 한글학교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K-POP공연행사를 진행했고, 대사관은 K-타이거즈 태권도 공연과 한국 영화제 등을 개최했습니다. 특히 K-타이거즈 태권도 공연은 피지 현지인들로부터도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습니다.

피지 한인회는 교민들이 이국 생활의 피로를 풀고, 고향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교민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추석 행사를 치렀습니다. 장기자랑 및 노래자랑을 열어 교민들의 숨은 재주와 끼를 발굴하고 고향의 음식을 즐기는 등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1월에는 한인회장 배 골프대회를 열어 화합의 계기를 갖기도 했습니다.


■ 현지생활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어떤 점들이 있습니까?

홈스테이 영업과 관련해 교민들 간 고소·고발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오면서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피지 한국 대사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노력해 이제는 양성적으로 홈스테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교민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피지 한인회 역시 교민들의 친목도모, 복리증진 그리고 한국-피지 간 민간 친선 도모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나 재외동포재단에 바라는 바가 있으시다면?

차세대를 위한 한글 교육과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한국 알림 사업에 중점을 두고 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나 재원 마련이나 장소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한인회나 한글학교 등 한인들의 활동에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교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한인회관이 아직 없습니다. 피지처럼 규모가 작고 경제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한인사회에서 한인회관을 기부금만으로 건립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입니다. 현재는 대사관이나 대사관저도 임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국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저렴하게 토지매입을 한 후, 한국 정부가 건물을 소유하고 건물의 일부를 한인회관이나 문화회관으로 한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피지 한인 이주 50주년 기념 공연.

■ 회장님은 어떻게 피지로 가게 되셨나요?

젊어서부터 봉제 일을 했던 저는 1983년부터는 협승실업 이라는 봉제공장을 창업해 운영했습니다. 피지에서 통조림공장을 운영하던 분의 소개로 피지 군복 생산 납품 건에 대해 알게 된 저는 몇 년간의 조사 끝에 1993년, 피지에서 군복 생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는 한국 봉제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 때라 저에게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정부가 보증하고 독점 생산 납품 할 수 있다는 제안은 분명 매력적인 조건이었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열정 하나로 가족들과 함께 피지로 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이 정말 여러 곳에 있었습니다. 손재주가 둔한 피지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공장을 정상화 시키는 것에만 2~3년을 보냈습니다. 공장을 정상 가동시켜 군복 생산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IMF 경제위기가 오면서 저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원부자재 구매 등 대부분의 사업적 인프라를 한국에 기반을 둔 저는 경쟁력을 잃었고, 결국 공장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군복 사업의 실패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한국 지인들의 기대를 안고 피지로 떠났지만, 빈털터리가 되어 한국으로도 돌아 갈 수도 없게 된 상태였습니다. 그 때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다름 아닌 한인 교민 분들이었습니다. 한인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한 저는 지금 원양 어선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회사와 수산물을 도·소매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들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려운 때 도와주신 한인 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한인회장이 된 것은 아마도 한인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게 아닌가 합니다. 피지 한인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피지 에너지 사업의 경제적 가치

한국해양연구소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피지 인근 심해저 광구와 해저 열수광상(熱水鑛床)의 경제적 가치는 200조 원이 넘습니다. 저는 피지 인근 지역의 미개발 자원과 에너지 사업에 대해 한국이 발전된 기술로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 4월 중국, 인도 등을 제치고 한국이 피지전력청(FEA)으로 부터 25년간의 민자 발전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한국 발전업계가 남태평양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태평양은 기회의 땅

피지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남태평양 국가들과 지역은 아직 미개발 지역입니다. 하지만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지를 포함한 인근 14개 국가의 재생에너지 시장만도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를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 피지를 비롯한 남태평양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태평양의 중심 국가 피지는 정치적 다변화의 목적으로 기존 우방국인 호주나 뉴질랜드 이외에 다른 국가들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입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투자는 국가적 지원 하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 피지에 활발히 진출하기를 바랍니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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