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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풍류 정신문화의 신명…④한국적 신명의 특이성
나채근 영문학박사  |  ckn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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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1  09: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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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근 영문학박사(영남대학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

고대 제천의식에서 한국의 선조들은 춤과 노래로 천신에 제사를 지내며 소원성취와 평온을 기원했다. 이는 정월대보름에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강강수월래 놀이로 이어졌다. 진강강술래-중강강술래-자진강강술래로 이어지는 리듬과 맺고 푸는 춤동작은 춤사위와 발디딤을 가속화시켜 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이러한 신명 현상은 오늘날 한류로 연결되어 한국 아이돌의 춤과 노래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로 확산되며 그 곳 문화와 어울리며 공연장마다 열정과 흥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한민족은 이렇게 흥과 신명을 가진 민족이다. 춤과 음악에서 나타나는 일탈의 멋과 창조적 역동성은 한민족만의 특이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 왜 한국의 신명이 여타 나라의 신명과 차이성을 드러내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예술과 생활에서 자유분방함을 지닌 민족이었지만 한반도라는 지형적 입지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군사적, 정치적으로 끝없는 외침과 부침을 겪어 왔고,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지녔다고 여겨졌던 사계절이 강제하는 파종과 수확 시기란 시간적 강박관념을 견디어왔으며, 신분과 제도상의 억압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무시당하기 싫어하는 강한 자기가치감과 타자 지향적 성격을 지닌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오는 심리적 억압은 한국인이 지닌 자유분방함과 반비례하며 한국인 고유의 한(恨)으로 형성되어 왔다. 한은 다른 민족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정서구조이다. 넓은 대륙이나 출구가 다분화되어 있는 지리적 구조에서, 그리고 유목적이거나 다민족으로 구성된 사회 구조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정서구조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만난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학생들에게 찾아볼 수 없는 정서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닌다. 이는 모습과 성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유전인자들의 정보가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체 또한 개체별로 다른 주체적 지향의 수용과 배제에 의해 자신에게 적합한 자기 동일적 정보만 계승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비단 개인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개인을 구성하는 사회와 다음 단위인 국가 등 더 큰 개체군인 넥서스로 확대되어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인의 특이한 정서인 한국인들의 고유 형상인 한은 대비와 역전을 통해 한국인들의 유전인자 속에 시공을 거치며 계승되어 한국인만의 한으로 지층화되어 왔던 것이다. 동시에 신명이 지닌 탈 구조적이고 탈정형적인 속성으로 인해 이분화 되거나 구조화되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유목적 성격으로 탈 영토화 되면서 한국만의 신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흥과 신명을 유전자 속에 내재시켜온 한국인은 춤과 노래를 통해 여건이 주어질 때마다 그 한을 마치 움츠렸던 용수철이 튀듯이 발현시켜 왔다. 굿, 시나위, 산조, 판소리, 살풀이 춤, 탈춤, 승무, 병신춤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예술형태는 한국인이 지닌 한의 정서와 신명을 구체화시키는 차이성으로 전개되어 왔다. 

한국 풍류정신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신명은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며 내재하고 있는 역동적인 창조성으로 그 성격을 달리하여 왔고, 앞으로도 바람처럼 물처럼 고정되지 않는 흐름으로 새로운 모습을 거듭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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