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울 풍물지] 목욕탕 사우나 터키탕 찜질방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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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 풍물지] 목욕탕 사우나 터키탕 찜질방 어떻게 다른가
  • 김제완
  • 승인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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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거주하다가 오랜만에 고국에 들어오면 인천공항 주변 풍경을 반갑게 맞게 된다. 작은 성냥갑 같은 건물들이 넓은 평원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재외동포들 중에는 "저 성냥갑 속에서 개미들처럼 오물거리며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요즘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호부터 연재하는 "신서울 풍물지"는 서울에서 나타나는 여러 새로운 현상들을 모아서 소개한다. 재외동포의 시각에는 서울라이트(Seoulite 서울사람)의 관심사와 다른 면들이 비춰진다. 그러므로 본국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이상한 데에 다 관심을 갖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중 첫번째로 한국의 목욕 문화를 알아본다. 목욕탕과 사우나, 증기탕 그리고 찜질방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재외동포 중에 이 네 가지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구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명륜동에 있는 목욕탕에서 고건 총리내정자를 종종 만나면서 친숙해졌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도 사우나에 같이 다니면서 감추어져 있던 신체의 여러 부분들을 보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한국에서는 집에 있는 욕조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아파트에 있는 욕조는 그래서 잡동사니들을 넣어두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입주하기 전에 욕조를 치워달라고 관리사무소에 요청하기도 한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는 아예 욕조가 없다.

터키탕은 몇 해 전에 주한터키대사관에서 터키탕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증기탕으로 바뀌었고, 요새는 성인가족탕이라는 간판을 걸기도 한다. 터키탕에서 이뤄지는 안마 서비스에 매춘 코스가 포함돼 있어서 윤락시설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니 이태리대사관에서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이태리 타올의 이름을 바꿔달라는 요청은 없었는지 궁금해진다.

실제 터키의 목욕문화는 한국의 증기탕, 일명 터키탕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터키인들이 즐기는 목욕은 증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밀실에 열기를 가득 채우는 건조욕으로서 땀을 내고 나서 몸을 씻는다. 터키인들은 의외로 노출을 꺼리는 구석이 있어서 목욕탕에서도 알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남자용 화장실 소변기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서 터키인들이 당황해 한 적도 있다. 참고로 터키에서는 공중목욕탕을 하맘이라고 부른다. 성룡이 주연한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2001년 개봉)는 터키를 주요 무대로 하고 있는데, 성룡이 악당들과 목욕탕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곳이 '오리지날 터키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아직도 음성적으로 횡행하는 터키탕은 원래 일본에서 처음 생긴 것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터키탕(증기탕, 성인가족탕)은 목욕탕, 스포츠마사지, 윤락, 여관이 한군데서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러면 목욕탕과 사우나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사우나'는 본래 핀란드의 증기욕과 열기욕을 결부시킨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지금도 땀을 낸 후에 자작나무 가지로 피부를 가볍게 두드려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우나가 성행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의 책 <역사>에서 스키타이(지금의 흑해 북부에서 카스피해 북부에 이르는 곳에 있던 유목국가)에서 유행하던 사우나 풍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공중목욕탕에는 어디나 할 것 없이 사우나가 있다. 목욕탕 한켠에 유리로 된 방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은 온통 나무로 되어 있고 온도계는 보통 섭씨 80도를 넘는다. 몇 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낮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물론 사우나 기능만 특화시킨 곳도 있는데, 일반 목욕탕보다는 고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면 요즘 서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찜질방이란 도대체 뭘까?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찜질방은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 아줌마들의 모임장소,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심지어는 직원들의 연수장소로도 이용되는 등 쓰임새가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거기다 무슨 무슨 맥반석이니 황토방이니 해서 건강에 좋은 기능성 찜질방, 최고급 찜질방까지 가지가지다. 최근 서울 광진구청에서 노인 복지카드를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찜질방을 꼽았다. 90년대 초반의 노래방, 90년대 후반의 PC방 열풍에 이은 찜질방 열풍이라 할 만하다. 이에 따라 처음에 단순한 형태였던 찜질방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찜질방은 기본적으로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등을 지지는 것을 산업화했다고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사우나보다는 온도가 낮고 가벼운 옷을 입은 채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국에는 노래방, 피시방, 찜질방 같은 다양한 '방'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들 방에는 공통점이 있다. 격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친한 사람들과 수다도 떨 수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보면 주인공 배두나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시간만 되면 시뻘건 불가마가 찜질방 한 가운데 등장한다.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에너지를 빨아들이려는 듯이 열기를 쐰다. 또 영화 <마들렌>에도 찜질방이 등장한다. 조인성과 신민아는 영화에서 계약연인으로 출연하는데, 둘의 데이트 코스 가운데 하나가 찜질방이다. 어떤 신문사에서는 격식을 깨고 솔직한 얘기를 듣기 위해 찜질방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찜질방에서는 700도 이상 고온으로 달궈진 찜질방의 황토, 맥반석, 온돌, 게르마늄 등에서 나온 원적외선이 피부 안쪽 4∼5㎝까지 침투해 세포운동과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주는데, 이 점이 사우나와 다른 점이다. 이것 때문에 찜질방을 이용하고 나면 뻐근했던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다. 원적외선의 영향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근육통과 요통, 어깨결림, 관절통 등이 줄어들고 조직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이때 스트레칭을 해 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액이 맑아지면서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여성들은 땀을 빼면 피부가 좋아지고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해 찜질방을 자주 찾기도 하지만 물론 이는 실제와 다르다.

찜질방은 취객들도 많이 이용한다. 회사동료들과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나면 불과 너댓시간 후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는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을 빼면 잠을 잘 시간이 별로 없다. 택시 잡기도 쉽지 않고 택시비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여관에 가서 서너 시간 취침하기 위해 하루치의 삯을 지불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럴 때에 이용하는 곳이 찜질방이다. 사우나에도 이 같은 기능이 있지만 찜질방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취침용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이 누구나 부담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등일보 2003년 2월18일 오전 10:30

찜질방 영업 방식 개선을  
최근 찜질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그 수 또한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자유업종으로 돼 있는 영업절차 방식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찜질방은 저렴한 요금과 학생, 성인 구분없이 이용할 수 있어 가족이나 단체 모임이나 연인들의 데이트장소, 때로는 숙박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소의 경우 도박장소로 제공되거나 취침실, 휴게실, 샤워장 외에 밀폐된 공간의 스포츠마사지와 쑥뜸, 이용원 등으로 은밀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다하니 자칫 불건전 퇴폐영업이 우려된다. 이렇듯 찜질방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것은 무엇보다 영업시 허가나 신고를 거치지 않고 세무서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탈법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규제책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화상의 위험이나 화재시 안전사고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관계당국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관련법규를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검토, 시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찜질방이 되도록 개선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사이버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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