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교육부장관, 태권도 승단시험 합격
상태바
캄보디아 교육부장관, 태권도 승단시험 합격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10.25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공직자가 명예단증 아닌 고된 훈련 통해 단증을 따는 일은 매우 드물어

▲ 장관의 태권도를 직접 지도해온 최용석 감독(왼쪽)과 행 추온 나론 교육부장관의 모습.

캄보디아 올림픽 위원회 건물 태권도훈련장에서 지난 10월23일 오후 2시(현지시각) 태권도 승단시험이 치러졌다.

빨간 띠를 맨 중년 남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태극 8장 품세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이날 캄보디아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최용석 감독(국기원 소속)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된 표정으로 승단시험을 받고 있는 인물은 놀랍게도 이 나라 교육부 행 추온 나론 장관이었다.

현재 캄보디아 태권도협회 장을 겸직하고 있는 행 장관은 검은 띠 1단을 따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말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태권도 훈련에 매진해 왔다.

행 추온 나론 장관은 지난 2013년 재경부 차관에서 교육부 장관직에 오른 뒤 이 나라 교육개혁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임명 첫해 치러진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커닝과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경찰력까지 총동원시켜 시험을 치르게 했다.

이로 인해 시험 첫 해 대학 정원도 훨씬 못 미치는 인원이 합격, 사상 처음 재시험이 치러지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교육개혁 정책이 점차 뿌리를 내려 올해 시험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100명이 넘는 1등급 합격자들이 배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해마다 발표되는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지수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부정부패 순위는 거의 매년 전 세계 150위권 밖이다. 특히,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나라다. 그러한 탓에 오히려 그의 교육개혁 정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지난 10월23일 빨간 띠 태권도 도복을 입은 채 승단시험을 보고 있는 캄보디아 교육부장관의 품세 시범 동작.

수많은 국민들이 행추온 나론 장관의 개혁정책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그의 대중적 인기도 매우 높다. 지난해 캄보디아를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특강 때도 행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왕립프놈펜 대학생들이 기립해 떠나갈 듯 큰 환호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행 장관은 현지 시민 사회 단체가 투표로 선정하는 ‘올해 업무성적이 가장 좋은 공무원’으로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행 장관은 평소 소탈한 성격에 경호원이나 수행원 없이 다닐 만큼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먼 고위직 공무원이다.

월드컵 예선 등 국제스포츠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호원이나 수행비서 없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채 경기장을 찾아 일반국민들과 어울려 응원하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다.

그는 청렴하기로도 소문이 나 교육관련 프로젝트와 연계된 한국 정부 공무원들 사이에도 호감 있는 고위공무원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프놈펜 한국국제학교 설립인가와 관련해 통상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서류 심사를 불과 하루 만에 처리 허가를 내주는 등 적극적이고 신속한 행정 처리로 교민사회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바 있다.

최 감독은 “외국 장관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통상 관행처럼 수여해온 명예단증을 마다하고 장관이 직접 오랜 기간 훈련을 받고 유단자 단증까지 따내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예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더욱이 행 장관은 바쁜 공식일정과 업무에도 불구하고 주말 훈련시간에는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오직 태권도 훈련에만 매진했다”며 장관의 근면 성실함과 태권도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편, 행 추온 나론 교육부 장관은 10월25일부터 11월5일까지 열리는 제1회 캄보디아 전국체전 개막식 행사에서 수만 관중과 태권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태권도 품세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행 장관은 국기원(원장 오현득)에서 발급하는 공인 1단 증서와 함께 검은 띠도 수여받게 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