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이양 7주년을 맞는 홍콩, 그 속의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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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이양 7주년을 맞는 홍콩, 그 속의 한국인들
  • 이은미
  • 승인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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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이양 7주년을 맞는 홍콩, 그 속의 한국인들

 

    55년의 역사를 가진 홍콩한인사회(Korean Community)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국제도시 홍콩으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한 금융도시로서의 홍콩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지난 71일로서 약 150년간 영국의 통치를 받아온 홍콩이 중국으로 주권 이양된 지 7주년이 됐다. 주권이양 후 50년간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는 홍콩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허울 좋은 구실로 남아있을 뿐, 홍콩을 먹여 살리는 것은 이제 중국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대홍콩 제도가 홍콩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로 침체기를 맞이한 홍콩이 사스로 경제파탄 지경에 이르자, 중국정부는 광동성 일대 중국인들의 홍콩입국 제한을 풀어줌으로서 홍콩경제를 살렸다. 지금도 홍콩을 먹여 살리는 것은 중국대륙인 관광객들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홍콩에는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약 6천여 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이중 85퍼센트인 약 5천여 명은 지.상사 주재원들이며 교민들은 약 1천여 명 안팎이다. 영주거주권을 가지고 홍콩에서 살고있는 교민들 대부분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며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거나 중국제품을 무역하고 있다. 홍콩내 한국인들도 홍콩 현지보다는 중국의 움직임에 더 예민한 촉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콩에는 약 4개의 한인단체가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지만 대외적으로 홍콩내 한국인을 대표하는 홍콩한인회(회장,호영)가 약 700여 가구를 회원으로 가지고 있다. 대기업 지상사 및 개인사업자들을 묶어주는 공동체로는 홍콩한인상공회(회장,이면관)가 있으며, 300여 회원사가 등록돼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기관으로 홍콩한인체육회(회장,서병길)가 있으며, 설립된 지 3년된 홍콩한인여성회(회장,장은명)가 있다.

  홍콩한인회가 재단으로 있는 한국국제학교는, 홍콩교민들과 지상사들의 디벤쳐 및 한국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1994년에 준공된 반관반민의 교육기관이다. 홍콩내 다른 국가의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홍콩한인회장이 재단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국제학교는 초등과정 6, 중등과정 6년으로 운영되며, 현재 영어과정 학생 226명과 한국어과정 학생 80명이 수학 중에 있다. 영어과정은 인터내셔널 수준으로 미국과 영국의 커리큘럼을 적절히 배치해 원어민 교사들이 가르치고 있으며, 원어민 교장도 재단측에서 채용한다. 한국어 과정은 한국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되며 교장이 대한민국 교육부에서 파견된다.

  홍콩의 한인사회는, 이민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미주나 오세아니아주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민권 제도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이민제도가 제정되고 시행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민들이 주재원으로 근무하러 나왔다가 눌러앉은 경우다.

  이런 특이한 구조로 인해 홍콩한인사회의 수준은 아주 높다. 55년 전인 1948년부터 홍콩에서 정착을 시작한 1세대 뿐 아니라, 43대를 이어 내려온 역대 한인회장 17명만 보더라도 다른 어떤 나라 한인사회보다 우수한 인력들임을 역대 공관장들이 인정했다.

  그러나,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한국인들이 미치는 영향은 韓流 이전까지는 미흡했다. 숫자적으로 다른 나라 컴뮤너티보다 적은 탓도 있지만 자국홍보와 협조에 소극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영화와 드라마, 유행가요들을 중심으로 하는 한류열풍이 타이완을 비롯한 중국대륙에서 시작되어 홍콩에까지 불어 닥치면서 홍콩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 틈을 이용, 홍콩내 교민사업가들은 한류 아이템으로 돈을 벌기도 했다. CD와 의류, 영화배급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간 홍콩주재 한국기업들 동향은 중국본토로 무대를 옮기는 추세다. 중국에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무실 직원들도 한 두명만 홍콩에 두고 본토로 옮겨가고 있다금융관련 업무를 제외한 제반업무를 중국 본토에서 지휘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계산에 의해서다. 이로 인해 홍콩내 한국인들의 수는 IMF 이후 계속 줄어드는 실정이다. IMF 이전에 약 8천명까지 상주했었던 홍콩주재 한국인들은 약 6천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2003 7월 기준으로 주홍콩총영사관이 조사한 홍콩내 한국거주자가  55백명이었고, 등록에서 누락된 체류자까지 포함해도 6천명이 넘지 않는다.

반면, 홍콩과 가까운 남중국, 광동성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홍콩에서 광동성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주광저우총영사관이 현재 집계하고 있는 숫자에 의하면, 선전(深圳) 12천명,광저우(廣洲) 3천명,중산(中山),동관(東莞) 1천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광동성 일대에만 16천 명의 한국인들이 중국을 터전으로 전세계 비즈니스맨들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주권이양 7주년을 맞은 홍콩은 이제 중국이다. 홍콩의 우리 동포들은 이 사실을 가장 절실하고 정확하게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그에 따른 대응도 발빠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최전선에 홍콩동포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은미 홍콩 수요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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