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학습, 동포와 모국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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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학습, 동포와 모국의 연결고리”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10.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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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 지역 한국어교사 초청 연수 참가 교사 4인의 후일담
▲ ‘2016 CIS 지역 한국어교사 장기 초청 연수’참가 교사들. (사진 재외동포재단)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주철기)은 6월 13일부터 9월 2일까지 3개월 간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원장 이해영)에서 ‘2016 CIS 지역 한국어교사 장기 초청 연수’를 실시했다. 

차세대 민족교육자를 육성하고 한국어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이 교육과정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에서 온 8명의 고려인 한국어 교사가 참여했다. 한국어 집중교육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4명의 교사들과 함께 한국어 연수동안 느낀 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참가 교사
▲ 박 타티야나 (44, 카자흐스탄) 
▲ 니 올가 (45, 우즈베키스탄)
▲ 텐 아나스타시아 (23, 우크라이나)
▲ 김 이리나 (29, 러시아)  

한국에서 3개월간 머물다 가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박 타티야나 ▷ 한국어나 한국어 교수법, 한국문화를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기대를 가지고 연수에 참가했는데,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3개월 동안 공부하면서 기대보다 더 많이 배웠습니다.

니 올가 ▷ 아주 좋았어요. 우선 한국어 실력이 늘었고 지식을 얻기도 했으며, 모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3개월이 긴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서 못 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저에게는 한국에서 공부한 3개월이 아주 짧은 기간이었어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어려운 수업도 있었지만 강사 선생님들이 외국인들도 잘 이해하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어요. 저희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교수법, 발음 수업, 한국 역사, 전통 무용 수업, 다양한 문화 체험 활동도 했고 지역탐방의 기회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느낀 것과 얻은 경험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 이리나 ▷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배운 것을 학생들에게 빨리 알려 주고 싶어서 고향에 돌아온 바로 다음 날에 한국 센터에 나와 학생들과 만났습니다. 프로그램 참가 이후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가 더욱 더 생겼습니다.

 

원래 한국어를 할 줄 아셨나요? 한국어를 몰랐다면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니 올가 ▷ 이전에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어요. 고려인이니 모국어를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우선 교포들) 한국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한국어 교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초급 수준으로 조금 할 줄 알았어요. 2013년에 재외동포재단이 진행했던 청소년 초청 연수(GKYN)에 참석했고 그때부터 조상의 땅인 한국에 관심이 생겨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공부하면서 입문과 초급 한국어 가르치게 돼 2015년에 한국어 교사 단기 연수에 참석했고, 올해에는 장기 연수에 참석하게 됐어요.

김 이리나 ▷ 원래는 한국어를 몰랐고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역사와 고려인 역사에 대해서도 몰랐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배우게 됐는데, 지금은 한국어를 하고 싶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남산 한옥마을을 방문한 교사들.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인데요, 학습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된 계기가 있나요?

박 타티야나 ▷ 한국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니 올가  ▷ 교사는 늘 배우면서 가르치는 직업입니다. “나는 다 안다”고 하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텐 아나스타시아 ▷ 좋은 교사란 지식만 전달 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어떤 문제나 고민이 있다면 도와 줄 수 있는 교사, 학생들과 마음으로 잘 소통하는 멘토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됐습니다.

 

현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박 타티야나 ▷ 문법을 설명할 때 카자흐어와의 차이 때문에 가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니 올가 ▷ 한국어와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을 이해해야 한국어도 원어민처럼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텐 아나스타시아 ▷ 유의어나 유사한 문법사항에 대한 차이를 정확히 몰라서 가르치기가 어려운 상황이 가끔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한국 억양과 발음을 가르치기가 어려워 규칙을 중심으로 가르쳤어요. 한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말을 배우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김 이리나 ▷ 발음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한국의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이번 연수를 통해서 많이 보완할 수 있었나요?

박 타티야나 ▷ 네, 헷갈렸던 문법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옛날 풍습과 현재의 풍습에 대해서도 수업을 통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니 올가 ▷ 이번 연수를 통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한 것 같습니다. 특히 올바른 발음과 억양을 배울 수 있었던 발음 수업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짧아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해도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문화와 풍습을 함께 가르치면 학생들이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됩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이번 연수기간 동안에 제가 유학생처럼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번에 배운 새로운 교수법들을 실제 수업시간에 꼭 사용하고 싶습니다.

김 이리나 ▷ 어려움을 느꼈던 ‘쓰기’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좋았습니다.

 

▲ 수업 실습 준비 및 발표.

3개월의 연수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입니까?

박 타티야나 ▷ 수업실습 준비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집중적으로 수업 교안을 만들고, 발표하는 경험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니 올가 ▷ 우선 한국어 실력이 좋아졌고,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영광입니다. 3개월 동안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서 아주 기쁩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한국 생활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것,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의 맛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이번 연수에서 체험한 부분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이리나 ▷ 한국어 수업과 경주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 전통무용 수업.

조금 더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요?

니 올가 ▷ 한국어 발음 수업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본국에 돌아가면 한국어 발음과 억양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수업도 좀 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한국어 실습 수업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좀 더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혹시 한국 학교 방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귀국 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 이리나 ▷ 문화나 역사 수업은 한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본적인 부분부터 설명해줄 수 있는 수업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람 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 부분들에 대해 잘 몰라서 이해하기 힘든 강의도 있었습니다. 수업자료를 조금 더 일찍 나눠 주시면 사전에 더 준비해서 문화나 역사 강의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 예정입니까?

박 타티야나 ▷ 연수를 통해 배운 것대로 말하기와 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니 올가 ▷ 연수 동안에 배운 교수법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입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앞으로 말하기와 쓰기 교육에 집중할 거예요. 자연스러운 표현도 많이 가르치고 싶어요.

김 이리나 ▷ 한국에서 배운 ‘쓰기’와 ‘말하기’ 교수법이 아주 좋았습니다. 잘 활용해서 가르칠 생각입니다.

 

▲ 경주 지역 체험.

학습 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 무엇이었나요? 

박 타티야나 ▷ 북악산 한양도성과 경주가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가이드 선생님 덕분에 몰랐던 한국 역사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경주에는 여러 번 갔는데 이번 가이드 선생님 덕분에 양동 마을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주 야경이 계속 떠오릅니다.

니 올가 ▷ 연수기간 동안에 다양한 체험을 했습니다. 왕족이 없어졌지만 종묘에서 왕과 왕비의 신주를 계속 모시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상들의 전통 풍습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악산 한양도성을 따라 걸었던 일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14세기에 만들어진 도성을 따라 걸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역사를 지켜볼 수 있어 힘들었지만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제주도의 세계 자연 유산 ‘성산일출봉’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좁은 국토에 이렇게 예쁜 경치를 갖고 있는 땅이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한국 요리 체험이었어요. 정말 재미있었고 도움이 많이 된 수업이었습니다. 한국 요리를 만들어 봐서 앞으로 가족과 학생들에게 대접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김 이리나 ▷ 경주에 갔을 때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습니다. 가이드가 아주 재미있었고, 어려운 것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떤 한국어교사가 되고 싶나요?

박 타티야나 ▷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한국에 대한 많이 알고, 한국 사람답게 말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니 올가 ▷ 풍부한 지식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교사, 한국어를 잘 아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김 이리나 ▷ 수업을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한복을 입은 교사들.

“나에게 모국이란?”

박 타티야나 ▷ 외국에서 살아가지만 모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동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뿌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모국어를 배우는 일은 학습 과정에서 우리의 뿌리와 조상에 대해 생각하며 알 수도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니 올가 ▷ 현재 외국에서 살아가는 동포 혹은 그 조상들의 고향은 한국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과 뿌리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국적이 다르지만 모국은 하나뿐이라고 느낍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서 한국을 방문한 이후로 그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텐 아나스타시아 ▷ 죽을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에요.

김 이리나 ▷ 대한민국은 제가 태어난 나라가 아니지만, 집처럼 느낌이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모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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