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2조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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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2조2항
  • 김제완
  • 승인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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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2조2항이 무엇인지 아는가." 지난 6월24일 김선일 피살사건을 계기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질의에 나선 한 의원이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에 대해서 반장관은 정확한 대답을 못하고 죄송하다며 얼버무렸다. 2조2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지난 6월2일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전세계한인회장대회를 마치며 270명의 참석자들은 여덟개 조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중 두번째 조항에는 이러한 요구가 담겨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재외국민 보호조항을 실천하기 위한 "재외국민기본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들은 노무현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재외국민의 보호와 육성이 긴요하다며 이 법의 제정을 요청했다.

한인회장들이 강력히 촉구한 법제정의 근거는 앞서 말한 헌법 2조2항이다. 6월 한달중에 일어난 두가지 사례는 헌법 2조2항을 매개로 엮이면서 중요한 헌법상의 허점 한가지를 보여준다. 헌법에는 재외국민을 법으로 보호한다고 했으나 그 법이 존재하지 않는 위헌적인 사실이 그것이다. 이때문에 그 법을 만들어달라고 한인회장들이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재외국민 보호문제가 한국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이 문제는 지적되지 않고 있다. 헌법 2조2항도 모르느냐고 반장관을 몰아쳐댄 국회의원조차도 이같은 위헌적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같지 않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하면 관행적으로 외교부 책임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넘어가곤 했다. 지난 연말에 터진 "외교부 밥장사" 파동때도 장관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나 재발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책임자 몇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폐쇄적 배타적 엘리트주의로 뭉쳐있는 외교부가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우선 재외국민기본법을 제정해 조속히 위헌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영사 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동포사회에서 각종행사시에 단상에 60대의 한인회장과 30대의 영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공관내에서 재외국민을 담당하는 영사직은 엘리트주의에 젖어있는 외교관들에게 기피업무에 속한다.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영사직이란 동회 서기나 여행사업무와 비슷한 점이 많다. 또한 동포사회의 온갖 길흉사를 담당해야 하기때문에 3D업종으로 여겨져왔다. 그렇다보니 많은 공관에서 가장 젊은 직원이 담당하는 것이 관행이 돼왔다. 그리고 신참자가 오면 1년마다 교대해준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영사전문직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신문사에서 기자들이 편집부 근무를 기피하자 편집기자를 따로 채용한 것이라든지 법관임용시험에서 군법무관을 별도로 채용하는 것도 참고가 될 만하다. 

법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1만명 이상의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는 10년차 이상의 중견외교관이 영사직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외교부 내부규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이같은 조치는 곧 실시할 수 있다. 

또한 영사를 비롯한 외교관의 외부충원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동안 영사국장등 몇개 자리를 개방형 직제로 두었지만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외교부 관리들이 다시 채용돼왔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제도가 돼버렸다. 이해찬 총리후보자도 청문회 답변에서 외교관 채용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언명했다.

이번에도 장관이 경질되고 몇명의 직원이 징계를 받을 뿐, 법제정등 제도적인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재외국민들을 "두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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