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채식주의자' 독일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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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채식주의자' 독일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 독일 우리뉴스 이순희 기자
  • 승인 2016.09.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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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아우프바우 출판사 출간…맨부커인터내셔널상 수상

▲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도이치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지난 5월 대한민국 최초로 영국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도이치어판 ‘Die Vegetarierin’ 출간기념 낭독회가 9월14일 프랑크푸르트 하우스 데스 부헤스(Haus des Buches)에서 개최됐다.

‘Die Vegetarierin’은 8월 중순 도이치어 전문 번역가 이기향 박사 번역으로 베를린에 있는 아우프바우(Aufbau) 출판사가 출간했다.

출간되자마자 도이칠란트 대표 주간지 '슈피겔'을 비롯해 주요 일간지들과 라디오, 텔레비전 등 방송 매체에서 이 책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날 오후 7시30분 리트프롬(Litprom)문학협회 아니타 자파리 회장의 개회인사로 시작한 낭독회는 현지인이 대부분인 150 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이상 진행됐다.

작가의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처럼 강연회 내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용했다.

백범흠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는 축사에서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 도이치어판 출간과 낭독회 개최를 축하한다”며, “도이칠란트 베스트셀러 11위인 ‘Die Vegetarierin’이 한국과 도이칠란트 간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낭독회 진행은 쥬드베스트방송(SWR) 카타리나 보어카르트(Ktarina Borchardt) 방송인이 맡아 SWR 라디오 방송 녹음과 함께 한강의 작가세계를 설명했다.

▲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도이치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작품 낭독은 먼저 한강이 숲속의 꿈에 관한 15~16쪽을 낭독했고 이어 카타리나 보어카르트가 도이치어로 낭독했다. 요한 닉스 성우 겸 감독은 38~45쪽 육식 거부, 형부와 꽃 그리기 부분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날 때마다 카타리나 보어카르트가 작가에게 질문을 하면 도이치어 번역 전문가인 이지양 씨가 통역을 하고, 작가가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채식주의자’는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 육식을 거부하고 '식물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가는 한 여자 영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작가는 오히려 자신은 “나무가 되거나 그러고 싶지 않고 움직이면서 살고 싶다”고 해 좌중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소설의 폭력성에 대해 작가는 ‘채식주의자’가 3개의 섹션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한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3개의 섹션에 이러한 장면들을 다 들어가게 했는데, 관찰하는 사람들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한 '영혜'를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본 작품으로 표제작인 '채식주의자'는 남편인 '나', '몽고반점'은 형부인 '나', '나무 불꽃'은 언니 인 인혜 '나'가 화자이다.

1부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가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꾼 뒤 육식을 거부하고, 2부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인 '나'가 영혜의 몸을 욕망하고, 3부 '나무 불꽃'에서는 식음을 전폐하고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바라보는 인혜의 시선이 이어진다.

또한 작가는 “이 소설에서 영혜가 거의 말을 하지 않지만, 그러나 중요한 말은 하는데,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이 말이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대사”라고 밝혔다.

▲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도이치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그리고 어머니가 영혜에게 “네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세상이 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말하고,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베트남전쟁에서의 베테랑 출신인 아버지 세계에 대해 영혜는 몸으로 뭔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서적 박람회에서 소개된 작가 한강의 작품은 사랑이 풍부한 이야기였는데 왜 작품의 분위기가 폭력적으로 변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당시 소개된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소설에서는 나무로 변한 아내를 남편이 화분에 심고 물도 주고 잘 보살펴 주는, 소설의 분위기가 그렇게 어둡지 않고 섬세하고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인 반면 채식주의자가 어둡고 강렬한 소설이 된 것은 장편소설을 쓰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을 다루는데 이 세 장르를 다룰 때마다 자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편소설을 쓸 때는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오르게 되고, 그 장면으로 마지막까지 탐색하면서 가는 그런 과정이 단편소설을 쓰는 작업이 되는 반면, 장편소설을 쓸 때는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질문을 밀고 나가는 그런 과정으로 장편소설을 쓰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그래서 식물이 되는 이 여자 이야기를 반추하면서 뭔가 이것의 의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것을 오래 생각하게 되면서 이 소설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무거워지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의 작품들이 주제, 인물, 구성, 배경에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느냐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소설을 쓸 때 대답보다는 질문을 완성하려고 한다면서 ‘채식주의자’를 쓸 때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은 “과연 우리가 삶을 껴안을 수 있을까, 과연 이 폭력과 아름다움이 격렬하게 뒤섞여있는 이 삶을, 이 세계를 버텨낼 수 있을까, 살아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었다고 답했다.

‘채식주의자’ 다음에 쓴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2010)’에서는 ‘채식주의자’의 마지막 질문에서 출발해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야하는 것 아닐까, 결국은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질문을 남겨 놓았고, ‘희랍어 시간(2011)’에서는 “우리가 정말 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면 어떤 면을 들여다 볼 때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도이치어판 출간기념 낭독회.

5.18 광주항쟁이 진압된 후 시위대 속에 있었던 친구의 시신을 찾는 한 소년의 이야기인 ‘휴먼 액트(Human Acts, '소년이 온다'의 영어판 제목)’에서는 “무엇이 인간성인가,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데, 작가는 이 질문을 앞으로도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폭력적인 5.18 진압을 중심 사건으로 다루지만 이를 아름다운 문장과 묘사로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한강, 당신의 신작이 언제쯤 도이치어로 출간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내년 가을이 아니면 2018년에는 나오게 될 것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낭독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한강의 ‘Die Vegetarierin’을 구입하고 작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Die Vegetarierin’은 도이칠란트 내 모든 서점, 인터넷 매장 아마존 등에서 18.95유로에 구입이 가능하다.

‘Die Vegetarierin’ 출판사인 아우프바우(Aufbau Verlag) 출판사에서는 이미 9월9일 베를린, 9월12일 뮌헨, 9월1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Die Vegetarierin’ 도이치어판 출간기념 낭독회를 개최했다.

한편,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는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에게 김밥, 김치전, 메일전병쌈 등 한식을 제공해 한식을 음미하면서 한국문학을 이야기하는 과정에 한-도이치간 우호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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