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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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⑤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9.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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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서)

▲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전종준 변호사에 의하면, 결국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국적이탈을 하던, 혹은 하지 않던 신원조회에 “현재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가진 적이 있다”고 표시를 해야 하며, 그로 인한 지속적인 신분확인이나 중요한 보직 발령 및 진급상의 보이지 않는 장벽 등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주 동포사회의 호소가 과거와는 달리 4명이나 되는 헌법재판관이 국적이탈 제한조항에 대하여 위헌의견을 내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국적은 국가와 국민의 연결고리

국적은 국가와 국민의 연결고리로서, 국적이 없으면 해당 국가의 보호를 받지를 못한다. 동시에, 국적이 없으면 그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게 된다. 국내에서 태어난 국민들은 이러한 국적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할 이유가 없다. 매일 마시는 공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법소원 사례들처럼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하고 있던 대한민국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후 현지에서 줄곧 성장하고 살아가고 있고 대한민국에 오거나 살 의도도 없는 경우에, 대한민국 국적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현행 국적법에 의할 때, 비록 외국에서 태어났을지라도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들은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나 출생지 국가의 국적제도에 의하여 그 나라 국적 또한 가지고 있으면서 그 나라에서만 줄곧 성장한 사람의 경우는 대한민국 국적은 실체적 의미가 아니라 관념상 의미만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대한민국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관념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국민으로서의 의무 역시 일반적으로는 관념상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국적법상 국적이탈시기를 도과한 후에는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국적이탈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가 해외 한인 2세의 공직진출을 막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주장에 공감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혈통주의에 대한 세밀한 검토 필요

그렇다면 혈통주의 원칙이 세계화에 따른 이주가 많이 이뤄진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엄격하게 고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한번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떤 국가의 경우는, 혈통주의 기본원칙을 견지하면서도 국내에서 태어나느냐 외국에서 태어나느냐, 또 외국에서 태어남으로 인하여 그 국가의 국적을 출생에 의하여 취득하느냐 등에 따라 국적부여의 기준으로 세부적으로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대한민국 국적은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장기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처우, 그리고 화교와 같이 장기거주 외국인들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국적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같이 해 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국회 정책토론회 당시‘출생 당시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주목적으로 외국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면, 출생과 동시에 취득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 1997년 국적법 개정이 이뤄질 당시, 부모양계혈통주의 도입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수를 억제하기 위하여 출생 후 일정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유보한다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는 내용의 ‘국적유보제도’의 도입이 검토된 바 있으나, 재일동포 사회의 반대로 도입되지 못했다. 

재일동포와 재미동포의 입장 차이

만일 국적유보제도가 도입된다면 일본인과 결혼한 재일동포 2세는 대부분이 법정기간 내에 국적을 유보하지 못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국적유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재일동포들에게서 대한민국 국적을 강제로 빼앗고 일본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종의 기민정책이라는 것이었다. 

해외 한인 2세의 국적문제와 관련하여, 혈통주의에 의하여 국적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이처럼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교포들의 경우는 별다른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국적이 부여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반면, 재일동포들의 경우는 일정한 기간 내 신고를 하여야만 국적이 부여되는 국적유보 제도에 대하여 반대를 하였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투표권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되지 않거나 상실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었던 사건들은 해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앞으로도 주로 해외에서 살아갈 해외 한인 2세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염두에 둔 국적제도 개선 검토는 일반 국민들도 그리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제도 개선을 함에 있어서 해외에서 태어났으나 일찌감치 국내로 들어와 실질적으로는 국내에서 살고 있는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 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회피하여 위화감이 조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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