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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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④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8.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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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호에 이어서, ‘다. 반대의견’)

병역자원을 담당하는 병무청은 물론 재외공관도 외국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인 남성에 대하여 국적선택절차에 관한 개별적 관리·통지를 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위와 같은 복수국적자는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고, 이를 면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기한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야 한다는 사실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할 수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복수국적자에게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에서 주요공직자의 자격요건으로 그 국가의 국적만을 보유하고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복수국적자로서는 주된 생활근거가 되는 외국의 국적을 선택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에서의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게 되는바, 그러한 주요공직 등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위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 또는 위 기간이 경과한 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을 소명하도록 하여, 그러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의 이탈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국적선택기간의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은 더 용이해지게 되어 심판대상조항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정당한 사유 등에 대하여 엄격한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관할관청에서 병역면탈의 의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한다면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문제점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이나, 대한민국에서의 체류자격·취업자격 등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이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 안에서 활동하려는 외국국적동포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선택하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경우에는 38세가 될 때까지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국적법 제9조는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사람에 대하여는 국적회복을 반드시 불허하도록 하고 있는 등 이미 각종 법률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좀 더 정비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면, 대한민국을 생활영역으로 하면서도 병역의무는 면탈하는 기회주의적인 복수국적자들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이상이 반대의견의 요지임) 

한편,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하면서도 국적이탈의 자유는 거주ㆍ이전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다.(이상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내용임)

비록 국적이탈의 제한 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이 나긴 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4명이나 되는 헌법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밝혔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4명의 헌법재판관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을까?

국회정책토론회 당시 주제발표를 한 전종준 미국변호사에 의하면 미국사관학교 입학이나 공직을 진출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신원조회(Security clearance)인데, 신원조회질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고 한다. “현재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복수국적을 가진 적이 있나요? (Do you now or have you EVER held dual citizenships?”) 즉 일단 한국 국적에 출생신고를 한 뒤 국적이탈을 했기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복수국적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예 (Yes)”에 표시를 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 국적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만 38세까지 한국국적의 이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만 38세까지 자동적으로 한국국적을 가지게 되어‘현재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예 (Yes)”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한인 2세들이 공직과 사관학교 등에 진출하면서 본인 자신이 복수국적인 사실을 모르고 신원조회 질문지에“지금 현재 복수국적자인가요?”라는 질문에“아니오 (No)” 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복수국적자인 것을 알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서“아니오(No)”라고 표시하기도 하는데, 차후에 한국 국적법에 따라 복수국적자란 사실이 밝혀질 경우, 신원조회 상 위증의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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