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골학교를 찾아가는 ‘쏙써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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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골학교를 찾아가는 ‘쏙써바이’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8.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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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단원들의 봉사활동…현지 주민들에게 인기 만점

▲ 시골 오지 초등학교 페인트칠 공사에 참여한 쏙써바이 회원들의 모습. (사진 KOICA)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산하에는 특별한 단체가 있다. 현지에 파견된 코이카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단체다. 이 단체의 이름은 ‘쏙써바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행복하세요!” 라는 크메르어 인사말이다.

‘쏙써바이’는 지난 2004년 결성된 이래 올해 벌써 12년째 캄보디아 전역의 오지를 찾아 매달 1회 이상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월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 동안은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8시간 넘게 떨어진 끄라쩨 주(州) 작은 시골마을 '로까 껀달' 유치원와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지역 유아교육분야 담당자로 파견된 김소영 단원을 주축으로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쏙써바이 회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에는 특별히 학생들과 함께 합주 발표회를 열었다. 마을주민들과 학부모들도 발표회에 참석했다.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 실력을 맘껏 뽐 낸 이 학교 짠말라 양은 “코이카에서 온 선생님들과 함께 부른 노래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쏙써바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박소라 단원은 “이번 활동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만 무려 5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귀띔해주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도 회원들이 얼마나 세심한 노력, 정성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쏙써바이 봉사단원들이 시골학교 담벼락에 그린 그림.

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시네마 천국’도 큰 인기

쏙써바이 회원들은 지난 12년 동안 다양한 봉사활동들을 전개해왔다. 지저분한 시골 초등교실 담벼락을 페인트로 예쁘게 단장하고, 마을환경개선사업에 앞장서는 일은 기본이고,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위생교육도 실시하는 한편, 한국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복 입어보기 등 다양한 문화 체험행사도 빼놓지 않고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봉사단체가 무엇보다 가장 관심과 열정을 쏟아 온 봉사분야는 바로 현지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개혁 캠페인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1,100불에 불과한 가난한 이 나라의 교육환경은 솔직히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정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부실한 수업 내용에 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은 꿈도 못 꿀 정도다. 월 200불 남짓한 교사들의 낮은 처우도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회원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이 나라 교육현실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봉사는 양심상 절대로 용납 할 수가 없었다. 오랜 고심 끝에 우선은 현실적으로 실천가능한 일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봉사단원들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과 전공분야를 최대한 살리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낸 가운데 기발한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만들어졌다.

과거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활약했던 선배들의 조언과 다른 나라 봉사단원들의 활동도 참고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골학교 운동회다. 우리 입장에선 별로 참신해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나라 초등학생들은 단 한 번도 학교 단위 운동회를 해본 적이 없다.

바로 그런 사실에 착안해 기획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나서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 마을이장까지 초대했다. 어릴 적 우리 시골에서 했던 그런 낭만이 가득한 학교운동회가 운동장에서 열렸다. 학부모가 아닌 마을주민들도 구경하러 오고 간식을 파는 장사꾼까지 몰려 들였다. 오래간만에 마을잔치가 벌어진 셈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마을주민들도 즐거워했다.

운동회에 힘입어 악기를 이용한 음악수업도 진행했고 마을주민들까지 초대해 멋진 음악회 행사를 선보였다. 미술교육 전공자들이 주축이 되어 어린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로 그럴듯한 미술작품전시회도 열었다.

또한  아이들의 책 읽는 습관을 배양하기 위해서 동화책도 구입해 선물했다.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과학실험도 진행했다.

쏙써바이는 수년 째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골오지마을을 돌며 수년째 영화상영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영화 ‘시네마 천국’ 제목을 딴 이 프로그램은 현지 아이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높다.

영화 속 어린 주인공 소년 ‘토토’처럼 영화에 대한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키운 아이들이 장차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된 유명 캄보디아 감독 ‘릿티 판(Rithy Pann)’ 처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성장하게 하고픈 게 쏙써바이 회원들이 갖는 작은 소망이다.

이러한 부푼 기대감속에 아이들의 맑은 눈빛을 바라보며, 쏙써바이 회원들은 늦은 오후 영사기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모기 벌레들과의 사투 속에도 결코 힘든 줄 모른다.

▲ 난생 처음 한복을 입은 캄보디아 소녀가 수즙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사진 KOICA)

봉사단이 또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마을주민들은 쏙써바이 회원들의 이러한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겉으로만 고맙다고 할 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한번 왔다가 사진만 찍고 훌쩍 떠버리는 봉사단체들을 워낙 많이 봐왔기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마을 이장을 비롯해 마을주민들도 회원들이 하려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기며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애쓸 정도로 매우 호의적이다.

덕분에 쏙써바이가 다녀간 대부분의 시골마을에서는 코이카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까지 덩달아 높아진 상태다. 이들이 또 와 주기를 바라는 마을주민들과 날짜까지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 친구들도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은 그저 묵묵히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코이카 캄보디아 사무소 백숙희 소장은 “쏙써바이는 코이카 봉사단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 매월 보건과 문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지역을 찾아가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과 문화를 나누고 있는 그런 단체다. 또한, 그동안 지구촌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혼자서만 하는 봉사활동이 아닌 지역사회, 현지기관 등과 더불어 함께 하는 봉사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캄보디아 정부기관, JICA 및 영국봉사단 파견단체인 VSO, 말리스 치과 등과도 협력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통해 우리 쏙써바이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사무소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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