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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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적 이탈(포기)의 자유…③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8.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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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나. 헌법재판소의 판단(다수의견)’)

청구인들은 또한, 병역법 제8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병역법 제2조를 보아야 비로소 병역법에서의‘18세부터’가‘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청구인들과 같은 복수국적자로서는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병역법 제2조는 병역법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용어를 정의한 규정인바, 병역법 제8조 의 의미를 밝히는 데 있어 총칙규정인 병역법 제2조를 아울러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불완전한 입법이라거나, 통상적으로 수범자가 그 내용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복수국적자인 남성에게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때인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복수국적자에게 사실상 국적선택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은 행위능력의 기준연령을 19세로 규정하면서도(민법 제4조), 미성년자에게 유언(만 17세, 민법 제1061조 ), 혼인(만 18세, 민법 제807조)과 같이 사회적ㆍ법률적으로 중요한 법률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개별 법률행위에 따라 행위능력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

복수국적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하고 있는 기간의 만료일 무렵에 18세에 달하였거나 18세에 임박하였으므로, 국적과 병역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점,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모두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에 제1국민역에 편입되고 이는 복수국적자인 남성도 예외가 될 수 없는바, 구체적인 병역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때인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를 기준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다른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과의 형평에 비추어 보아도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민법상 성년에 이르지 못한 복수국적자로 하여금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국적이탈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상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선 2005헌마739 결정(전원일치 합헌결정)의 선고 이후에 그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선례의 판시 이유는 이 사건 심판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외국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인 남성과 국내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인 남성을 합리적 이유 없이 같게 취급함으로써 위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은 외국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정한 기간 내에만 병역의무의 해소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주장은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여 외국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인 남성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반대의견

이에 대하여 4명의 헌법재판관(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은 심판대상 조항(국적이탈 제한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 전의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단 1명의 헌법재판관도 위헌의견을 밝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받는 사람 중에 특히 문제가 되는 사람은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인 남성이다. 그런데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향유한 바도 없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진정한 유대 또는 귀속감이 없이 단지 혈통주의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을 뿐인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만 병역의무의 해소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복수국적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 등으로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경우에도 병역의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의 국적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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