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태권도 열기 추운 날씨에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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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태권도 열기 추운 날씨에도 후끈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08.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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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성지 라마코카에서 '전국 순회 태권도 세미나’ 세 번째 행사
▲ 라마코카에서 열린 남아공 전국 순회 태권도 세미나 (사진 주 남아공 대사관)

‘태! 권!’.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 웨스트 주의 벽촌 마을인 ‘라마코카’에서 우렁찬 함성이 울렸다. 주 남아공 대사관(대사 최연호)은 진행 중인 ‘남아공 전국 순회 태권도 세미나’의 세 번째 행사를 7월 30일, 남아공 태권도의 성지 라마코카에서 열었다.

라마코카가 배출한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만 14명에 달한다. 2003년부터 이곳에 정착해 봉사활동을 해온 우리 NGO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모임’과 조정현 사범(국기원 해외파견 사범, 현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이 함께 10년 넘게 공을 들여온 결실이다. 

이날 태권도 세미나에는 총 109명이 참석했다. 태권도 세미나 개최 소식을 전해들은 라마코카 출신의 현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 에이스 레세고 마포야니 선수도 고향을 찾아 스승인 조 사범의 지도를 도왔다. 그는 고난이도 발차기와 실전 겨루기 발차기 등의 시범을 보여 고향 후배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 최연소 참가자 코시아메 쿠노우 군.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지만 중도에 포기한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최연소 참가자인 6세 코시아메 쿠노우도 형과 누나들의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언젠가는 마포야니 선수나 쳇방 마찔라(라마코카 태권도 클럽 주장, 현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처럼 남아공을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후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라마코카 태권도 클럽 시범단이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유튜브에서 국기원 시범단이나 케이타이거스(K-Tigers) 등 한국의 유명 시범단의 영상을 보고 연습했다고 한다. 전문 지도자가 없었음에도 화려한 발차기, 호신술 상황극 연출,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에 맞춘 태권 댄스까지 재미있게 구성해 박수를 받았다. 

교육 컨설턴트 라마테 마쿠야니 씨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남아공의 빈민·농촌 지역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체험기회를 통해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마쿠야니 씨는 “여기 모인 학생들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걸음걸이 하나에도 자신감이 배어 있다”며 놀라워했다.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한 그는 “라마코카 커뮤니티와 태권도가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태권도 교실과 커뮤니티 운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향후 이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 세미나 등록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그러나 뜨거운 열정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태권도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아공태권도협회도 태권도 수련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사관 측은 전국 순회 세미나를 통해 참가자들을 우선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기로 하고 이번 세미나부터 등록 절차를 거쳤다. 

태권도를 4~5년 이상 배워 검은 띠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흰띠’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이 다수 있다는 것도 등록 과정을 통해 발견했다. 승품, 승급 등을 위한 비용도 이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시골, 빈민지역 출신의 태권도 선수들은 생계문제로 태권도를 계속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많다. 장학금을 받고 프리토리아 대학에 진학했던 국가대표 마포야니 선수 역시 생계를 위해 학업은 포기한 상태다. 

▲ 태권도 인증서 배부

주 남아공 대사관 측은 “태권도가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과 지원 방법, 범위 등에 대해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차기 ‘남아공 전국 순회 태권도 세미나’는 8월 13일, 음푸말랑가 주 넬스프룻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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