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한인 땀과 꿈의 100년] <6>한인들의 미국정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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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인 땀과 꿈의 100년] <6>한인들의 미국정계 진출
  • 한국일보
  • 승인 200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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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초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한 10여명의 한인 후보들 가운데 당선된 인사는 워싱턴주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한 신호범(미국명 폴 신ㆍ민주당)씨와 하와이주 하원의원 3선에 도전한 장은정(미국명 실비아 장 룩ㆍ민주당)씨 등 2면 뿐이었다.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제ㆍ교육ㆍ종교계 등에서 비교적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류사회의 핵심인 미국 정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는 한인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ㆍ일본계는 이미 연방 상ㆍ하원 의원은 물론 주지사와 장ㆍ차관까지 배출했지만 워싱턴 정가에 진출한 한인은 연방 하원의원 3선을 역임한 뒤 연임에 실패한 김창준 전 의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도 불법 선거 헌금 문제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말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신의항 교수(사회학)는 이를 미국 주류사회 내부에서 매긴 ‘한인사회의 성적표’라고 표현했다.

경제 분야 등에서의 성공은 개인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일궈 나갈 수 있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공직을 선거로 뽑는 정치 분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정계에서의 성공 여부는 한인들의 정치적 단결은 물론 한인들이 미국 사회 내부에 기여한 공헌도, 기부 정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한인 사회는 이 분야에서 거의 낙제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0년 조사에 따르면 한인들은 유럽계 등 약 20개 이민집단 가운데 소득수준이 중상위 그룹에 올라 있지만 정작 조세부담에는 인색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현재 한인이 운영하는 13만5,571개 사업장의 연간 매출액이 469억 달러에 달하지만 탈세와 탈루가 비일비재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납세 의무마저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채 주류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미국 사회에서 형성된 한인 네트워크가 너무 내부 지향적이어서 주류사회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은 말할 것도 없고 미주 지역 어느 곳이든 한인회는 물론 향우회, 동문회, 참전동지회, 세탁업협회, 재미과학기술자협회 등 숱한 단체가 조직돼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사적 이해 관계나 친목단체 수준에만 머물러 있을 뿐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LA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살면서도 늘 과거에 사로잡혀 있거나 오늘을 살기에 급급, 주류사회 진입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미연합회’(KAC)의 찰스 김 사무국장은 “한인이 정치를 하려면 한인타운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후보가 한인 유권자 표로 당선되려면 한인 인구가 선거구 내에서 절반을 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인구구성을 갖고있는 선거구는 없다”며 “따라서 한인 정치인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한인 커뮤니티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사태는 한인 사회에 엄청난 고통을 남겼지만 한인들이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폭동은 한인들에게 “한인들이 정치분야에 진출해 정치적인 발언권을 얻지 못하면 한인사회는 영원한 약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후 한인 단체는 정치인들의 후원회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고 교민행사에 주류사회 인사는 물론 타 인종을 초대하는 등 지역사회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적인 힘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물론 한인 정치인을 당장 의회에 진출시키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여기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우선 적극적으로 의회 보좌진 활동 참여를 통해 정치적인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찰스 김 사무국장은 “미국은 개인이 는아닌 커뮤니티의 역량이 경쟁하는 사회”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단결된 힘을 과시하고 한인 1.5세대나 2세대들이 적극적인 의회 활동을 통해 정치적인 기반을 형성해 나간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김기철기자 kimin@hk.co.kr


입력시간 2003/02/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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